[신작 대결] 뷰티 인사이드·나의 어머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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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1   |  발행일 2015-08-21 제42면   |  수정 2015-08-21

뷰티 인사이드
매일 아침 다른 사람으로 변해 깨어난다면…

20150821

“어제는 손바닥이 얼굴보다 컸는데 오늘은 얼굴이 두 배네.” 가구 디자이너 우진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나이와 성별은 물론 국적까지도 제멋대로다. 그런 우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엄마(문숙)와 가구 제작업을 하는 친구 상백(이동휘)뿐. 그가 단골로 가는 가구 판매점 직원 이수(한효주)를 마음에 두고 있다. 그녀 곁을 맴돌며 한참을 망설이던 우진. 마침 핸섬한 남자로 변한 틈을 타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하늘을 난다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일까. 이수와의 가슴 설레는 첫 데이트 이후 우진은 며칠간 잠을 참아내며 같은 모습으로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나 잠을 이겨내지 못한 우진은 결국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리게 되고, 어느날 용기를 내어 비밀을 털어 놓는다.


광고‘더 뷰티 인사이드’ 모티브
여섯 개의 에피소드 장편영화로
세련되고 팬시한 미장센 볼거리


‘뷰티 인사이드’는 2013년 칸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광고 ‘더 뷰티 인사이드’를 모티브로 했다. 인텔과 도시바가 합작으로 만든 이 광고는 날마다 모습이 바뀌는 남성이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이를 장편영화로 완성한 건 오랫동안 광고와 뮤직비디오계의 연출자로 입지를 다져온 백감독이다. 그는 “겉모습이 먼저 중시되는 사랑을 꼬집고 싶었고, 그보다 중요한 사랑의 내면을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수가 우진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끝을 맺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이후 두 사람의 특별한 로맨스에 주목해 그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고민과 갈등에 색을 입힌다. 각각의 우진마다 다르게 벌어지는 상황들,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이수와의 로맨스, 그리고 연속성 있는 이야기로서의 장르적 접근까지. 요상한 남자 우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흥미를 가질 만한 요소로 가득하다. 물론 ‘사랑이란 과연 무엇에서 오는가’라는 진지한 질문 역시 잊지 않는다.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라는 설정은 소재로서는 신선하고 기발하지만 사실 영화로 시각화하기는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게다가 우진 역을 담당할 21인의 파격적인 캐스팅과 매일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우진 캐릭터가 한 사람의 감정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충분히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백감독은 그 점이 “관객에게 또 다른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자신감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CF출신답게 자신의 장기를 살린 세련되고 팬시한 미장센이 그렇고, 각양각색의 개성을 지닌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를 깊이 있는 스토리와 영상으로 녹여낸 점도 충분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진 역으로 이범수, 김대명, 배성우, 박신혜, 박서준, 김상호, 유연석 등이 출연했다. 그들은 한 명의 우진으로 보일 수 있도록 감정선을 조금 덜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이어간다. 하지만 방점은 이들을 상대로 적절한 감정쌓기를 해나간 한효주의 빛나는 존재감이다. 특히나 그녀의 미소는 서사의 공백마저 너끈히 메울 만큼 영화의 힘이자 동력으로 작용했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나의 어머니
중년 女영화감독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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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마르게리타(마르게리타 부이)는 해고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분투를 다룬 영화를 찍고 있다. 이를 위해 할리우드의 괴짜 배우 배리(존 터투로)까지 캐스팅했다. 하지만 주위의 모든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사 한 줄 제대로 못 외우는 배리, 사춘기 딸과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 아직 정리되지 않은 연인과의 관계 등 온통 그녀의 삶을 무겁게 하는 일 뿐이다. 무엇보다 그녀를 힘들게 만드는 건 언제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엄마(줄리아 라차리니)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늙고 병들어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는 여전히 딸 걱정이 앞서고, 마르게리타 역시 엄마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다.


모레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보편적이면서도 애틋한 감정
담담한 슬픔과 유머로 담아내


‘나의 어머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감독은 자신을 여류감독 마르게리타로 투영해 엄마와의 이별을 앞둔 그녀의 슬픔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아간다. 이 순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그의 전작 ‘아들의 방’(2001)이 떠올려지는 건 자연스럽다. ‘아들의 방’을 기점으로 난니 모레티는 사회와 정치에 관한 급진적 메시지보다는 인간의 사적인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접근 방식을 택해왔다. ‘악어’(2006)와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2011)가 그 맥락이다. 특히 ‘나의 어머니’는 ‘아들의 방’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강조돼 있다는 점에서 난니 모레티의 실제 삶과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 바로 상실과 애도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 초점은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중년 딸에게 맞춰져 있다. 이야기의 주체가 여성으로 설정된 건 상실에 대한 고통과 감정표현에 여성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엄마와 딸’의 저자 폴린 페리는 “사랑하든, 미워하든, 존중하든, 거부하든 엄마는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여성성이며 우리가 최초로 관찰하는 역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딸에게 엄마는 생명을 준 창조자이고 첫 숨을 쉴 때부터 돌봐준 구원자이며 함께 의지하고 걸어갈 동료가 되는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영화는 그런 딸과 엄마의 관계를 마르게리타가 수시로 꾸는 엄마의 죽음에 관한 악몽으로 종종 표면화시킨다. 제대로 풀리지 않는 영화촬영도 부담이고, 예고된 엄마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도 늘 그녀의 마음을 옥죄어왔다. 특히 엄마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오빠 조반니(난니 모레티)와 달리 마르게리타는 여전히 엄마에게 기대고 싶은 나약한 자신에게 화가 난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이처럼 보편적이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담담한 슬픔과 유머로 담아냈다는 점이다.

난니 모레티는 어머니의 병상 일기를 토대로 마르게리타와 어머니의 관계에 진실성을 부여했다고 한다.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그가 창조한 현실적 이야기이면서, 그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자전적 고백이자 어머니에 대한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다층적 심리를 깊이 있게 성찰한 난니 모레티의 인상적인 연출과 여기에 더해진 배우들의 진실된 연기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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