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아빠가 죽으면 당신은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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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8   |  발행일 2015-08-28 제41면   |  수정 2015-08-28
[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아빠가 죽으면 당신은 어떡하나

이번 달 초 내가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SNS 그룹 커뮤니티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대구경북 당원님들. 저는 서울 당원 남순아라고 합니다. 오는 8월11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대구단편영화제에서 ‘기본 소득’을 다룬 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재밌는 영화들도 많이 상영하오니 시간 되는 분들은 보러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역에 있는 당원들을 자신이 초청받은 영화제에 초대한다는 고마운 이야기. 곧바로 운영위원장과 의기투합해 ‘영화 번개’를 만들어 영화가 상영되는 이틀 중 하루를 택해 당원들과 함께 보러갔다.

30분이 조금 넘는 남순아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는 감독 자신이 화자로 나오는데, 시놉시스가 이랬다. ‘다들 힘들다는데 순아는 별로 힘들지 않다. 순아는 아빠한테 충분한 용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 순아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알바를 시작한다. 하지만 알바로 힘들게 돈을 번 순아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로 살 수 있을까?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

3포와 5포를 넘어 7포 세대의 젊은이 사이에 끼어 비교적 많은 용돈을 받으며 살다보니 남 감독은 어느새 ‘나만 편해도 괜찮은 걸까?’라는 이유 모를 죄책감이 생겼다. ‘경제적 활동을 하면 죄책감은 덜어질까?’에서 출발한 질문은 어느새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해야 하나?’라는 솔직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재기발랄한 다큐멘터리는 이번 영화제뿐 아니라 올해 이미 인디다큐페스티벌, 인천여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거쳐 다음달 개최 예정인 제주여성영화제에서도 비경쟁부문 상영작으로 선정돼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기본 소득(Basic income)’이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으로, 기존 복지의 직접적인 현금 부조와 대상을 행정적 기준으로 선별하지 않는 무조건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자칫 세대 간의 갈등을 부를 수 있는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의 한 형태인 ‘임금 피크제’보다 훨씬 설득력을 갖춘 제도라 생각한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한 학술대회에 참석해 성남시에서 ‘청년 배당’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비록 연령을 기준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긴 하나 이 정책은 분명 ‘기본 소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 많은 젊은이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서로 자신의 이야기들을 나눴으면 좋겠다.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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