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알쏭달쏭… 60대 화가의 호기심 가득한 붓질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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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7   |  발행일 2015-10-07 제22면   |  수정 2015-10-07
이명미 ‘말해주세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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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 화가가 대구미술관에 설치된 자신의 신작 ‘앉으시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이명미의 작품을 보면 왠지 작가의 나이가 궁금해진다. 그림이 너무나 해맑기 때문이다. 미술대를 갓 졸업한 20대 작가의 그림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때론 할 수 있다. 그러고는 연이어 작가의 성격과 작가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도 유발시키곤 한다. 어찌 보면 유치한 듯하고, 어찌 보면 고도의 세련미가 느껴지는 그의 그림은 보는 이들이 입가에 저절로 웃음을 띠게 만든다.

컵·의자·화분 등 친근한 소재
화려한 색으로 밝은 에너지 발산
인간의 욕망 빗댄 신작도 공개

“유머러스하지만 가볍지 않은
창작 40년 깊이 느껴질 것”

이 작가는 1950년생이다. 예순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다. 하지만 그림으로만 봐서는 전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젊음이 가득 묻어나는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1970년대 중반 한국 현대미술사의 전환점이 되었던 ‘대구현대미술제’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 당대 주류였던 모노크롬 화단과 차별화된 실험적 작품으로 대구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았다. 40여년간 대구에 터전을 잡고 활동한 그는 지금도 끝없이 실험을 거듭하는 현재진행형 작가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늘 새로움을 준다. 이것이 그의 작품이 갖는 매력이자 생명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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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 작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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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 작 ‘말 탄 여인’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홍익대 미술대학과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구에 줄곧 살면서 작업하고 있다는 데서도 의미를 가진다. 유명해진다 싶으면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 세태에서 대구에 뿌리를 두고 창작활동을 이어가면서 대구화단의 중심축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대구미술관이 초대했다. 대구미술관은 대구현대미술의 의미와 정체성을 조명하기 위해 매년 대구와 경북지역 대표작가의 전시를 기획해왔다. 2012년 최병소를 시작으로 권부문, 이배에 이어 올해는 회화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며 창작영역을 확대하는 등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이 작가를 초대한 것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붓질,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을 통해 밝고 명랑하면서도 힘찬 에너지를 발산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 즉 컵·의자·화분 등을 소재로 해 친근감도 준다. 때로는 유행가 가사를 적어넣어 관람객들에게 유쾌함도 안겨준다.

‘말해주세요’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색면 추상의 대표 연작인 1970~80년대의 ‘놀이’를 비롯해 일상의 사물과 문자를 결합한 작업인 ‘그곳으로 갈게’(1997년), ‘말 탄 여인’(2002년), 유행가 가사를 차용한 최근작 ‘말해주세요’(2011년) 등 130여점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 제작한 ‘앉으시오’라는 신작을 처음 공개한다. 1990년대 작품인 ‘그곳으로 갈게’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설치작품이다. 육중한 철조각과 이명미 특유의 화려한 색으로 장식된 스테인리스 의자조각 2개로 이뤄져있다. 높이 4.8m의 대형의자인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모든 작품을 포함하는 회고전이지만 연대순의 배열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표현에 있어 자유분방함을 보여줬던 이 작가의 자유로운 의식세계를 다시 느끼게 한다.

강세윤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는 “40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창작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예술세계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이명미 작가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유머러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을 통해 따뜻하고 활기찬 기운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는 2016년 2월9일까지. 작가의 예술세계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는 12월12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053)790-3028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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