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팔공산 동산계곡∼하늘정원∼비로봉(1천193m, 군위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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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13   |  발행일 2015-11-13 제39면   |  수정 2015-11-13
비로봉에서 보는 가을의 청운대 단풍은 금강산 단풍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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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쪽에서 바라본 청운대. 청운대 꼭대기에 하늘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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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하늘정원 억새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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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으로 오르는 데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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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 일대에 많이 자라는 참빗살나무 열매.



억새군락 손짓하는 청운대
큼지막한 쌍안경으로
구미 금오산을 보니
정상부 철탑 손에 잡힐 듯

비로봉 방향으로 나아가면
삼층으로 포개진 맷돌바위

가야산·황악산까지
시원스런 조망이 일품이다

팔공산은 대구와 영천·칠곡·군위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지만 대구에서 접근하는 탐방로가 대부분이다. 영천·칠곡에서 오르는 길도 여럿 있으나 유독 군위군에서 오르는 코스는 전무하다시피했다. 군사시설과 통신시설이 들어서면서 정상으로 오르려면 동산계곡의 희미한 길을 더듬어 오도재로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팔공산은 6·25전쟁 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저지선이자 격전지였다. 영천·군위· 칠곡으로 연결돼 동서로 가로질러 몸으로 막아선 팔공산. 전쟁이 끝나고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군사시설과 통신시설로 인해 쇠말뚝을 박고 3중 4중으로 철망을 둘렀다. 그러던 2009년 통신시설이 있던 비로봉 정상이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산성이 있던 북쪽 봉우리에 군사시설로 폐쇄됐던 탐방로가 관계기관의 노력과 협조로 마침내 개방됐다. 50년 가까운 세월 굳게 닫혔던 팔공산 정상 일대 봉우리들이 차례로 열리면서 팔공산 북쪽 군위지역 탐방로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많아졌다. 동산계곡·남산계곡에서 오르는 길, 산성면 백학리에서 시루봉으로 오르는 옛길 등이 하늘정원과 연결할 수 있는 길이다. 하늘정원길로만 가려면 차량으로 군사시설 바로 아래까지 가면 ‘팔공산 원효구도길 종합안내도’ 앞에 차를 세운다. 팔공산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은빛 억새군락이 갈바람에 손짓하듯 길손을 맞는다.

‘팔공산하늘정원 0.51㎞’ 이정표를 따라 나무계단을 오르면 헬기장을 지난다. 곳곳에 ‘군사지역 사진촬영 금지’ 경고문이 붙어 있지만 철책을 물리면서까지 길을 내어주었으니 오히려 그 문구가 정겹게 느껴진다. 가림막을 한 철책은 왼쪽으로 쳐져 있고, 탐방로는 차가 다닐 만큼 넓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정원에 닿았다. 청운대 봉우리 일대에 야생화 정원을 꾸몄다. 봉우리 위에는 데크를 깔아 전망대를 만들어두었다. 예전에 기관총이 결렸을 법한 자리에 큼지막한 쌍안경이 놓였다. 육안으로도 조망되는 구미 금오산을 견주어 보았더니 정상부의 철탑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정상부의 철탑은 금오산과 팔공산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 금오산 정상인 현월봉도 일부 철책을 걷어내고 지난해 11월에 일반인에 개방된 곳이다.

쌍안경을 북쪽으로 돌려 팔공산 자락 고향마을을 내려다보니 격세지감이다. 군위군 산성면·부계면 일대에서는 1980년대초만 하더라도 이곳 군부대에서 하루에 한 번 정오면 사이렌을 울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정확히 낮 12시에 울렸고, 사이렌이 울리면 들판에서 일을 하다가도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갔다. 또 흔치 않던 손목시계나 벽시계를 12시에 맞추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왕 쌍안경을 든 김에 고향마을을 훑고는 조림산, 의성의 금성, 비봉산, 선암산까지 스캔해 본다.

‘비로봉 1.05㎞’ 이정표 방향으로 나가면 군부대 후문에서 비로봉 일대의 통신시설까지 연결된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진다. 50m를 내려가면 왼쪽으로 굽은 도로 옆에 작은 표석이 놓여 있다. 표석이 있는 지점으로 군사시설 철책을 따라 북동쪽으로 나가면 맷돌바위로 갈 수 있다. 한번은 군부대의 허락을 받아 맷돌바위를 촬영하러 갔더니 병사들은 햄버거바위로 부르고 있었다. 바위가 삼층으로 포개져 있어 병사들 눈에 흡사 햄버거로 보였던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떡바위로 부르기도 한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완만한 오르막의 포장길을 따르면 각 통신·방송사 중계소 철탑을 지나고 대구 방향으로 탁 트이는 마당이 나온다. 30m만 오르면 비로봉 정상에 올라서고, 왼쪽으로 건너다보이는 동봉이며 관봉(갓바위)까지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은 서봉과 파계재·한티재로 이어지는 서쪽 주능선이, 서남쪽으로는 가야산과 황악산까지 조망이 시원스럽다. 비로봉에 올라서면 ‘군위 11’로 적은 삼각점이 놓여있고, 자연석에 누군가 ‘비로봉 1천193m’를 적은 글귀가 보인다. 비로봉(毘盧峰)의 비로는 불교에서 ‘높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비로자나는 모든 곳에 두루 비추는 부처님 몸의 빛을 뜻하고, 비로자나불은 법신불을 뜻한다. 비로봉이란 이름에는 이 산에서 최고 높은 봉우리라는 뜻과 불교적 의미가 함께 내포돼 있다. 팔공산 전체에 100개가 넘는 산길이 나있다. 산길의 시작과 끝은 대부분 절이나 암자, 불상이 있는 골짜기나 능선을 지나게 된다. 비로봉에서 동봉으로 건너가다 보면 장군메기의 ‘석조약사여래불입상’이 있고, 비로봉을 내려서서 서봉으로 향하다보면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다. 팔공산 일대를 불교 성지라고도 일컬을 만큼 불교와의 인연이 깊은 산이다.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단풍이 붉게 물든 청운대 바위를 바라보며 걷는다. 1970년대까지 팔공산 청운대 바위에 암벽을 개척하고 대구에서 오도재를 넘어 하루를 꼬박 걸어 등반을 다닌 선배들의 무용담에도 가을의 청운대 단풍은 금강산의 단풍과도 견줄 만하다고 했다. 하늘정원 부근에 많이 자라는 마가목이며 참빗살나무 열매가 붉게 익어 산새들을 불러 모은다. 하늘과 맞닿은 하늘아래의 정원에서 가을 잔치가 벌어졌다.

바람이 인다. 은빛 억새를 흔든다. 보석을 하나 캔 듯 가슴이 뿌듯하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 길잡이

원효구도길 종합안내도- (10분)-헬기장-(10분)-하늘정원-(25분)-비로봉-(40분)-하늘정원 주차장

팔공산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넓은 평원이 자리하고 있는 한 봉우리. 1967년 이 봉우리에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일반인 출입통제가 됐다. 군사시설에 묶여 잠자고 있던 땅을 군위군이 지난해 11월말 군부대 등과 협의해 국비·도비·군비 등 30억원의 비용을 들여 철조망을 물리고 일부 부지를 분할한 후 하늘정원을 조성해 개방했다. 팔공산 하늘정원 길은 1천m가 넘는 정상 가까이 차량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군사시설 바로 앞 하늘정원 주차장에서 데크를 따라 500m를 오르면 청운대 위 하늘정원에 닿을 수 있고, 약 1㎞만 더 가면 최고봉인 비로봉에 오를 수 있다. 차량으로는 오은사를 지나 오른쪽으로 ‘오도암 1.5㎞’ 이정표를 따르면 청운대 아래 원효대사가 머물렀다는 오도암에 이를 수 있다. 전문가와 동행한다면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원효굴, 좌선대를 오른 뒤 청운대를 올라서면 하늘정원 길과 만날 수 있다.

☞ 교통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를 따라 청통·와촌IC를 나와 우회전으로 919번 지방도로를 따라 신녕면소재지, 백학삼거리를 지나 부계면소재지까지 간다. 부계면소재지에서 좌회전으로 ‘군위삼존석굴, 한티재’ 이정표를 따라 약 6㎞를 가면 ‘쉬었다가세요’ 식당과 동산1리, 동산계곡 이정표가 있는 작은 네거리를 만난다. 좌회전해 약 7㎞ 가면 하늘정원 주차장이 나온다.
▶중앙고속도로 가산IC, 군위IC에서 내려 5번 국도를 따라 효령면소재지까지 간 다음 919번 지방도로로 부계면소재지에서 우회전으로 군위삼존석굴, 한티재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 내비게이션
군위군 부계면 원효길 1, 지번주소: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1257번지(쉬었다가세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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