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공덕산(해발 913m, 문경시 산북면·동로면)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12-11   |  발행일 2015-12-11 제39면   |  수정 2015-12-11
나옹선사가 앉아 득도했다는 안장바위에 닿으면 조망은 깨달음 얻듯 절정
20151211
암릉구간의 안장바위. 말 안장을 닮은 안장바위를 일행이 넘고 있다.
20151211
묘적암에서 날머리 주차장으로 향하는 전나무 숲길.
20151211
묘적암 마애불좌상.
20151211
나옹선사가 득도했다는 묘적암.


공덕산(功德山 912.9m)은 문경시 산북면과 동로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주능선은 백두대간 포암산(961m)과 조령산(1017m)으로 뻗어 내리다가 대미산(1115m)에서 지맥이 갈라져 천주봉(842m)과 함께 나란히 우뚝 솟아 있다. 지형도상의 공덕산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사불산(四佛山)이라고도 불리는 산이다. 공덕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능선을 따르다 832m봉에서 윤필암으로 내려서는 능선에 네 면에 불상이 새겨진 바위가 있어 사불암이라 했고, 사불산이라 불리게 되었단다. 이름난 산에는 이름난 절이 있기 마련이듯 공덕산도 예외는 아니다. 신라 진평왕 9년(587)에 창건되어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한 대승사가 그렇다. 비구니들의 수도처인 윤필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로 시작하는 선시를 지은 나옹선사가 득도하였다는 묘적암, 보현암을 부속 암자로 거느리고 있는 거찰이다.

산행은 공덕산을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거나 천주봉과 공덕산을 이어서 하루산행을 하기에 적당하다. 산북면 전두리마을 입구에 대승사 안내표석이 서있다. 여기서 1.5㎞를 포장길로 오르면 윤필암과 대승사 갈림길에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대승사로 향한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대승사로 오르는 길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자라고 있어 고찰로 이어지는 길답다는 생각에 저절로 숙연해진다.

쉬엄쉬엄 20분 정도 오르면 ‘사불산 대승사’라 적힌 일주문을 만난다.

대승사 입구의 요사채는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로 주변 건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반기지만 경내에 들어서면 목각탱을 모신 대웅전과 나한상을 모신 응진전이 고찰이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반듯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 심우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일주문 방향으로 내려서면 왼쪽으로 전나무 숲 사이에 ‘공덕산 2㎞’라 적힌 이정표가 서있다.

들머리는 최근에 정리를 한 듯 바닥을 고르게 계단 형태로 다듬었다. 방광재로 오르는 길에는 전나무와 소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고 키 높이의 진달래도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완만한 길을 따라 20분을 오르면 방광재다. 여기서부터는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쉬어가라고 솔숲에 벤치를 만들어 두었다. 잠시 쉬었다가 주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 오른쪽으로 천주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뚝 솟아있다.

정상까지는 그렇다 할 조망이 트인 곳이 없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천주봉(天柱峰)은 말 그대로 하늘을 받친 기둥처럼 우뚝하다. 정상까지는 50분이 걸렸다. 표석과 삼각점이 나란히 서있는 정상은 사방이 잡목으로 가려져 있어 조망은 없다.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진 능선 길로 50여m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천주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만나고 곧이어 헬기장이다. 헬기장을 지나면 832m봉으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흙길로 안부까지 긴 내리막이다. 참나무와 진달래가 많고, 소나무라고는 보이질 않는데 군데군데 ‘송이 채취구역’표지가 걸려있다. 안부까지 내려서서 다시 오르막길이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다. 832m봉에서 사불암으로 뻗은 능선 갈림길이다. 사불암 능선을 따르면 윤필암으로 내려가게 되고, 오른쪽 능선을 따르면 공덕산의 최고 절경인 암릉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사불산 이름을 낳은 사불암을 볼 것인지, 조망이 좋은 암릉 구간을 택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일행은 망설임 없이 암릉을 지나 묘적암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암릉 길은 8m쯤의 슬랩(경사진 바윗길)부터 시작해서 계속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슬랩 구간에 누군가 가는 로프를 묶어두었다. 곳곳에 위험지역엔 로프가 매달려 있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다만 겨울철이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구간이다. 오르락내리락 몇 번으로 일명 안장바위에 닿으니 조망은 절정에 이른다. 안장바위는 나옹선사가 걸터앉아 수도를 하여 득도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다. 안장을 타넘듯 넘어가다가 걸터앉아 본다. 영락없는 안장이다.

안장바위 끼고 있는 암릉길은
경사진 내리막길
곳곳에 로프 설치
위험하지는 않지만
주의해야 할 구간
10분 내려가면 묘적암 갈림길

겨울 공덕산은 폭설 자주 내려
미리 확인하고 찾는 것이 좋아


안장바위를 지나 암릉 구간을 한 곳 더 지나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이후는 짧은 너덜을 지나 진달래 능선이 이어진다. 안장바위에서 10분 거리에 왼쪽으로 묘적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원래 있던 길은 묘적암 앞으로 내려서도록 나 있었으나 최근에 묘적암을 지나 아래쪽으로 길을 우회시켜 두었다. 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서면 묘적암 아래 포장길로 연결된다. 중간의 오솔길을 따라 묘적암에 들른다. 나옹선사가 득도했다는 묘적암은 전나무 숲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마당 한가운데 신발을 올려놓는 댓돌같이 생긴 돌이 하나 있다. 가로로 1m 남짓한 돌인데 그 가운데 거무스름하게 얼룩져있다. 하루는 나옹선사가 상추를 씻던 중 해인사에서 불이 나자 상추를 씻던 물을 해인사로 뿌려 불을 껐고, 늦게 온 나옹선사를 꾸짖자 그 자리에서 도술을 부려 물방울을 바닥에 내려치고 바닥에 튄 물방울이 마을 심(心)을 새겼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심(心) 자라고 보기 어려운 얼룩이 져있다.

황토색 포장길을 따라 걷다가 왼쪽으로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239호 대승사 마애여래좌상이 보인다. 평면의 화강암에 선명하게 새겨진 마애불은 높이가 6m 정도이고 팔공산의 갓바위처럼 판석을 얹어 갓을 쓴 모양을 하고 있다. 마애불을 둘러보고 사불암이 바라다보이는 윤필암을 지나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전나무 숲을 지나 10분이면 대승사와 갈림길인 주차장에 닿는다.

아직은 그렇다 할 눈 소식이 없지만 얼마 전 문경지역에는 제법 많은 첫눈이 내렸다.

문경에서도 손에 꼽히는 진달래 군락지인 공덕산은 봄에 찾아도 좋고 사계절 좋은 산이지만 특히 겨울철에는 폭설이 내리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확인하고 찾는 것이 좋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주차장-(20분)-대승사-(20분)-방광재-(50분)-공덕산-(25분)-832m봉-(20분)-말 안장바위-(25분)-묘적암-(20분)-주차장

공덕산은 최근 문경시에서 등산로를 정비하고 이정표를 새로 설치하는 등 깨끗이 보전되고 있는 산이다. 대승사와 윤필암 갈림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승사~공덕산~묘적암으로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해 승용차로도 편리하다. 대형 차량은 전두리 마을 입구에서 내려 1.5㎞를 걸어서 올라야 한다.

정상까지는 조망이 어려우나 해발 832m봉 이후부터는 지나온 능선 길과 산내 암자를 내려다볼 수 있고, 운달산과 멀리 백두대간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산행 중 능선에서는 식수를 구할 수 없으므로 대승사에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대승사 앞 주차장은 승용차와 대형 버스도 주차 가능하나 원점회귀 시 차량 회수가 어렵다. 대승사에서 묘적암으로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중부내륙고속국도로 북상주IC에서 내리거나 문경·점촌IC에서 내려 문경시내를 통과한 뒤 단양 방면 59번 국도를 따라 산북면을 지나면 삼거리에 대승사, 김룡사 이정표가 있다. 운달산 김룡사는 왼쪽, 대승사는 직진 방향 이정표를 따르면 전두리 대승사 입구 표지석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1.5㎞를 오르면 대승사, 윤필암 갈림길 주차장이 있다.

☞ 내비게이션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승사길 283(대승사)

20151211


☞ 볼거리=대승사(大乘寺·사진)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 말사로 신라 진평왕 9년(587)에 창건됐다.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하여 1천400여 년의 역사를 지켜오고 있다. 고려조와 조선조를 거치면서 영남의 이름 높은 거찰이었으나 1922년과 1956년 2차례의 화재로 소실돼 그 후 대웅전과 응진전 등을 중건했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575호인 대웅전 목각탱부, 보물 제991호인 금동보살좌상 등이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