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공화국 대한민국으로 .4] 대-중소기업 상생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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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8   |  발행일 2016-01-28 제3면   |  수정 2016-01-29
대기업, 환란 후 고도성장 불가능…中企 상대 수익내기 ‘甲질’
20160128


한국경제가 위기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16 국내경제 진단- 저상장 기조에 위험요인 산재’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국내경제 상황은 대외적 경쟁 격화 속에 안으로는 청년실업과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동시장 불안과 부채 증가 등이 더해지며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 경제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은 신세로 구조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는 중장기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상생의 시장경제 체제로 체질을 전환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진단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의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구조 등 병폐
하도급업체의 49% ‘乙의 눈물’
대기업-中企 성과격차 더 커져
특허분쟁도 中企가 89%나 패소

대기업 의존도 줄이도록 혁신을
금융기관, 中企 선별적 지원해야
한계기업에 들어가는 자금 차단
경쟁력 높여 수익성 개선도 가능

◆상생의 기업환경 조성 필요

지난 13일 중견기업연구원 김경아 연구위원은 ‘대-중견-중소기업 간 성과격차 현황과 개선방안’에서 중견·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성과격차는 수익성과 임금에서 모두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3년 대기업이 4.7%인 반면 중소기업은 3.2%로 나타났다. 임금의 경우 2014년 기준 제조업 부문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52.5%에 불과했다. 이는 2010년 영국(85.3%), 2010년 프랑스(90.0%), 2011년 일본의 (82.1%), 2014년 독일(73.9%)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2013년 제조업 일부 업종 조사’에 따르면 원사업자인 대기업 임금수준과 비교하면 1차 벤더 60%, 2차 벤더 30~40%, 3차 밴더는 20~30% 수준에 머물러 원사업자인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격차를 야기한 요인으로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구조 △기업 간 노동생산성 격차 △부당 내부거래 등을 지적하며 “심각한 성과격차는 우리경제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지속적인 경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중견·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중소기업 특허탈취 등의 악습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 특허분쟁소송 패소율 89.9%

지난해 8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특허경영 애로 조사’에 따르면 특허를 보유한 국내 500개 중소기업 중 절반이 넘는 271곳(54.2%)이 특허분쟁 가능성이 크거나 이미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분쟁 상대로는 글로벌 기업(13.7%)이나 이른바 ‘특허괴물’(개인 또는 기업으로부터 특허기술을 사들여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챙기는 회사·8.1%)보다 우리나라 중견기업(28.8%)과 대기업(15.9%)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특허분쟁소송 등에서 중소기업이 이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의 패소율이 89.9%에 달했다. 특히 본안소송까지 진행된 20건 중 중소기업이 승소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또 더불어민주당 부좌현 의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특허무효심판 인용률은 53.2%로, 미국(40.7%), 일본(20.6%)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특허무효심판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반면 중소기업청과 특허청에 따르면 중소기업 4개 중 1곳, 벤처기업 5개 중 1곳만 특허소송 전담 부서를 뒀다. 평균 전담 인원은 각각 0.5명, 0.3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기업 2개 중 1곳은 특허 소송만 전문으로 대처하는 부서가 있고 인원은 2명이 넘는다. 여기에 사내 법무팀 인원까지 더하면 특허 소송에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인력은 몇 곱절 증가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특허 소송이 벌어지면 대기업이 백전백승하는 이유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베끼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성장의 사다리를 오히려 걷어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원도급기업의 갑질도 문제로 지목된다.

◆근절되지 않는 원도급업체 횡포

공정거래위원회가 원도급기업(원사업자) 5천개, 하도급기업(수급사업자) 9만5천개 등 총 10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 이후 원도급기업으로부터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겪었다고 답한 하도급기업 비율은 49.1%로 하도급기업 중 절반 가까이가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하도급기업의 응답 비율이 33.8%로 가장 높았고, 납품 단가가 부당하게 결정되거나 깎였다는 응답 비율은 7.2%, 원도급기업이 주문을 했다가 부당하게 취소했다는 비율은 5.2%였다.

김철식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외환위기 후 고도성장이 불가능해지면서 대기업들이 단기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 절감에 집중한 결과, 절감비용의 대부분이 하도급기업인 중소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에 부담이 전가됐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원도급사업자인 대기업의 ‘갑질’로 수익성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하도급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자체 정규직을 줄이고 이들이 담당하던 기능을 비정규직이나 하위 외주기업에 맡기게 됐다. 이는 결국 원도급 대기업으로부터 하위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이고 중층적인 하도급구조화와 비정규직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상생의 시장경제’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상생의 선순환 고리 만들어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상생의 시장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확대되고 있는 경제주체 간 성장격차를 상생의 메커니즘으로 극복하자는 의미다.

우선 시장을 통한 효율적 자원배분과 시장 실패를 수정하기 위한 교정장치 등 시장경제활성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또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등 복지제도가 영세제조업 및 생계형 자영업 종사자, 비정규직 등을 적극 배려하면서도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를 위해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루프(고리)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루프 △투자 및 고용확대 루프 △기능 및 숙련 향상 루프 등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루프는 ‘경쟁력 제고→수익성 개선→혁신 역량 강화→경쟁력 제고’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금융기관의 적극적 선별 능력을 통한 한계기업 식별이 중요하다. 금융기관이 한계기업을 적극 식별하면 담보력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하고 유망 기업의 성장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나아가 중소기업의 고질적 문제인 과당경쟁을 감소시켜 연구개발(R&D) 여력이 증가되고, 이는 다시 혁신 역량향상으로 이어진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화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혁신노력과 대기업의 협력 업체 지원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 향상은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 판로 개척을 가능하게 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업이 기능 및 숙련 교육훈련을 확대하고 이를 승진과 연계시켜 인적자원의 수준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정규직 채용이 늘 수 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해선 중소기업을 밀착 지원할 수 있는 지역 금융기관을 육성하는 한편, 대기업이 기술지도나 협력 강화로 중소기업과 유기적 관계를 이뤄야 한다"며 “특히 부유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극 실천하도록 제도적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사회공헌을 하는 개인에게 충분한 명예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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