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 향부자-구박받던 며느리가 죽으려고 먹은 풀이 사실은 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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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2 08:09  |  수정 2016-02-02 08:09  |  발행일 2016-02-02 제23면
[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 향부자-구박받던 며느리가 죽으려고 먹은 풀이 사실은 약초

향부자(香附子)는 사초(莎草)과에 속한 다년생초본인 향부자의 뿌리줄기다.

옛날 어느 고을에 연향이라는 참한 규수가 있었는데, 부잣집 외아들에게 시집을 갔다. 엄한 시어른과 시누이와 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 하자니 힘에 벅찼다. 몇 년간 몸은 고달팠지만 참고 일했다. 그러나 손자 소식이 없자 시어른의 구박이 심해졌다. 신랑도 노비처럼 일하는 연향을 피해 밖으로 나돌아 잠자리도 뜸했다. 연향은 하소연할 데도 없어 억울함을 혼자 마음으로 삭였다. 결국 기(氣)가 막혀 가슴과 배가 답답하고 아파왔다.

울화가 쌓여 젖가슴에 응어리가 잡히고 월경도 불순해졌다. 안색이 검어지고 토하면서 혈변까지 나왔다. 시댁식구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신랑은 점점 멀어졌다. 연향은 병까지 얻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강가로 갔다. 강가 모래밭에는 많은 풀들이 돋아나 있었다. 연향은 풀 중 부자(附子)같은 독초가 있으면 삼키고 죽을 작정이었다. 아무 풀이나 뽑아보니 덩이진 뿌리에 털이 난 것이 독초처럼 보였다.

주저 없이 삼켰더니 아무렇지도 않아 여러 뿌리를 캐 먹었다. 얼마 후 오히려 가슴에 맺힌 덩어리가 뚫리면서 온몸에 기혈이 소통되는 느낌이 왔다. 몸과 마음이 놀랄 만큼 편안해지면서 나쁜 마음도 사라졌다. 연향은 날마다 모래밭에 가서 그 뿌리를 캐다가 달여 먹었다. 월경이 골라지고 안색이 전보다 좋아지자 신랑도 가까이 왔다. 얼마가지 않아 장손이 태어나고 대를 잇게 되자 시어른도 반색하며 연향을 아껴 주었다. 동네 사람들은 연향이 부자이기를 바라고 삼켰던 그 풀을 연향의 이름을 따서 향부자라 불렀다.

향부자는 독이 있는 부자와는 전혀 다른 약초다. 기를 잘 통하게 하니 기병(氣病)의 총사(總司)라 일컫는다. 여성의 심경(心境)과 월경을 잘 관리하니 부인과의 주수(主帥)라고도 일컫는다.
<제생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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