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삼성폰 추락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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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3   |  발행일 2016-02-03 제30면   |  수정 2016-02-03
20160203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한국 IT주력 휴대폰 사업
中에 내주는 건 시간문제
농업 간판 쌀수출은 호기
성공적인 안착 위해서는
토털 마케팅 역량 키워야


지난달 29일 찜찜한 뉴스 2가지가 전해졌다. 선거뉴스에 묻혀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한국의 앞날을 상징하는 소식들이었다. 첫 번째 뉴스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1등 세계일류’라는 자부심을 갖게해 온 삼성 휴대폰이 결전장인 중국시장에서 추락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에서의 지난해 4분기 판매량과 지난해 전체 판매량 모두 5위권에 들지 못했다. 앞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제로’다. 중국 업체들이 ‘대륙의 실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삼성 뺨치는 품질과 디자인을 갖춘 폰을 삼성이 대응 불가능한 싼값에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설사 제철, 조선이 몰락해도 IT가 버텨주면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은 사라지고 있다. IT간판인 휴대폰이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것은 ‘한국경제호’가 타이타닉처럼 중국이라는 거대빙산에 부딪혀 침몰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한국사회 리더들은 타이타닉호의 1등석 승객들처럼 여전히 파티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총선이라는 정치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

삼성폰이 중국에서 지리멸렬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진 그날 오후 3시 군산항 컨테이너 터미널 6부두. 겨울비가 내리는 중에도 부두는 활기가 넘쳤다. 쌀이 가득 담긴 컨테이너에는 중국수출을 기념하는 경축 플래카드가 즐비하게 내걸렸다.

이날 6개 도의 명품 쌀 30t이 수출됐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세계 최대 쌀 소비국이다. 농업계에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한국 공산품의 간판인 휴대폰이 밀려나고 농산품의 간판인 쌀을 중국에 수출한다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수립한 한국의 번영전략인 ‘공업선도, 수출입국’이 막을 내리는 불길한 징조처럼 보인다.

해외전문가들은 한국이 휴대폰 사업을 중국에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본다. 그렇더라도 반도체를 지켜낸다면 중국, 일본과 세계 IT시장을 분할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이 때문에 반도체 퇴직 및 퇴출인력의 중국취업을 막는 데 뒤늦게 열을 올리고 있지만 버스 지나 가고 난 뒤에 손을 흔드는 격으로 한참 늦었다.

과거 유럽과 미국이 제조업을 일본과 한국에 내주었듯이 한국도 이제 중국과 인도에 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유럽, 미국, 일본은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첨단부품업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건재하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기반을 확고하게 다져놓지 못한 채 손을 놓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장래불안을 넘어 몰락공포로 와 닿는 것이다.

급락하는 공산품의 경쟁력과 수출을 쌀 같은 농업수출로 만회하여 번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덴마크,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같은 농업경쟁력을 갖추면 가능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농업수출은 휴대폰 같은 공산품처럼 생산과 디자인 기술로 다 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건강까지 책임지는 서비스업이고 토털(종합)마케팅 역량을 요구한다. 이것을 성공시키려면 농업인들이 중국어를 익히고 글로벌 서비스맨으로 거듭나야 한다.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농업에 진출하여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농업계 기득세력들이 훼방을 놓지 않도록 정치적인 리더십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것을 해내지 못하고 휴대폰에 이어 반도체까지 중국에 내준다면 오래전 일본 언론이 지적했듯이 ‘한국은 필리핀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데도 나라는 온통 선거 국면에 휘말려 정계도, 학계도, 언론도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밖에서는 한국을 우려 섞인 눈초리로 바라본다. 한국기업의 주식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역사적인 경험도 찜찜하다. 통일신라 이래 인삼 같은 농산품과 금, 은 같은 광산품을 중국에 수출했고 중국으로부터 책, 약제, 사치품(공산품) 같은 첨단지식기술상품을 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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