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격전지를 가다] 대구 동구을

  • 최우석
  • |
  • 입력 2016-02-05   |  발행일 2016-02-05 제3면   |  수정 2016-02-05
빨간점퍼의 혈투…“유력 대권주자” “새 인물” 민심은 저울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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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졸업식이 열린 대구 강동중 앞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학부모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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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강동중 강당 입구에서 명함과 함께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헌법 1조 vs 진박’

20대 총선 ‘대구 동구을’의 새누리당 경선은 TK(대구·경북) 정치권력의 미래를 결정지을 가늠자로 불린다.

원조 친박(親 박근혜)이었다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공격받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구정치 리더이자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에서 홀로 ‘친박’의 파상공세를 이겨낸 것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지난 1일 예비후보 등록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리에서 시장에서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무거움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대표주자로 하는 친박의 입장에서도 ‘동구을’은 사활이 걸린 지역이다. 유승민 의원의 원내진입을 막아내야 TK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고, 박근혜 정권의 정권 말 레임덕도 늦출 수 있다. 친박을 등에 업은 이재만 전 동구청장 역시 유승민이라는 거물을 잡아낼 경우 다음 목표인 대구시장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의 집권연장이냐, 새로운 리더의 등장이냐를 두고 TK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치지형에 영향을 미칠 ‘동구을’의 현장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같은 현장, 두 후보

지난 3일 오전 10시30분쯤 대구시 동구에 위치한 강동중학교. 졸업식이 열리는 2층 대강당 앞에서 새누리당 빨간 점퍼를 입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전(前) 동구청장 이재만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학부모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8년여 동안 구청장을 한 때문에 그가 악수를 건네자 알아보는 주민들이 많았다. 40대 중년여성은 “아이고, 구청장님, 고생 많네요. 파이팅입니다”라고 말했고, 이 전 구청장도 “잘 지내셨어요”라며 화답했다. 민심을 묻는 질문에 이 전 구청장은 “다들 반가워해 주셔서 힘이 나고 자신 있다”고 웃어보였다.


친박 공세 홀로 막는 유승민
승리 땐 차기 대권주자 우뚝

친박 전폭 지지 받는 이재만
거물 꺾으면 ‘새 리더’ 부상

안갯속 바닥민심 ‘승패 변수’


10여 분 후 졸업식이 시작되자, 이 전 구청장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강동중 교문 밖으로 나왔다. 교문 앞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지난 1일 예비후보로 등록한 유 의원도 새누리당의 빨간 점퍼를 입고 있었다.

서로를 알아본 두 예비후보는 “고생 많습니다”라며 악수는 했지만, 각자 거리를 두고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잠시 후 이 전 구청장이 떠나고 홀로 남은 유 의원은 “열심히 하겠습니더. 도와주이소”라며 연신 허리를 굽히며 주민들에게 인사했다. 주민들도 유승민 의원을 알아보고는 반가워했다. 한 70대 할머니는 “아이고, 길 건너편 지나가다 유 의원 보고 (횡단보도) 넘어 돌아왔다”며 그를 격려했고, 유 의원도 “어이구, 어머니,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지인의 졸업식을 찾았다는 20대 청년은 “힘내세요. 응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학교 내부 졸업식 현장이 아니라 교문 밖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유 의원은 “선거법 여부를 떠나서 빨간 점퍼를 입고 졸업식에 들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교문 밖에서 인사드리고 있다”고 답했다.

두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동촌농협 주부대학 총회’에서도 조우했다.

◆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변수’

바닥민심은 쉽게 점치기 어려웠다. 단, 전통적인 지역정서와 최근 ‘진박(眞朴)’ 논란 등으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심이 이번 승부의 변수다.

먼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지 않은 20~30대 등 비교적 젊은 층은 유승민 의원에 대한 지지성향이 뚜렷했다. 지하철 1호선 용계역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씨(34·대구 동구 해안동)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진박이라는 사람들이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유승민 의원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면서 “대한민국 헌법을 위해서라도 유승민 의원이 당선돼야 하고, 꼭 투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60대 이상에서는 이재만 전 구청장에 대한 호감도가 비교적 높은 분위기였다.

이 전 구청장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방촌시장에서 만난 상인 최모씨(68)는 “예전에는 유 의원을 좋아했는데, 대통령 뒤에서 총질하면 안된다”며 “이재만 전 구청장이 인상도 푸근하고 지역정서도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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