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알파고와 라일리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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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23 07:47  |  수정 2016-02-23 07:47  |  발행일 2016-02-23 제20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알파고와 라일리의 내면
임현호 <연구본부장>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가 해외 프로바둑기사에 승리했다는 보도에 이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세간의 관심은 과연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이 현존하는 최고의 바둑고수를 꺾을 수 있을 것인가에서 출발해 언제쯤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 로봇이 출현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이 빠른 속도로 정보-컴퓨터 기술이 발달한다면 애니메이션 빅히어로에 등장하는 로봇 베이맥스와 같은 포근한 힐링 로봇에서부터 주인공을 지켜내는 터미네이터와 같은 인간형 로봇의 등장이 그렇게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을 닮았다는 것,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는 것일까.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주인공 라일리의 성장을 내면에 자리 잡은 5가지 감정 주체(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의 성장과 변화로 차분히 그려내고 있다.

현실에서 매 순간 마주하는 다양한 정보를 우리는 어떻게 수용하여 복잡한 감정 및 다양한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하는 노력의 중심에 뇌과학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약 1천억개 신경세포의 복잡한 연결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다움의 본질을 규명하는 열쇠가 이렇듯 복잡한 신경세포의 연결망을 규명하는 데 있다고 보고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거대 예산을 투입해 연구 개발에 몰두 중이다. 이제 뇌연구의 세계적 동향은 단일 연구실의 수준으로 수행할 수 없는 ‘거대과학’과 다양한 학문적 배경의 ‘융합과학’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필자는 이달 초 이탈리아에서 열린 고든연구콘퍼런스에 다녀왔다.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120여명의 과학자들이 다양한 연구기법을 활용한 신경세포의 작동원리 규명을 주제로 5박6일간 열띤 토론을 진행했는데, 필자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중국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이었다. 그 속에는 긴 호흡의 창의적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중국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아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도 이러한 세계적 뇌연구의 흐름(거대과학, 융합과학, 긴호흡의 기초과학)에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로봇연구가 눈에 보이지 않고 돈이 될 것 같지 않아도, ‘뇌연구-인간다움의 비밀을 탐구’한다는 것은 그 비밀의 열쇠 하나하나가 인류사의 유산이며, 훗날 잉태될 수많은 신산업의 보고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인간’의 자존심을 세워줄 소식을 전해주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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