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삶을 향한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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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1   |  발행일 2016-04-11 제30면   |  수정 2016-04-11
20160411
김형곤 법무법인 중원 구성원변호사

만발한 봄꽃을 사랑하는 건
겨울을 견뎌낸 데 대한 박수
우리삶도 고난 이겨내면 봄
혼자 전력 질주하는 것보다
손을 잡고 더불어 함께 가자

지난 3일 대구국제마라톤이 대구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한 봄날, 제법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참가자들은 혼자 또는 삼삼오오 모여 열심히 자신의 길을 달리고 있었다. 도로변에서 이를 본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함성을 지르며 가벼운 춤으로 선수들을 응원하는 젊은 여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는데 신선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그날 참가자들은 오직 1등을 하기 위해 마라톤에 참여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민들 역시 제일 앞서간 선수에게만 박수와 환호를 보낸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완주하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아낌없이 응원해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 삶은 오직 1등을 하기 위한 경쟁만이 아니고 1등의 삶만이 의미 있는 삶도 아니다. 어쩌면 삶에서 1등, 2등이란 등수를 매기는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다. 봄날 피어나는 꽃과 새순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행복해 하며 그 꽃과 나무를 고마워할 뿐이지 그 어느 꽃, 어느 나무에 등수를 매길 수 있단 말인가.

삶은 단거리 육상이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한순간의 빠름만을 위하여 한 걸음을 내디디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긴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무엇을 위하여 끊임없이 여러 걸음들을 옮기는 일련의 여정인 것이다. 걸음이 조금 더딘 사람도 있고, 한쪽 다리를 절뚝이는 사람도 있지만 무언가를 위하여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내디디는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며 갈채를 받을 만한 것이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매화가 봄을 알리는가 했더니 어느새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하고, 먼 산 진달래는 새색시마냥 수줍게 웃음을 짓는다. 이뿐인가. 가로수들은 어느새 예쁜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고 따스한 봄볕을 향하여 살랑살랑 유혹의 몸짓을 보내고 있다. 봄꽃과 나무의 새순, 그 자체는 아무런 결실이 없지만 우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 내고 생명을 피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꽃과 새순이 지고 난 뒤 가을쯤에는 과실과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기도 한다. 만약 추운 겨울이 없다면 지금 피어나는 꽃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이처럼 애틋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 중 누군가는 힘들게 추운 겨울을 보내며 혼자 울고 있고, 삶에 지쳐 그냥 포기해 버릴까 하는 생각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내일 우리가 그런 모습으로 혼자 서 있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아니 나에게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를 읊어 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그날 마라톤 참가자 모두에게 시민들이 격려의 박수와 환호를 보낸 것처럼 우리가 서로의 삶을 위하여 응원의 갈채를 보내는 것은 어떤가. 누군가를 위하여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디디는 우리를 위하여. 봄꽃을 보면서 그 향기가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찌 나 혼자뿐이겠는가.

중국의 위지안 교수는 “우리는 삶의 최후 순간까지 혼자 싸우는 게 아니었다. 고개만 돌려보아도 바로 옆에, 그리고 뒤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잡아 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언제 내 곁에 있는 이의 손을 잡아 주었던가.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 또한 나 한 사람만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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