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보다 세련되고 질 높은 시골생활 ‘꿈’이 아닙니다

영국 데일스포드 팜마켓은 인근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매일 아침 받아와 판매한다. 같은 건물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도 직접 이 팜마켓의 재료를 활용해 ‘오늘의 요리’를 정한다. <궁리 제공>

“지금 우리 시골에는 젊은이가 거의 없습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절대 농사는 짓지 마라’ ‘도시 가서 살아라’ 하고 등을 떠밉니다. 그만큼 시골에서의 삶이 육체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유럽의 시골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농사기업이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도시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만큼이나 가족농장 자체가 브랜드화되어 경제적으로 도시생활보다 주눅들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이는 삶의 질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의 시골도 이렇게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맥락에서 기획·구성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시골이라는 곳을 막연하게 낭만적으로 접근해서도 안 되지만 또 낭만이 빠지고서야 시골의 맛이 또 뭐가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유럽의 시골은 이런 낭만과 생활의 공존이 너무 멋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쁜 시골, 아름다운 삶, 그리고 도시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 노하우를 배워보고 싶은 의도에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으로 취재여행을 떠났고, 그 결실을 온전히 이 책에 담았습니다.”

오경아 글·그림/ 임종기 사진/ 궁리/ 332쪽/ 1만8천원

방송작가 출신인 저자는 2005년부터 영국 에식스대학교에서 7년 동안 조경학(석·박사)을 공부하며 정원 디자인과 가드닝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왔다. 저자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취재를 위해 영국과 유럽의 오가닉(유기농) 농장과 팜마켓 30여곳을 찾아다니면서 소중한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무엇보다 독자들이 참고하면 좋을 시골생활의 모범이 되는 장소 선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농장 자체가 브랜드화되어 있는 곳, 생산에서 가공 및 유통까지의 6차 산업을 잘 운영하고 있는 곳, 유기농으로 미래지향적 전략을 가지고 있는 곳, 농사기업으로서 성공 사례가 되는 곳, 시골 문화가 생생히 살아있는 박물관, 차별화된 원예농가의 운영사례가 될 만한 곳 등으로 엄선해 책을 꾸렸다.

‘농장이 달라지고 있다- 생산, 유통, 판매 체제를 갖춘 종합 농장 시대’ ‘시골이기에 더 아름다운 원예농가- 시골 문화의 꽃, 원예농가의 변신’ ‘맛있고 멋있는 시골 식당의 진화- 유명 셰프들이 몰려든다’ ‘시골이기에 가능한 박물관- 시골이 문화의 중심지다’ ‘오래된 시골집의 재발견- 시골집이 경쟁력이다’ 등 5부로 구성된 책 속에는 저자가 엄선한 16곳의 시골 생활 노하우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 편의 화보를 보는 듯 시원하게 구성된 레이아웃과 230여장의 본문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면서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와 디자인 팁까지 전해준다.

“시골로 가는 꿈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나 싶은데 시골이 깨끗하지 못하고, 일이 너무 많고, 낙후돼 있고, 도시가 주는 편리함이 없고, 먹고살 길이 막막한 등 많은 요소가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꿈꾸는 ‘시골의 발견’은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으로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집니다. 깨끗하고, 아름답고, 하는 일이 즐겁고, 도시보다 훨씬 좋은 삶의 편리함이 있고, 그러면서도 먹고살 길이 열리는 삶이 제가 앞으로 그려보게 되는 우리 시골의 삶입니다.” 저자의 말이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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