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펄 신진작가 영프로展·스페이스K-대구 말하는 사물들展…젊은작가 전시 2題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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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  발행일 2016-05-18 제22면   |  수정 2016-05-18


20160518
남채은 작 ‘Abraham Lincoln’

기억의 의미를 담다

아트스페이스펄
신진작가 영프로展
비누거품 녹은 초상화
내면 담은 흑백 드로잉
기억의 왜곡·흐름 표현

젊은 작가들의 참신함이 느껴지는 전시 2개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아트스페이스펄(대구 달서구)이 매년 열고 있는 ‘신진작가프로젝트 영프로’의 다섯번째 전시가 아트스페이스펄에서 펼쳐지고 있다.

올해 전시에는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채은, 이원기 작가가 초대됐다. 이들은 우리가 겪고 있는 감정의 변화에 대해 고민했으며 이번 전시에 이를 ‘유명인의 초상’과 ‘행위의 기록’으로 시각화했다. 이를 통해 개인 혹은 사회적 기억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려한다.

남채은 작가는 개인이나 사회적 기억이 감정의 상황적인 흐름에 의해 지워지거나 새롭게 덧붙여지는 과정을 비누거품을 통해 보여준다. 그의 회화방식은 독특하다. 유명인사의 비누조각 초상이 거품을 내며 녹아내리는 방식으로 인물화를 그린다.

아트스페이스펄 정명주 큐레이터는 “남채은 작가의 이런 시도는 개인 혹은 사회로부터 사라져가는 기억, 그 과정에서 왜곡되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것은 물리적이거나 심리적인 작용에 의해 형태가 변해가는 한순간에 대한 은유적인 초상”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재료를 탐구하며 회화, 설치, 공공프로젝트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원기 작가는 선인장을 모티브로 한 화려한 컬러의 기존 작품에서 벗어나 목탄과 흑연을 이용한 흑백드로잉작업을 보여준다. 이 작업은 2010~2012년에 보여준 ‘Wind scape’ 시리즈의 한 부분으로 다소 어둡고 불분명한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이 작가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행위의 기록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게 되었다고 했다. 이 행위의 기록은 무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행위를 하는 과정에 대한 의식의 흐름을 담은 것이다. 6월10일까지. (053)651-6958


20160518
허산 작 ‘Ball in the pillar’

사물의 말을 전하다

스페이스K-대구
말하는 사물들展
돌기둥 등 일상의 사물
통념 벗고 낯설게 표현
유쾌한 상상력 보여줘

스페이스K-대구는 객체로서의 사물이 아닌 하나의 주체로서 사물을 조명한 ‘말하는 사물들’을 진행하고 있다. 박천욱, 지희킴, 허산 등 3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기 다른 사물의 언어들을 시각적으로 번역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박천욱 작가는 주전자, 컵 등 일상의 익숙한 것들을 낯선 방식으로 분해하고 재조합한 조각, 사진작업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수용해왔던 시각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의 작업은 초현실주의의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토대로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우리의 불완전한 인식의 세계를 보다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한 실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지희킴 작가는 기존의 책 위에 드로잉을 그리거나 다른 오브제로 재구성한 팝업북 형식의 설치작업을 통해 개인적 단상에서부터 사회적 통념에 대한 비판에 이르는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는 책을 오브제로 삼은 3가지 연작을 선보인다. 기부받은 책의 펼침 페이지 위에 드로잉한 작업, 기부받은 책속에서 익명의 편지나 오래된 도서 열람증·누군가 적어놓은 메모 등 사적 텍스트를 담은 작품, 팝업북 형태의 드로잉 설치작업 등을 내놓는다.

허산 작가는 부서진 기둥과 무너진 잔해를 실물과 흡사하게 재현한 설치작업을 보여줌으로써 예술과 일상을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을 벗어나는 방법을 흥미롭게 제안한다. 부서진 벽과 기둥 속에 드러난 오브제, 무너진 잔해와 파편은 실재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흡사하게 제작돼 관람객들이 의도적으로 찾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작품인 줄 모르다가 이것이 작품이라고 깨닫는 순간 주변이 달리 보인다. 작품과 작품을 둘러싼 공간, 공간과 관람자, 작가의 의도 등이 점점 확대되고 맞물려가면서 관람자는 다양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스페이스K-대구 고재령 큐레이터는 “세 예술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일상적 사물과 미술적 오브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번 전시는 사물을 바라보는 관습적인 시선을 잠시 접어둔 채 사물들의 발화와 발언에 귀기울이게 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30일까지. (053)766-9377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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