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빠진 아내에 불만?…“범행동기·대상 설득력 약해” 지적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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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8면   |  수정 2016-05-27
■ 경찰 ‘농약소주’ 피의자 지목
경찰 “다른 사연 있지만 못밝혀”
주민 “수사결과 허무하고 찝찝”
20160527

‘청송 농약소주 사건’ 발생 한 달째를 맞은 지난 4월 초. 사건경과와 경찰수사를 종합해 봤을 때 예상된 결론은 △경찰이 범인을 잡는 것 △미제로 남는 것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것 등 세 가지로 압축(영남일보 4월8일자 9면 보도)됐다. 결국 경찰은 음독 사망한 마을주민 A씨(74)를 피의자로 지목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범행 대상과 동기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오리무중인 범행대상과 동기

26일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A씨가 해치려 한 범행 대상은 소주를 마시는 ‘특정 다수’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면, 굳이 소주병에 메소밀 농약을 넣을 필요는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범행 동기 부분에 대해선 경찰도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은 “A씨가 마을주민에게 자신의 아내가 가정사를 잘 돌보지 않고 화투놀이를 즐긴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탐문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따로 살아온 아내가 화투놀이에 빠졌다는 이유로 ‘특정 다수’에게 해코지를 하려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다수에게 원한을 품고 극약을 이용해 잔인하게 살해하려 한 범행 동기로는 다소 미약하다는 것.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아내는 평소 소주를 한 잔씩 마실 줄은 알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A씨가 아내가 아닌 다른 인물을 범행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이유(범행 동기)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의 화투놀이에 대한 불만 외에도 범행 동기가 될 수 있을 만한 사연이 있지만,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밝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 “큰 상처”

수사발표가 있던 26일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은 여전히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을회관에 두 달이 넘도록 쳐져 있던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사라졌다는 것 정도였다. 폴리스라인은 없어졌지만, 마을회관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오래도록 주민의 왕래가 없는 듯했다.

마을입구에서 수㎞ 떨어진 A씨의 축사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마을 안에선 농사 일을 하는 주민 몇명 외에는 외출을 하는 주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쩌다 만난 주민 중 일부는 경찰이 농약소주 사건의 범인으로 음독 사망한 같은 마을 주민을 지목했단 소식을 알고 있었다. ‘설마’하던 일이 ‘진짜’라고 발표되자, 주민들은 큰 충격과 상처를 받은 듯했다.

경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하는 주민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주민은 “경찰 수사 결과가 너무 허무하고, 의문이 많이 든다. A씨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범인을 영영 못 잡았을 것 같아 화도 난다”며 “농약을 탄 소주가 어떻게 김치냉장고까지 갔는지 궁금하다. 사건에 대해 찝찝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마을회관 옆에서 만난 한 70대 주민은 “A씨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소만 키우고 늘 조용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며 “그 사건(농약소주 사건) 이후로 마을 분위기가 엉망이다. 저놈의 마을회관을 없애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 “사건이 있은 후로는 마을사람끼리 모여서 음식 등을 나눠먹는 일도 없고, 남이 갖다 준 음식도 무서워서 못 먹을 지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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