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계절의 경계를 허문 여름 가죽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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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4   |  발행일 2016-06-24 제39면   |  수정 2016-06-24
“멋내다 여름에 쪄죽는다”는 옛말!
20160624

사계절 아우르는 가죽의 변신에 관심
냉방 빵빵한 실내활동 많은 여성 타깃
니나리치 타조 깃털 장식 가죽드레스 등
각 브랜드 SS시즌 가죽아이템 쏟아내

차갑고 매끈하게 무광코팅한 얇은 가죽
종이 오린 듯 깔끔한 컷 아웃 기법 활용
통기성 높이면서 다채로운 무늬 연출
니트나 그물 같은 느낌 가죽옷도 등장

패션에 있어서 ‘경계’란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다. 성별을 분간할 수 없는 디자인, 젠더리스 룩이 한동안 인기를 끌더니 이젠 계절을 허무는 디자인과 소재가 인기다.

옷을 선택하는 데 있어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진 요즘,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S/S 시즌을 위한 가죽 아이템을 선보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런 웨이를 통해 가장 먼저 감지된 여름 가죽 아이템으로는 에르메스의 얇은 가죽 아우터와 스커트, 3.1 필립 림의 미니 드레스 그리고 토즈의 팬츠와 스커트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가죽 아이템들이 주목을 받았다. 타조 깃털을 장식한 니나리치의 가죽드레스는 특별한 날이나 연말 모임에도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사계절을 아우르는 가죽의 다재다능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엔 실제로 가죽을 여름에도 입을 수 있게 개발한 브랜드들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름에 가죽 아이템을 입고 거리로 나가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많은 브랜드를 통해 여름 가죽 제품이 쏟아지다 보니 골라 입는 재미가 크다. 뜨거운 태양 아래 보내는 시간보다, 에어컨 바람 앞에서의 실내 활동이 더 많은 도시 여성에게 여름 가죽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컷 아웃 기법

사실 앞이 막힌 구두조차 꺼려지는 여름날에 통기성이 취약한 가죽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터이다. 이러한 이유로 통기성을 높이는 동시에 다채로운 무늬로 화사함을 더해주는 컷 아웃 디테일은 여름 가죽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법이다.

주로 백이나 슈즈 등의 액세서리에 활용되던 컷 아웃 공법이 최근 옷에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최근의 가죽의 컷 아웃은 마치 가위로 종이를 오린 듯 깔끔한 단면이 돋보인다. 이는 레이저 커팅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강한 수압을 이용한 워터 커팅에 그 비법이 있다. 에스카다의 2016 S/S 프레젠테이션은 롱플라워 패턴으로 엠보싱 처리한 얇은 가죽에 불규칙한 간격과 형태의 컷 아웃 디테일을 가미한 소재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가공 과정을 거친 가죽은 내구성이 약해진 만큼 안쪽에 메시 소재를 덧대 힘을 더하는 동시에 통기성을 보강한다.

◆얇은 소재

이번 시즌, 여름 가죽을 대하는 디자이너들의 자세 또한 옳았다. 가죽 아이템을 입을 때면 멋을 위해 감수해야 했던 가죽 특유의 중량감 역시 여름에 어울리도록 상당 부분 해소됐다.

품질과 디자인을 겸비한 이탈리아 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토즈는 지난 몇 시즌 가죽 옷 제작에 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그들은 종이처럼 얇은 가죽 소재 아이템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차갑고 매끈하게 무광 코팅한 이 얇은 가죽은 피부가 달아올랐을 때 대고 싶을 만큼 시원하고 파삭파삭한 느낌을 준다.

◆새로운 텍스처

성근 짜임의 니트나 천처럼 보이는 가죽이 등장했다. 제냐는 이탈리아어로 가죽을 뜻하는 ‘펠레’와 직물을 뜻하는 ‘테스타’를 조합한 ‘펠레 테스타’라는 소재를 새롭게 선보였다. 실처럼 얇은 가죽을 직조한 것으로, 짜임이 탄탄하고 내구성이 강할 뿐 아니라 통기성이 뛰어나 여름용 구두와 벨트를 만드는 데 안성맞춤이다.

워싱이나 열처리를 통해 가죽의 질감을 패브릭처럼 변형한 아이템들도 많이 선보였다. 그 중 니트처럼 보이는 트랜짓의 가죽 소재가 신선하다. 라면처럼 곱슬거리는 데다 유연하게 늘어지는 질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촘촘하게 구멍을 낸 가죽에 워싱과 열처리를 가해 그물처럼 표현했는데, 구멍이 뚫린 단면이 불규칙하고 거칠어 자연스러운 매력을 배가시킨다. 가죽의 진짜 묘미는 빳빳함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손때 묻고 낡아 부드러워지는 촉감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소재가 될 것이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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