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용사 이름 새겨진 기념비 공사장 방치

  • 채건기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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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9   |  발행일 2016-06-29 제13면   |  수정 2016-06-30
대구 동구 용수동 서촌初 인근
전원주택 개발 붐 곳곳서 공사
주민들 “보훈청·지자체 방관”
20160629
지난 20일 대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전원주택 공사장 인근에 6·25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새겨긴 비석이 방치되다시피 세워져 있다.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나요?”

지난 20일 오후 대구시 동구 중대동 서촌초등학교 정문 옆.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이 학교 일대는 최근 전원주택 붐이 일면서 곳곳에 집짓기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한켠에 가로 50㎝ 세로 1.7m 크기의 비석이 방치돼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6·25 전쟁 당시 공산동 일대 전투에 징집돼 전사한 동네주민의 이름 수백 여개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휴전 이후 9년이 지난 1962년 대구지역 보훈기관이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비석을 세웠지만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흉물스럽게 남은 것이다.

처음 비석이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주변은 대부분 임야나 임도밖에 없었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개발 바람이 팔공산 자락을 휩쓸면서 비석은 애물단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인근에 펜션과 별장을 짓는 건축주들이 비석이 보이지 않게 건축설계를 하는 등 비석 유지 관리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촌초등 재학생들 역시 산교육의 장인 비석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어 지도교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훈청과 지자체는 방관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대동에서 40년째 살아온 주민 신모씨(65)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땅을 치고 통곡할 것”이라며 “하루 빨리 비석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해 호국영령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채건기 시민기자 ken497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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