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콘셉트 있는 자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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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18 07:54  |  수정 2016-07-18 07:54  |  발행일 2016-07-18 제15면
[행복한 교육] 콘셉트 있는 자기 소개
이금희 <대구공고 수석교사>

한 학기동안 3학년들과 수업을 하였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3학년 1학기까지만 국영수를 배운다. 2학기 때는 취업으로 많은 학생이 자리를 비우기 때문이다. 학기를 시작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취업을 앞둔 아이들에게 국어 수업이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때 나는 ‘표현력을 키워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표현력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조리 있게, 그리고 감정 상하지 않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 표현 능력은 경청 능력, 공감 능력과 함께 어우러져 의사소통 능력의 바탕이 된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표현’이라는 단어가 ‘말 많음, 기가 셈, 가벼움’ 등의 부정적 뉘앙스로 종종 해석되어 어른들도 전반적으로 말이 짧고, 아이들도 당연히 말이 짧다. 문제는 말이 짧다 보니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만 끝나기 쉽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보다는 내 것을 내뱉는 것에 그치기 쉽다는 것이다. 말해야 할 때 정작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거나, 말을 해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나중에 뒷 담화와 울분의 형식으로 토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표현의 대부분은 사실 대화다. 대화는 친교를 넘어 업무에 대한 협의와 더 좋은 아이디어 창출과 문제 해결을 위한 모색 과정에 존재한다. 개인적 독백이야 형식이 상관없지만 의사전달과 협의와 창조로서의 표현은 어느 정도 격식에 맞추어야 하고, 자신 있고, 조리 있게 해야 한다. 그냥 대구 식으로 짧게 끝내면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표현력을 키울 수 있을까? 당연히 표현을 자주 해봐야 한다. 마치 허벅지 근력을 키우려면 허벅지 부분을 집중적으로 반복 운동해야 하는 것처럼. 나는 학생들을 매 시간 칠판 앞으로 불러냈다. 앉아서는 큰 소리로 잘 대답하던 아이도 나와서 하는 발표는 어려워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뭇 시선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목소리가 작아져 미리 생각했던 말도 다 못하고 휘리릭 들어가 버린다. 그래서 내용을 발표하기 전에 자신을 크고 당당하게 소개하게 했다. 이때 활용한 것이 ‘콘셉트 있는 자기 소개’다.

콘셉트 소개는 자신의 이름 앞에 긍정적인 수식어를 넣어 소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항상 성실한 대구공고 홍길동’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때 ‘성실하고 싶은 홍길동’은 안 된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된 것처럼 ‘성실한 홍길동’으로 소개해야 한다. 이런 긍정적인 수식어를 넣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 암시 때문이다. 콘셉트를 고민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장점을 인식하고 지향점을 찾게 된다. 또한 이런 소개는 취업 면접에서 차별성도 부여해 준다. 서너 명이 면접을 볼 때 그냥 이름 석 자만 말하면 솔직히 귀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다사에 살면서 3년 동안 한 번도 지각하지 않은 대구공고 홍길동입니다”라고 소개하면 면접관의 뇌리에 ‘지각 안 한 아이’가 남을 확률이 높다.

나와서 발표하는 내용이 10초 밖에 안 되어도 꼭 이렇게 소개를 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멋쩍어하더니 매번 그렇게 하니 당연한 줄 알고 잘 한다.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강점을 대견하게 여기는 사람은 말할 때 자세도 바르고 목소리도 당당하다. 말도 신중하게 하고, 말끝을 흐리지 않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고 한다. 아주 작은 시도지만 콘셉트 있는 소개가 학생의 표현력 향상에 작은 동력이 되었다고 나는 평가한다. 이참에 나도 콘셉트 있는 소개를 해 볼까? “안녕하세요. 오드리 헵번처럼 아름다운 이금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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