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의 정신세계] 너에게 묻는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10-11 08:22  |  수정 2016-10-11 08:22  |  발행일 2016-10-11 제26면
[곽호순의 정신세계]  너에게 묻는다
<곽호순병원 원장>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라는 유명한 시의 전문이다. 시인은 다 타버린 연탄재 한 장에도 큰 의미를 붙여 우리에게 신중하게 묻고 있다. 시인은 우리에게 생각하게 하고, 아프게 채찍질하는 큰 의미로 다 타버린 연탄재를 생각했다. 우리가 이 시를 읽고 한순간이라도 다른 이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고자 했던가를 생각해 본다면 이 시인의 생각은 정말 창조적이다.

시인은 시인다운, 화가는 화가다운, 건축가는 건축가다운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 사람답다는 생각이 그 사람을 창작하게 한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그만큼 불편한 생각을 한다. 특히 우울한 사람은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울해할 것이 분명하다.

우울한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편향을 ‘인지적 오류’라고 한다. 그 인지적 오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흑백논리적 사고’를 한다. 성공이냐 실패냐, 친구냐 적이냐, 예스냐 노냐로 판단하지 중간을 생각하지 못하고 여유를 생각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좌절하고 우울해져 버린다.

‘과잉 일반화’는 몇 번의 작은 실수를 모든 것이 다 그럴 것으로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시험 한 번 잘못 쳤다고 “나는 모든 것이 엉망이야, 되는 것이 없어”라고 지나치게 일반화해 버리면 누군들 우울하지 않을까. 뿐만 아니다. ‘과잉 축소화’ 또한 우울하게끔 한다.

누가 자신을 칭찬해도 “내가 잘하는 것이 뭐가 있어, 나는 약점투성이야”라고 의미 절하시켜 버리면 자신의 장점은 묻혀 버리고 단점만 커져버리는데, 그런 편향적인 생각이 우울을 만든다. 우울한 사람들은 ‘인위적 추론’을 한다. 이는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전혀 없이 결론을 내린다는 뜻이다. 만약 소풍 가는 날에 비가 온다고 해서 “봐! 내가 하는 일은 잘 되는 것이 없어”라고 한탄하며 하늘만 쳐다본다면 우울할 수밖에.

현실을 잘못되고 부정적인 것으로 단정해 버리는 ‘감정적 추리’, 자신과 무관한 일들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개인화’, 충분한 근거 없이 남의 생각을 부정적일 것이라 여겨버리는 ‘독심술의 오류’ 같은 생각들도 다 우울한 사람들이 쉽게 나타내는 인지적 오류들이다.

우울한 사람들에게 묻는다. ‘어떤 일이나 상황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단정하지 않는지, 혹은 과잉 일반화하거나 과잉 축소화하거나 혹은 흑백논리적인 사고에 젖어 있지 않은지, 마음대로 남의 생각을 부정적으로 예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증거가 없는데도 모든 것을 본인의 잘못으로 생각하지는 않는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이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