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칼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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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6   |  발행일 2016-10-26 제1면   |  수정 2016-10-26
국기문란 자초…위기의 박근혜 정부
국민에게 정직하게 진실 고백
문고리 3인방 등 靑·내각 쇄신
국회 차원의 성역없는 조사로
비선실세 국정농단 끊었을 것

어제(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최순실’을 언급했다. 지난 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약 어느 누구라도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 받을 것”이라고 했던 말보다는 진전됐다. ‘최순실씨가 44개의 대통령 연설문 등을 미리 받아본 PC가 확인됐다’(JTBC)는 스모킹 건(Smoking gun·어떤 범죄나 사건을 해결할 때 나오는 결정적 증거)이 나오자 어쩔 수 없이 끌려나온 느낌이다.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박 대통령).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선거 때로 끝내야 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나 최순실씨는 아니다. 지금도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며 호가호위했다. 각종 의혹을 넘어 ‘팩트’가 확인되고 있다. 딸의 명문대(이화여대) 특혜 입학 같은, 서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일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침묵하다가(혹은 개헌론 등으로 본질을 흐리다가) 스모킹 건이 나오자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대통령이 고개를 한 번 숙였다고 끝일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야권과 대다수 국민은 박 대통령이 ‘꼬리 자르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말로만이다. 사과만 했다고 될 일이 아니다. 푸념을 했으면 푸념거리가 된 일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각오, 지시가 뒤따라야 한다. 대통령의 말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로 끝났다.

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들은 국민정서를 건드리는 부분도 있지만 실정법 위반 소지도 군데군데 남겼다.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외국환관리법 등을 위반한 혐의는 개인적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설문에 ‘자연인 최순실’의 생각이 개입했다면 사정이 다르다. 최순실씨의 사무실에서 나온 컴퓨터에 청와대 내부 문건들이 들어 있었다면, 해당 자료가 청와대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면, 유출을 지시한 사람(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유출한 사람(정호성 부속실장)은 모두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국기문란인 까닭이다.

오늘(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에 맞아 숨진 지 37년이 되는 날이다. 박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박정희의 유산’으로 권력을 잡았다. 박정희 대통령이라면 이런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먼저 정직하게 진실을 고백했을 거다. ‘사후 처리’ 없는 대국민 사과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쳤을 거다. 사정기관을 장악한 우 수석을 그대로 두고 국기문란 사범을 처벌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우 수석을 내쳐야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다음 수순으로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료와 청와대 참모들을 모두 바꾸지 않았을까. 2014년 연말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안긴 문고리 3인방(정호성 부속실 비서관·이재만 총무비서관·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을 포함해서…. 그리고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정치권이 논의해서 성역없이 모든 걸 파헤치라고 지시했을 것 같다.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1년4개월 남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내 대통령 위의 권력, 청와대 비서실 위의 비선실세가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국민의 시선을 비켜갈 수 없다. 대통령이 아무리 국정운영 책임자라고 해도 국민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 부끄러운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줘서도 안 된다. 1979년 박정희 정권은 유고(有故)를 당했다. 지금은 박근혜 정권이 사실상 ‘유고’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선 국민 앞에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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