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식감의 한우 숙성 스테이크…맛도 가격도 ‘굿’

  • 이은경
  • |
  • 입력 2016-11-18   |  발행일 2016-11-18 제40면   |  수정 2016-11-18
20161118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립아이페퍼스테이크, 루콜라피자, 파스타, 샐러드바 모습.
20161118
김홍두 메인세프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그 옛날 자장면을 대신해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최대한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어 먹는 것이 요즘엔 특별한 저녁이 됐다. 하지만 원가는 비싸고 서비스와 인테리어가 화려한 탓에, 스테이크는 서민의 한 끼가 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도 가진 것 넉넉잖은 사람들이 호사를 부리기엔 먹는 것이 최고. 뱃속이 든든하면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법. 한창 계절이 무르익어 아름다운 가을의 절정을 보여주는 수성못 끝자락에 자리한 무무스는 가벼운 지갑으로 그 작은 호사를 누리기에 더없이 적당한 곳이다.


대구 수성못 끝자락 위치 ‘무무스’
특급호텔 36년 경력 김홍두 셰프

20∼30일 숙성 한우 스테이크요리
겉 바삭, 속은 야들야들 촉촉한 맛
고급 안심·티본도 2만원대 착한 값

‘10대 슈퍼푸드’ 샐러드바와 파스타
伊 전채요리 안티파스토는 무제한
폼페이 화산석 화덕 피자도 일품


◆오랜 감각에 의한 불의 과학

무무스의 스테이크는 겉과 속이 다른 맛이다. 제법 도톰한데, 굽는 도중에 뒤틀린 흔적이 전혀 없다. 특급호텔 출신 36년 경력의 요리기능장 김홍두 무무스 셰프는 “자체 숙성실에서 20~30일 숙성시켜 부위별로 선보인다”면서 “향신료와 소스를 적게 쓰고 셰프의 오랜 감각에 의한 ‘불의 과학’으로 만든 요리”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저 고깃덩어리 하나를 불 위에서 구워낼 뿐인 듯한데, 그 과정은 과학을 불러와야 할 만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정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숙성된 고기는 굽기 15~30분 전에 숙성고에서 꺼낸다. 김 셰프가 고기 표면의 불필요한 수분을 없애고 소금을 골고루 뿌린다. 고기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무쇠 프라이팬을 꺼내 중불에 올려 충분히 달궈지면 그제야 고기를 얹는다. 고기 표면에 육즙이 땀처럼 송송 맺힌다. 갈색으로 브라우닝 되었을 때 고기를 뒤집어 다른 쪽을 굽는다. 김 셰프가 “미디엄레어나 미디엄 정도가 되어야 스테이크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알려준다. 핏기라도 비칠라 ‘웰던’에 더해 ‘바싹 구워달라’고 특별히 주문해 온 스테이크에 대한 지금까지의 자세가 후회되는 순간이다.

스테이크 요리에서 가장 까다로운 건 불 조절이다. 익히는 정도에 따라 웰던(익힌 것)에서부터 미디엄(중간), 레어(살짝 구운 것)로 나뉜다. 까다로운 유럽 식당에서는 블루나 미디엄 레어를 넣어 5, 6단계로 세분화하기도 한다. 김 셰프는 “완전히 익히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해야 하고 오래 구우면서도 육즙이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웰던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구워진 고기는 바로 내지 않는다. 반드시 열기를 침착시켜서 낸다. 김 셰프가 “고기를 굽는 즉시 내면 자르는 순간 육즙이 다 빠지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알려준다. 구워진 고기는 접시에 옮겨져 3~4분 숙면을 취한다. 이런 레스팅(resting) 과정을 거쳐서인지 육즙이 고기 안에 고루 퍼져, 먹는 내내 촉촉하다. 겉은 바싹 지져 짙은 갈색으로 시어링(바싹 태우듯이 굽기)되어 터프하게 보이지만, 진하고 고소한 듯 풍미가 있다. 속은 야들야들한 촉감과 그대로 살아 있는 육즙으로 무너질 듯 부드럽다.

◆2만원대 맛보는 최고급 한우스테이크

2만원대 한우스테이크를 내놓는 식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의 스테이크 가격은 최소 3만원대를 웃돌고, 그것도 전부 수입산이다. 어떻게 2만원대 한우스테이크를 내놓을 수 있느냐. 많은 사람들이 무무스에 던지는 질문이다. 무무스에서는 고급 요리인 티본스테이크, 안심 중에서도 가장 부드럽다는 샤토브리앙도 2만원대에 먹을 수 있다.

무무스는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한다. 또 선도매입으로 계약을 한다. 축산농가에 현금을 먼저 지급해 365일 같은 가격으로 납품받고 있다. 이윤도 최대한 줄였다. 한우 스테이크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이유다.

한우가 맛있는 이유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으로 소고기 맛을 좌우하는 ‘올레인산’ 성분이 48%인 데 반해, 미국산은 42.5%, 호주산이 31.6%, 뉴질랜드산이 31%로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한우는 고기 조직이 가늘어 쫄깃쫄깃한 감촉까지 더한다. 근내지방(마블링)의 축적도도 높아 씹을 때 촉감이 훨씬 부드럽다.

무무스는 자체 숙성실을 갖추고 최장 40일 숙성된 한우만으로 요리를 한다. 웬만한 식당에서는 숙성육을 쓰기 어렵다. 비싼 고기를 다량으로 구입해야 하는 데다, 냉장숙성실을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숙성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면서 그 비싼 고기 무게가 줄어들기도 한다. 무무스가 귀찮고 비용도 많이 드는 숙성과정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와인처럼 익어야 맛있는 숙성의 비밀 때문이다. 김 셰프는 “기다림의 시간 끝에 고기는 보석처럼 빛난다”고 했다.

소나 돼지, 닭, 생선 등을 도축하면 근육이 수축해 딱딱해진다. 사후경직이다. 이 상태의 고기는 질기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근육섬유가 끊어진다. 즉, 사후경직이 풀리면서 고기가 차츰 연해지는 것이다. 숙성한 고기는 맛도 있다. 근육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아무 맛이 없다. 하지만 숙성을 시키면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변한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 느끼는 감칠맛은 농축된 아미노산맛이다. 또한 근육이 순간적으로 힘을 내어 일해야 할 때 필요한 글리코겐 역시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면서 젖산으로 바뀐다. 젖산은 단맛이 난다.

◆세계 10대 슈퍼 푸드로 선보이는 샐러드바

무무스에선 ‘세계 10대 슈퍼 푸드’를 주 재료로 쓰는 샐러드 바도 주목할 만하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슈퍼 푸드인 적포도주, 견과류, 연어, 녹차, 마늘, 블루베리, 토마토, 시금치, 귀리, 브로콜리를 주로 사용한 건강한 음식을 선보인다. 허브, 올리브 오일, 치즈, 발사믹 소스, 루콜라 등 다양한 식재료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요리법이 특징. 매 시간 새롭게 바꿔내는 스프에서부터 즉석에서 구운 빵 등 40여가지의 이탈리아 전채요리인 안티파스토를 무제한 즐길 수 있다.

피자와 파스타도 예사롭지 않다. 피자는 나폴리 피자협회에서 권장하는 규격에 따라 이탈리아 폼페이 화산석으로 만든 이탈리아산 수입 화덕으로 구워낸다. 도(dough) 무게 180~250g, 피자 지름은 30㎝, 내부 두께는 0.4㎝, 가장자리는 1~2㎝로 한 치 오차도 없이 규칙적으로 부풀어 있다. 내부의 기포를 없애기 위해 72시간 숙성시킨 도를 쓴다. 430℃에서 485℃ 온도에서 60~90초 이내로 순식간에 굽는다. 도 표면은 조금 탄 듯한 느낌이지만 속은 쫄깃하고 고소한 ‘고르니초네(cornicione)’라는 나폴리 피자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황금색 도는 부드럽고 탄력이 있어 책처럼 잘 접힌다.

파스타는 깔끔하면서 먹을수록 당기는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특히 마늘과 페페론치노가 듬뿍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도 잘 맞다. 토마토 소스는 생토마토를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잘게 다져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토마토 홀과 페이스트는 직접 만들어 육수, 마늘, 양파와 같이 쓴다.

▨ 대표요리=스트립로인스테이크(1만9천500원), 립아이스테이크(2만1천500원), 안심스테이크(2만5천원), 파스타(1만3천500원), 고르곤졸라피자(9천900원), 샐러드바 9천원(메인요리 주문시 5천원)

주소: 대구 수성구 용학로 13

전화번호: (053)762-7555

글·사진=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