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우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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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5 07:56  |  수정 2016-12-05 07:56  |  발행일 2016-12-05 제17면

노자는 근본으로 돌아감이 도의 움직임이요, 약한 것이 도의 작용(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이라고 했다. 도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반복 순환하는 것이다. 130억년 전에 한 점이었던 우주가 팽창하면서 생명이 나타나고 스스로를 의식하는 인간이 나타나 우주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팽창하는 우주는 어떻게 될까.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미래를 세 가지로 예상하고 있다.

그 한 가지가 빅 크런치(big crunch), 즉 대 함몰이고 또 한 가지가 대 파열인 빅 립(big rip),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가 얼어붙은 암흑만이 남는 빅 프리즈(big freeze)다. 빅 립은 허블의 법칙에 따라 우주가 팽창하고 있는데 그 팽창속도가 점점 커져 빛의 속도에 달하면 대 파열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대 파열 이후 물질은 사라지고 입자들만 캄캄한 우주공간을 떠도는 적막한 무덤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빅 크런치는 우주가 팽창을 하다가 어느 순간 팽창력이 떨어져 중력의 힘으로 다시 수축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수축의 속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빨라져 마침내 빅뱅의 한 점이었던 태초의 우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빅 프리즈는 우주가 한없이 팽창하면 공간의 밀도가 낮아져 온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절대온도인 영하 273℃에 이르면 모든 원자가 아무 미동도 없는 정지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때 우주의 빛은 모두 사라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얼어붙은 암흑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우주의 세 가지 미래 중 어느 것이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노자가 말한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라는 말에 가장 부합하는 이론은 빅 크런치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이든 즉 캄캄한 우주공간이든, 빅뱅 직전의 한 점이든, 아니면 얼어붙은 암흑이든 그 속에는 역시 우주를 의식하는 씨앗이 들어 있어 다시 우주는 팽창하고 빛을 내고 다시금 스스로를 의식하는 존재가 태어나게 될 것이다.

약한 것이 도의 작용이라는 말은 도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낮고, 거칠고, 약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포도나무 가지는 포도나무 뿌리에서 나온 것으로 포도나무 뿌리가 아름답지 않다고 해서 뿌리를 잘라내면 포도나무는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뿌리의 작용과 같이 도의 작용은 천하고 낮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매끈한 옥도 결국 거친 돌에서 나온 것이며, 아름다운 꽃도 구불구불한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도를 아는 자는 천하고 낮은 것에 의지하지 결코 아름다운 꽃이나 열매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도의 드러남을 유(有)라고 하고 도의 숨겨짐을 무(無)라고 한다. 그래서 유에서 만물이 생겨나고 그 유는 드러나지 않은 도(道)인 무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모든 보이는 형상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 강하고 단단한 것은 보이지만 약하고 부드러운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30억년 후에 다시 출현하게 될 스스로를 의식하는 존재는 ‘피부 밑 자아’를 벗어나 개개의 낱생명이 곧 온생명임을 깨닫는 존재이길 바란다. 점점이 흩어진 섬과 같은 자아가 아니라 모두가 물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한 자아이길, 마음 속 무한한 용량을 지닌 사랑의 샘을 막고 있는 바위를 치운 존재이길, 에고보다는 참자아에 의해 살아가는 사랑의 존재이기를 바란다. 대구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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