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보일러, 땔감용 나무 못구해 애물단지 전락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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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9 07:35  |  수정 2017-01-09 07:35  |  발행일 2017-01-09 제12면
정부 지원 끊기고 관리도 안돼
화재빈발…인명사고까지 속출
화목보일러, 땔감용 나무 못구해 애물단지 전락
지난해 12월16일 구미시 해평면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던 임모씨의 집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구미] 경기 불황에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사용하는 화목보일러가 오히려 애물단지 신세가 되고 있다. 화목보일러는 기름보일러보다 유지비가 적게 들어 노인 및 서민가구에서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막상 화목보일러를 들여놓았지만 땔감용 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상 사유림 또는 국유림에서 허락 없이 나무를 가져오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땔감용 나무를 직접 사야 하지만 비용과 수고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1998년부터 12년간 저소득층 가구에 지원금까지 지급하면서 화목보일러 설치를 권장했다. 그러나 화목보일러의 안전성 문제 때문에 2009년부터 지원이 중단됐고, 지금은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자동화 설비를 갖춘 펠릿(폐목재를 분쇄해 알갱이 형태로 만든 연료) 보일러 설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저렴한 설치비와 연료 값을 이유로 여전히 화목보일러를 고집하는 가구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땔감용 나무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 5일 오후 8시쯤 구미시 옥성면의 야산에서 땔감용 나무를 구하러 간 남모씨(70)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남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집에서 1㎞ 떨어진 야산에서 참나무(지름 50㎝, 길이 10m)를 엔진톱으로 자르다가 나무에 깔렸다. 앞서 지난 4일에도 구미시 선산읍 생곡리에서 땔감용 나무를 구하려고 집을 나선 이모씨(65)가 넘어진 트랙터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화목보일러의 높은 화재 발생 위험성도 문제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겨울 들어 경북에서 발생한 화목보일러 화재 건수는 모두 30건으로, 재산피해액은 무려 1억6천900만원에 달한다. 소방본부는 값비싼 장작 대신 건설 현장 폐자재, 젖은 나무 등을 사용한 것이 화재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구미시민 황모씨(62)는 “어려운 이웃들이 난방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불편도 감수하고 화목보일러를 선택했는데 문제는 돈이 아니라 나무”라면서 “서민들이 걱정 없이 화목보일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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