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주왕산 갓바위(周王山·해발 756.6m, 영덕군·청송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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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38면   |  수정 2017-01-20
가메봉 정상에 닿으면 산물결이 바다를 이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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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봉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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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여러 층으로 포개진 모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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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령을 오르다 만난 고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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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만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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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

용전리서 갓바위를 거쳐 가메봉까지
영덕서 오르는 6.2㎞ 40년 만에 개방

올 첫 산행에 첫눈 설렘 안고 ‘첫걸음’
협곡·데크 전망대 지나 40여분 갓바위
액운 떨쳐준다는 덩치 큰 바위 셋 나란

中 주왕이 대궐 지었단 대궐령 가는 길
길섶 절벽 아래에 키높이 고드름 장관
전망대 서면 발아래 갓바위·동해 풍광

발목이 푹푹 빠지는 왕거암 능선 눈길
올 겨울 처음 밟는 신설이라 더 짜릿

주왕산이라고 하면 청송이다. 갓바위 탐방코스는 주왕산국립공원 동쪽 끝자락 영덕군에 속해 있다. 1976년 주왕산이 국립공원이 되면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폐쇄되었던 구간이다. 지난해 10월 40년 만에 영덕과 청송을 잇는 왕거암, 가메봉 구간 6.2㎞를 개방하면서 종주산행이 가능하게 된 코스를 찾았다. 낙동정맥 대궐령에서 영덕군 오십천(五十川)으로 뻗어 내린 지능선상에 갓바위라는 바위가 솟아있어 갓바위 탐방코스라 이름 붙었다.

새로 난 고속도로를 따라 새로 개방된 코스를 찾는 신년 첫 산행. 기다리던 첫눈 산행이 될 것 같은 설렘으로 들머리인 용전리 주차장에 다다른다. 탐방로를 개방하면서 새로 지은 말끔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탐방지원센터 영덕분소 직원의 도움으로 1.7㎞ 거리를 가뿐하게 차로 오를 수 있었다. 탐방안내소 앞에는 서너 대의 차량만 주차가 가능해 일반 탐방객들은 용전저수지를 지나는 포장길을 오롯이 걸어서 올라야 한다고 한다. 안내소 한편에 안내도와 나란하게 이정표가 서있다. ‘갓바위 1.6㎞, 대궐령 2.0㎞, 왕거암 4.6㎞, 대전사 13.5㎞’

보통이면 대전사까지는 무난하게 갈 수 있으나 능선에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를 모르니 일단 왕거암까지 올라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용암사 방향 바위로 이루어진 협곡 사이에 시멘트 포장길을 따른다. 200여m를 오르면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놓여있다.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가파른 경사길이다. 몸이 풀리기까지 쉬엄쉬엄 오르지만 만만찮은 구간이다. 몇 곳에 계단이 놓여있는데 계단의 폭이 높아 오르기가 더 힘겹다.

30분쯤 올라 몸이 풀릴 즈음에 능선을 만나고, 데크를 깐 전망대가 나타난다. 진행할 서쪽 방향에는 갓바위가 우뚝 솟아있고, 남쪽으로는 동대산(791m)과 내연산(710m) 자락이, 동쪽은 영덕 강구 앞 바다를 향해 굽이굽이 흐르는 오십천과 키 작은 산들이 도열해 있다. 동쪽 방향으로만 본다면 최고 높은 곳에 서있는 셈이다.

전망대에서 15분 거리에 몸체 위에 커다란 갓을 쓴 모양의 갓바위가 있다. 덩치 큰 바위 세 덩어리가 나란히 있고 맨 앞의 바위가 마치 갓을 쓰고 있는 듯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일명 ‘관암(冠巖)’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바위에 치성으로 공을 들이면 액운을 떨치고 소원이 성취된다고 하여 예부터 주민들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갓바위를 오른쪽으로 돌아 너덜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오르막길에는 굵은 고정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계단을 만나기 전 오른쪽 길섶 절벽 아래에 키 높이로 커튼을 두른 것처럼 고드름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두어 곳의 계단을 지나 20분 만에 평평한 분지 같은 대궐령에 닿는다. 여기에도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는데 발아래에 갓바위며 동해 쪽 조망이 시원하다.

대궐령은 옛날 중국의 주왕인 주도(周鍍)가 이곳으로 피신하여 성을 쌓은 후 대궐을 짓고 머물다 청송 쪽 주왕산으로 넘어갔다 하여 대궐령이라 부른다고 한다. 주왕이 전투에 패하고 이곳 주왕산에 숨어들었을 때 영덕지방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하였던 곳이기도 하단다.

왕거암 2.6㎞ 이정표 방향을 따라 왕거암삼거리까지 2.3㎞는 낙동정맥 마루금을 걷게 된다. 완만한 능선 사면을 따라 눈이 보인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서 발목까지 빠지는 눈이 쌓여 있었다. 올겨울 들어 처음 밟아보는 눈이다. 눈길에선 속도가 느려지기 마련인데 일행들의 걸음을 따라잡기 바쁘다. 아무도 밟지 않은 신설 위에 흔적을 남기는 재미, 발을 내디디면 내디딜수록 황홀감이랄까. 점입가경이다.

왕거암삼거리까지 낙동정맥 길을 걷다가 여기서 길은 갈라지고 안부를 내려섰다가 민둥한 오르막을 오르면 주변에서 최고 높은 해발 907m의 왕거암이다. 정상 표석과 이정표가 나란한데 사방은 숲에 가려 조망은 어렵다. 여러 명 둘러앉아 쉬어 가기에 좋은 공간인데, 바람이 거세 점심식사를 할 바람 피할 공간을 찾다가 가메봉으로 가면서 찾기로 하고 그냥 지난다. 가메봉까지는 1.8㎞ 거리인데 지나온 길과는 다르게 오르내림이 여러 번 반복된다. 쓰러진 나무뿌리가 방패처럼 막아주는 공간에서 점심을 겸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잇는데 눈길은 빙판에 가깝게 얼어있다. 아이젠을 꺼낼까 말까 망설이다 바람이 없는 곳은 걸을 만해 그냥 걷는다.

50분 정도 걸으니 가메봉 직전에 삼거리를 만난다. ‘절골분소 5.5㎞, 가메봉 0.2㎞’. 여기서 절골로 내려가도 되는 갈림길이다. 가메봉을 오르는 짧은 구간이지만 바윗길이라 무척 까다로운 길이다. 작은 정상 표석이 세워진 가메봉 정상은 사방이 트였다. 바람 때문에 절벽을 이룬 바위 위에 올라서기가 위태롭지만 조망은 입이 떡 벌어진다. 지나온 북동쪽 왕거암을 지나는 낙동정맥의 흐름이 장쾌하고, 서쪽으로 내주왕산 기암괴석 골격들이 주름치마처럼 가지런하다. 정상에서 내려와 안전로프가 쳐진 길을 따라 내려서면 안부에 봉분이 큰 무덤을 만나고, 무덤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강우량 측정 시설물을 지나 10분 정도 가면 ‘주왕산 3.7㎞, 대전사 6.0㎞’로 적은 이정표를 만난다. 주왕산 주봉을 올랐다가 대전사로 가도 되고, 후리메기삼거리를 거쳐 대전사로 향해도 되는 갈림목이다.

주봉을 오르지 않고 후리메기삼거리로 바로 내려선다. 너덜이면서 가파른 내리막이다. 길섶에 아름드리 소나무를 만나는데 대부분 가슴 높이에 생채기를 낸 흔적이 남아있다. 60년대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긴 내리막을 내려서면 작은 계곡을 만나는데 사창골이다. 겨울임에도 얼지 않고 물이 흐르고 있다. 이 물길은 2폭포를 만들고 주방천과 합류되는 지류이다. 계곡을 몇 번 가로지르고 오른쪽 사면으로 올라 작은 언덕을 넘으면 다시 급경사 내리막인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잘 정리된 탐방로다. 곧바로 3폭포와 2폭포 사이 후리메기 입구 삼거리다. 여기서부터 대전사까지는 4.1㎞ 거리인데 1폭포를 지나 웅장한 협곡을 지나 주왕산의 백미인 학소대, 급수대, 시루봉 등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유유자적 걷다 보면 어느새 대전사에 닿는다.

대전사를 둘러보고 주차장까지 다시 10분을 걸어야 하는데 우리 일행의 차는 반대편 영덕에 있다. 주차장에서 또다시 국립공원 직원의 도움으로 차량 회수까지. 새로 개방된 코스에서 신설을 만나 기분 좋은 하루 산행을 마치고 나니 이미 달이 중천에 떠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용전리 주차장-(25분)-갓바위탐방지원센터-(50분)-갓바위-(25분)-대궐령-(50분)-왕거암-(50분)-가메봉-(60분)-후리메기삼거리-(7분)-후리메기 입구-(60분)-대전사-(10분)-주차장

주왕산국립공원 동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갓바위 코스는 지난해 10월 40년 만에 개방되면서 가메봉과 주왕산 주봉을 잇는 종주산행이 가능하게 된 코스다. 갓바위탐방지원센터에서 대궐령을 올랐다가 원점 회귀하는 코스와 왕거암, 가메봉까지 올랐다가 되돌아 나오거나 절골이나 대전사로 종주 코스도 가능하다. 대궐령까지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오면 약 6㎞로 3시간 남짓 소요되고, 가메봉을 지나 절골까지 종주 산행은 약 13.5㎞로 6시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중앙고속도로 안동JCT까지 간 다음 당진영덕고속도로를 따라 영덕 방향으로 간다. 동청송IC에서 내려 34번 국도를 따라 영덕·포항 방향으로 향하다 지품면소재지를 지나 달산·옥계계곡 방향의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내지삼거리까지 간다. 914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4㎞ 가면 용전리 주차장(영덕군 달산면 용전리 182-3)이 나온다. 대구∼포항간고속도로를 이용해 영덕군 달산면으로 가는 것도 거리와 시간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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