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朴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안된다’했더니 묵묵부답”

  • 김상현
  • |
  • 입력 2017-01-24 07:27  |  수정 2017-01-24 07:27  |  발행일 2017-01-24 제5면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 출석
20170124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朴, 작성·실행 정점 가능성 시사
“정권 반대하는 사람 모욕 핍박
민주적 가치 30년전으로 돌려놔
시키는 대로 한 실무자 면책해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의 정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을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유 전 장관은 23일 “2014년 1월쯤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계 인사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계속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면서 “세월호 참사 후인 2014년 7월쯤에도 박 대통령에게 지원배제를 지적하며 ‘하시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거기에 묵묵부답했고, 거의 반응이 그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하고도 실행을 저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는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저와 저희 동료·후배들이 목격하고 경험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 볼 때 블랙리스트는 분명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주도한 것”이라며 “김 전 실장이 구속된 것은 문체부에서 많은 증거자료가 제출됐고, 문체부 공무원 등이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 수첩에 담긴 내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의혹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체제 수호를 위해서 (정권의) 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모욕하고 핍박했다”며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가치를 30년 전으로 후퇴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어떻든 이 정부에서 책임을 맡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며 “김 전 실장 구속은 우리나라가 다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특검에도 부탁할 생각이지만, 강요에 의해서 양심에 어긋난 행위를 하게 된 문체부 과장 이하 실무자는 철저히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유 전 장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수사에 비협조적인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최종 지시했는지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시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김상현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