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스토리] 랑방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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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  발행일 2017-03-24 제40면   |  수정 2017-03-24
딸을 위한 디자인과 향수, 모든 여성을 눈부시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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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S/S에서 선보인 랑방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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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자 잔느 랑방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은 입학식, 밸런타인데이 등이 있어 설렘 가득하고 축하할 일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랑방(LANVIN)’의 ‘에끌라 드 아르페주’는 대학 입학 선물이나 밸런타인데이에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향수’ 리스트에서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는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다. 상큼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우아한 향을 가진 이 향수는 사실 1927년 랑방의 설립자인 잔느 랑방이 딸의 30세 생일을 기념하며 출시한 향수로 큰 사랑을 받으며 랑방의 위상을 드높였다.

패션브랜드 랑방은 20세기 대표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프랑스 파리의 잔느 랑방이 1889년에 설립한 브랜드이다. ‘랑방 하우스(The House Of Lanvin)’는 현존하는 파리의 디자인 하우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파리 오트쿠튀르의 어머니’라 불리는 랑방의 설립자 잔느 랑방은 11남매의 장녀로 태어나 어려운 집안을 돕기 위해 13세에 재봉사로 일하며 패션계에 입문하였다. 1883년 모자 디자이너 마담 펠릭스 밑에서 모자디자인을 배우고, 2년 후 스페인의 마담 벨렌티의 디자인 하우스에서 일하며 오트쿠튀르 의상을 만드는 기술을 익힌 그녀는 1889년 파리에서 모자 부티크를 오픈하며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였다.

모자 부티크를 운영하던 그녀에게 1897년 딸 마거릿 마리 블랑쉬의 탄생은 그녀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지극한 모성애를 가진 잔느 랑방은 모자 디자인을 하는 틈틈이 딸을 위한 옷을 디자인하여 입혔고, 그녀가 딸을 위해 만든 아름다운 색상과 자수의 아동복은 모자 부티크의 상류층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그녀의 이름을 알려지게 했다. 이에 잔느 랑방은 1909년 소녀와 성인 여성을 위한 라인을 추가하며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입을 수 있는 로맨틱하고 섬세한 디자인의 의상을 디자인하기 시작하였고, 파리 오트쿠튀르 조합에 정식으로 가입하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인 하우스로 자리 잡아갔다.

잔느 랑방에게 있어 그녀의 딸 마거릿 마리 블랑쉬는 영원한 뮤즈이자 영감의 원천이었고, 딸의 행복을 바라는 그녀의 진한 모성애는 랑방의 성공의 근간이 되었다. 이것을 두고 패션 일러스트 레이터 폴 이리브는 1922년 랑방을 위해 엄마와 딸이 손을 맞잡고 있는 랑방의 로고를 디자인하였다.

모자 디자이너로 틈틈이 딸 옷 제작
엄마와 딸이 손을 맞잡고 있는 로고
브랜드 탄생 배경·아이덴티티 담겨


딸 30세 축하향수 에끌라 드 아르페주
랑방 블루 등 로맨틱 컬러·자수 명성
모방 힘든 낭만적 여성미의 극치 선사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대표되는 랑방은 사실 그녀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대에 사랑받던 스타일과는 달랐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30년대까지는 모더니즘의 시대로 장 파투나 샤넬의 디자인과 같이 실용성에 바탕을 둔 단순한 의상이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심플한 라인의 드레스에 정교한 수공예 장식을 더해 로맨틱하고 우아한 여성미를 표현하였다. 시폰, 새틴, 벨벳, 실크 태피터 등 다양한 텍스처의 소재와 랑방만의 로맨틱한 컬러를 더하고, 거기에 리본, 꽃 장식, 자수, 비딩, 아플리케와 같은 섬세한 수공예 기법을 가미해 낭만적인 여성미의 극치로 차별화를 이룬다. 이 수공예 디테일은 랑방 하우스의 숙련된 기술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랑방만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랑방의 대표적인 디자인은 1919년에 발표된 로브 드 스타일이다. 이 로브 드 스타일은 18세기, 제2제정기의 궁정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몸에 꼭 맞는 상의 부분과 낮은 허리선에 아래로 넓게 퍼지는 풀 스커트스타일의 드레스로, 화려한 자수 디테일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앞뒤가 납작하면서 넓은 스커트의 특성으로 18세기의 파니에와 같은 속옷을 함께 착용하여 스커트의 폭을 유지할 수 있게 하였다. 이 로브 드 스타일은 발표된 이래로 1920~3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잔느 랑방은 그녀 스스로를 예술가와 창조자라 말하며 끊임없는 창조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찾았다. 그녀는 러시아, 이집트,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지를 돌며 전통 의상, 직물, 보석, 그림과 같은 것을 수집하고 서적, 성당, 박물관, 갤러리, 정원 등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렇게 수집한 이국적인 자료들은 그녀의 손을 거쳐 자수, 비딩, 아플리케와 같은 것으로 재창조되었으며 아즈텍 문양, 이집트 투탕카멘 마스크, 중국의 팔괘와 전통의상의 용 자수, 일본 전통 의상 특유의 컬러감과 형태 등은 그녀를 통해 단순히 1차원적으로 차용된 것이 아니라 신비로운 이국적 느낌을 지닌 우아한 파리의 패션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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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끌라 드 아르페주
그녀에게 있어 과거는 좋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특히 중세시대와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주목한 그녀는 중세 천주교 성직자의 복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실루엣과 모티브의 여성복을 창조하였고, 오래된 미술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수공예 장식을 더한 우아한 실루엣의 픽처 드레스를 선보였다. 색채에 있어서도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였던 잔느 랑방은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은 완벽한 컬러표현을 위해 1923년 랑방만의 염색 공장을 세웠다. 선명하지만 미묘한, 여성스러운 컬러를 좋아한 그녀는 페일 핑크, 푸시아, 세리즈, 아몬드 그린 등을 이 공장에서 조색하였고, 특히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받은 랑방 특유의 푸른 컬러는 ‘랑방 블루’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잔느 랑방은 모자사업을 시작으로 아동복, 여성복, 웨딩, 란제리, 스포츠 웨어, 모피, 향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고, 1926년에는 남성복 라인을 전개하며 모든 가족을 위한 패션을 제공하는 유일한 디자인 하우스가 되었다. 모성과 커리어를 결합한, 패션계에서는 보기 드문 캐릭터의 잔느 랑방은 젊음, 여성성, 아름다움을 테마로 삼아 프랑스 특유의 우아한 여성미를 표현하는 미학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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