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향촌동 맛집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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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2   |  발행일 2017-06-02 제41면   |  수정 2017-06-02
뭉티기·석쇠불고기·따로국밥…대구의 맛 문화가 시작된 곳

대구 중구 향촌동. 바로 옆 북성로 등과 함께 1905년 개설된 대구역, 인근 경상감영을 중심으로 한 시절을 풍미한 최고의 번화가였다. 80년대까지 막걸리촌인 학사주점거리까지 랜드마크로 각인될 정도였다. 80년대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거지역 땅값 중 가장 비싼 곳이 서울 중구 필동, 다음이 부산 부전동, 셋째가 대구 향촌동이었다.

대구읍성 언저리는 대구역이 들어서면서 물류, 유통의 중심이 된다. 이후 읍성이 헐리고 신작로가 생기면서 금융기관을 비롯해 요정, 금은방, 양복점, 다방 등이 우후죽순 들어선다. 밤에는 수은등이 불야성을 이루고 미나카이백화점에는 엘리베이터까지 운행돼 화제가 됐다.

대구서 첫 근대적 유흥문화 탄생한 곳
한때 한강 이남 최고의 日食 1세대 포진
부담없는 값·푸짐한 양 실비식당 즐비

씹을수록 구수한 뭉티기 전문 부엉이식당
불맛 일품인 석쇠불고깃집 한성불고기
30여년 설렁탕·수육만 내는 마산설렁탕
국·밥 따로 대구식 육개장 교동따로식당
육수 시래깃국에 밥·국수 조합 마산식당


향촌동은 대구에서는 최초로 근대적 유흥문화가 탄생한 곳이다. 6·25전쟁이 일어나면서부터 낭만과 예술이 흐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1·4후퇴 전후 피란시절에는 쟁쟁한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을 꽃피웠던 곳이기도 하다. 시인 구상과 조지훈·유치환, 화가 이중섭, 천재 국문학자 양주동 등이 처절한 전장에 낭만의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다. 종전 후 대구의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주머니에 돈이 돌자 각종 유흥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선다. 비어홀, 바, 주점, 고고장, 나이트클럽 등이 선술집과 스크럼을 짰다.

향촌동은 예술과 함께 술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가 있다. 향촌동은 한때 한강 이남 최고의 일식 1세대가 포진하고 있었던 곳이다. 이젠 술문화도 예전만 못하다. 대신 실버 아베크족을 위한 카바레인 성인텍이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덕분에 이들 실버세대를 위한 다양한 실비식당이 많이 생겨났다. 한 그릇에 불과 2천원 하는 초저가 잔치국수도 판다. 대구에만 있다고 하는 소고기 사시미인 뭉티기 전문식당은 반세기를 넘어 지금도 명맥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런 향촌동에서 가볼 만한 인상적인 식당을 간추려봤다.


▶부엉이식당 (중구 북성로 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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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식당



맥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한다. 그리고 포실포실한 북어채와 땅콩 안주를 집어 먹는다. 그러면 대구 주당들의 소주 안주로 오래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뭉티기가 나온다. 모두 군침을 흘린다. 신선한 생고기는 검자줏빛의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흐른다. 하루만 지나도 산화돼 선홍빛으로 변한다. 그럼 생고기로는 안 되고 육회로 나온다. 특히 생고기는 월~목요일이 싱싱하다. 주말에는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고기 못지않게 양념장이 중요하다. 다진 마늘에 참기름과 굵게 빻은 홍고추로 만든 양념장이라야 제격이다. 양념장에 의해 감칠맛이 더해진다. 육질의 쫀득함과 부드러움이 복합적인 맛을 낸다. 제법 차지다. 꾹꾹 씹을수록 은은한 구수함이 입안 가득하다. 아무 양념 없이 그냥 삶아 살짝 식은, 덤으로 내오는 족발도 별미다. 깨소금에 찍어 먹어야 된다. 252-3151

▶한성불고기 (중구 경상감영1길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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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불고기



연탄불이 스며들어 화근내가 압권인 석쇠불고기를 잘하는 식당이다. 달짝지근하고 짭조름하게 간장 베이스로 양념한 돼지고기에 불맛까지 보탰기 때문에 그런 향미를 지닐 수 있다. 북성로식으로 살짝 그을린 돼지불고기 버전이다. 제법 도톰하게 저민 돼지고기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웠다. 양념에 재워 두었다가 그때그때 구워낸다. 그래서 재료가 마르지 않고 불향도 그대로 살아있다. 쫄깃쫄깃한 맛이 밥반찬으로도 그만이지만 소주 안주에 더 어울린다.

40년이 넘는 세월, 돼지불고기로는 원조 격인 집이다. 국내산 목살 부위만 사용한다. 후지를 사용한 곳과 맛이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양념한 다음 이틀간의 숙성절차를 거친다. 그래서 훨씬 부드럽다. 제법 도톰해 씹는 느낌까지 있다. 멸치육수를 진하게 우려내 집된장으로 끓여내는 된장찌개. 엄마 손맛 그대로다. 252-6984

▶마산설렁탕 (중구 경상감영1길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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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설렁탕



종로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부산설렁탕과 함께 대구 양대 설렁탕집으로 불리는 곳이다. 달착지근한 국물이 잘박한 깍두기와 마늘 향이 폴폴 나는 매콤한 겉절이를 곁들여 먹도록 해준다. 30여년 동안 설렁탕과 수육만 해왔다.

한우 사골과 잡뼈, 양지와 사태살, 양 등으로 밤새도록 불을 조절해가며 곤다. 4~5가지 부위별로 끓이는 시간을 달리한다. 그래서 고기가 제법 실속 있다. 고기는 부들부들하다. 듬뿍 올려주는 대파는 고소하고 달착지근하다. 국물을 떠먹어도 기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런 기교를 부리지 않은, 고깃국 그 자체다.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잔잔한 감동이 몰려온다. 화려한 맛이 아니고 정직한 맛이다. 254-4317


▶교동따로식당 (중구 국채보상로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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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따로식당



국 따로 밥 따로 내는, 대구식 육개장인 따로국밥 전문점이다. 우리의 식사 유형이 밥과 국을 한 그릇에 섞으면 탕반, 즉 국밥이 된다. 그러나 지체 높은 분이나 단골이라도 오면, 대접한다는 의미에서 국과 밥을 따로 낸다. 너도나도 따로 주문해서 따로국밥으로 불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종류의 국물음식이 있지만 따로국밥은 조리법부터 맛까지 확연히 다르다. 1975년 문을 연 이래 한 번도 불을 끄지 않았다. 소고기 사골과 사태, 양지를 오랜 시간 푹 곤다. 육수에 묻은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 마늘과 고춧가루에 큼직하게 숭숭 썰어 넣은 대파와 무를 넣고 대파가 흐물흐물 무르도록 간을 맞춰가며 한 번 더 끓인다. 선지도 따로 삶아 놓았다가 원하는 손님에게 넣어준다.

약간 매운 듯하지만 마냥 매운맛은 아니다. 단맛이 돈다. 시원하면서 감칠맛을 안고 있는 매운맛이다. 이 집의 따로국밥은 국물 맛이 진하면서 담백하다. 뒷맛은 달착지근하기도 하다. 전날 과음이라도 했을 때 속풀이에 이만한 것이 없다. 따로국밥 한 그릇이면 금세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254-8923

▶마산식당 (중구 경상감영길 101·중앙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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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식당 씨락국밥



시래깃국에 밥이나 국수를 담아낸다. 흐물흐물할 정도의 시래기는 돼지족발·사골·사태로 우려낸 국물과 섞여 부드럽고 담백하다. 마늘과 청양고추도 들어가 칼칼하다. 오랜 시간 곤 우윳빛 육수에 배추를 삶는다.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일일이 껍질 벗기고 찬물에 한나절 정도 담가둔다. 충분히 양념이 배도록 고춧가루와 마늘 등으로 김치 담그듯 양념을 해 넣는다.

고기는 돼지고기 사태와 삼겹살 윗부분 살코기만 손으로 찢어 넣는다. 돼지고기 수육 한 접시를 곁들이는 손님이 많다. 삼겹살과 사태 부위만 낸다. 보들보들 달콤한 맛이다. 비계 부분조차 느끼함이 없다. 쫀득쫀득하고 고소하다. 촉촉하게 보관되어 나오기 때문에 식어도 기본 맛이 유지된다. 253-6304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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