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취소에 정치적 외압 없었나

  • 허석윤
  • |
  • 입력 2017-07-14   |  발행일 2017-07-14 제23면   |  수정 2017-09-05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이 결국 취소됐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는 12일 열린 우표발행심의위원회 재심의에서 우표 발행 취소를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위원 9명의 만장일치로 발행을 결정했던 박정희 대통령 기념우표는 결국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박정희 기념우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고, 발행 결정에서부터 취소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전 정권에서 이뤄진 정책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은 정부 결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로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정부 정책이 특정 정파의 입김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면키도 어렵다.

우본의 이번 재심의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좌우됐다면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적 이념과 신조가 다르다고 이미 결정난 정책적 사안이 번번이 번복된다면 그건 특정 정책안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일이나 다름없다. 우본 앞에서 재심위 반대를 위한 1인 시위에 나선 남유진 구미시장은 “적법한 절차로 결정한 사안을 근거 없이 뒤엎어 재심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을 정치적인 사안으로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어떤 측면에서 보든 우본의 재심의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혹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생성시키고 있다.

우본의 재심의에 이은 기념우표 발행 취소 결정이 정치적 외압이 없었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우본은 기념우표 발행을 반대하는 여론을 재심의하게 된 이유로 적시했는데 설득력이 없다. 반대 목소리는 박근혜정부 당시 발행을 결정했을 때에도 분명히 있었다. 재심의를 통해 발행이 취소된 이후에도 이러한 찬반 논란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앞으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을 강행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 특정한 정책적 사안이 정권의 이념과 성향, 보이지 않는 손 등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어디 국정이 제대로 운영될지 의심스럽다. 혹여 우본이 알아서 정치권의 눈치를 헤아려서 이러한 결정을 했다면 참으로 정신이 없는 관료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취소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이러한 사태의 재발과 반복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우표를 발행한 바 있다. 전례와 기념할 만한 가치 유무만 고려 대상이 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정권의 협량함만을 부각시키기 십상이다. 석연찮은 정책 결정의 번복은 바람직하지 않다.배재석 baej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