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겟꿀러’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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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31   |  발행일 2017-08-31 제21면   |  수정 2017-08-31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자기 가치 확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 트렌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자기 가치 확인’은 자신의 가치를 기반으로 외부 환경에 대응한다는 심리학 용어다. ‘자기 가치 확인’을 소비에 접목시킨 용어가 ‘겟꿀러’이다. 겟꿀러는 영어 단어 ‘Get(구매하다)’과 만족함을 의미하는 ‘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가 합쳐진 합성어로 자기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비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합리적 소비를 넘어 ‘자기 가치 확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맛집에서 밥을 먹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고, SNS에 인증을 남기는 것을 즐긴다. 또 한정판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월급을 모으고, 짧은 휴가기간에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고민 없이 외국행 항공권을 예약하기도 한다. 타인의 이해를 바라기보다 자신에게 특별하고 가치 있는 소비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만족을 찾아 소비 생활을 하는 ‘겟꿀러’를 4가지 키워드로 알아봤다.

20∼30대 중심 새로운 소비 트렌드
맛집·여행 등 자기가치 확인에 초점
스마트폰 앱 활용 편리한 생활 중시
기성품 쓰기보단 수제품으로 차별화


핸드메이드 제품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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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씨가 직접 만든 열쇠고리(위쪽)와 디퓨저.



돈 아끼지 않고 여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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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스리랑카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서현지씨.




SNS 인증은 필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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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많은 ‘겟꿀러’들이 인증하고 있는 ‘인생네컷’.
◆‘겟꿀러’의 완성은 인증

‘겟꿀러’에게 인증은 필수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의 발달은 ‘겟꿀러’들의 인증 욕구를 증가시켰다. ‘겟꿀러’들이 주로 인증하는 것은 남들보다 유행에 앞서거나 혹은 튀는 것, 귀여운 것, 동물 등이다. 최근 SNS에 뜨고 있는 대표적인 인증은 ‘인생네컷’이다. 포토자판기라는 신선한 아이템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는 ‘인생네컷’은 인생사진 4장을 찍어주는 것이 콘셉트다. ‘인생네컷’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인생네컷’은 2만여개의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자기 모습을 찍기 좋아하는 셀카족과 SNS가 결합한 대표적인 인증 아이템인 것이다.

톡톡 튀는 인테리어로 무장한 가게 역시 ‘겟꿀러’들의 주요 인증 대상이다. ‘겟꿀러’들은 이러한 공간에 있는 자신이 특별하고 가치 있어 보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교동에 위치한 피맥점 ‘Relax053’은 대구의 ‘겟꿀러’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인증 장소이다. 자판기 가게로 유명한 ‘Relax053’은 입구부터 ‘겟꿀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판기 모양으로 된 독특한 문을 지나면 어두운 조명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곳에서 파는 것은 피자와 맥주가 전부지만 ‘겟꿀러’들은 먹는 것과 함께 연신 사진을 찍기 바쁘다. 이곳의 다양한 소품들이 ‘겟꿀러’들이 좋아하는 인증 대상이기 때문이다.

◆편리함을 찾는 ‘겟꿀러’

‘겟꿀러’에게 편리함은 당연하다.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1분 1초가 아깝기 때문이다. ‘겟꿀러’에겐 스마트폰만 있으면 매우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전자 화폐’ ‘인터넷 은행’ ‘O2O(Online to Offline)’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고, ‘겟꿀러’에게 많은 편리함을 주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겟꿀러’들은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고, 친구에게 돈을 송금할 때도 인터넷 은행으로 손쉽게 이체를 한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지갑을 꺼내지 않고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계산한다. 편리함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겟꿀러’를 도와주는 이러한 서비스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다음날 입을 옷을 골라주는 것은 물론 내집 인테리어도 도와준다.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는 ‘겟꿀러’

올해의 트렌드는 단연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이다.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의미인 ‘욜로’ 역시 ‘겟꿀러’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가지 않고, 지금 현재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바로 ‘욜로’이다. ‘겟꿀러’의 대표적인 ‘욜로’는 바로 여행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서현지씨(30)도 여행을 통해 삶이 바뀐 대표적인 예이다. 23세 때 서씨는 어렵게 모은 돈으로 과감히 인도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오래전부터 꿈이었던 글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난해 다시 인도를 찾았다.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난 풍경, 사람 등을 담은 이야기를 SNS에 올렸다. 서씨의 글은 입소문을 탔고, 서씨는 꿈에 그리던 여행 관련 책 ‘내가 그곳에 있었을 때’를 출간했다. 이후 서씨의 삶은 달라졌다. 한국갭이어가 선정한 100인의 갭이어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최근 여행한 스리랑카에서 사진전을 개최해 현지 지자체와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지금은 출판과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여행이라는 선택을 통해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서씨는 “모든 것을 실행하는 것은 용기이다.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용기있게 부딪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매를 넘어 직접 만드는 ‘겟꿀러’

‘겟꿀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똑같은 것을 싫어한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들기도 한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수영씨(27)도 그렇다. 김씨는 드라이 플라워, 디퓨저, 열쇠고리 등을 직접 만든다.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김씨는 평소 흥미가 있었던 것부터 직접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만든 것을 지인들에게 선물할 정도로 발전했다. 김씨는 “직접 만드니까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만들 수 있어 좋다. 선물을 할 때도 그 사람의 취향에 맞게 만들게 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되므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제가 진화하면 ‘셀프 브랜딩(Self-Branding)’으로 발전한다. SNS를 통해 자신이 직접 만든 상품을 공유해 먼 거리에 있는 소비자에게 직접 만든 물건을 파는 것이다. 자기 가치 확인에서 경제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김수영씨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김씨는 “제가 만든 물건을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그것을 구매한다면 보람될 것 같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셀프 브랜딩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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