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블라인드 채용과 능력중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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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4   |  발행일 2017-09-04 제29면   |  수정 2017-09-04
[기고] 블라인드 채용과 능력중심 사회
고창용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북지사장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단연 일자리 창출이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근로자의 소득증대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11조원이 넘는 일자리창출 맞춤형 추경을 편성하는 등 일자리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10.5%로 동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역대 정부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진 근본원인은 경기불황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주도형 경제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해외요인에 의해 경기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에서 우선적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과 독일의 청년실업률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2.2% 상승한 데 반해 독일은 1.1% 감소했다.

보고서는 독일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청년실업의 근본원인이 신규일자리 창출 부족과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불일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를 국내 교육시스템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등 이상의 교육을 받은 한국 청년층의 50% 이상이 실제 일자리와 전공이 불일치했고 학업과 일을 병행한 비율은 18.6%로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경기부양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은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고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정부에서는 우선적으로 노동시장의 인력수급에 대한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학교와 현장을 연계하는 일학습병행제, 지역산업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을 지원하고 NCS 기반 채용을 장려하고 있다.

독일, 스위스의 도제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한 일학습병행제는 근로자의 일과 학습의 병행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1만1천개 기업 5만여명 학습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지역산업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을 위해 지역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역 산업 맞춤형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 공급한다는 점에서 능력중심사회를 견인하는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창출의 첫 단추로 공공부문을 선택했다. 그리고 공공부문 채용과 관련해 블라인드 채용을 꺼내들었다. 블라인드 채용은 이력서에 사진, 학력, 가족사항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정보를 배제하고 NCS 기반의 직무관련 정보만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모든 공공기관이 NCS 기반 채용을 도입했고 정부는 그 연장선상에서 블라인드 채용의 민간부문 확산을 위한 가이드북을 마련하는 한편 채용과 관계없는 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82.2%가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부를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민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기관들의 지혜를 모을 때다. 학벌이 아닌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능력중심 사회 구현은 시대적 과제다.
고창용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북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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