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로 풀어보는 프랑스 역사와 문화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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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2   |  발행일 2017-09-12 제24면   |  수정 2017-09-12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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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푸아레가 1912년 제작한 코르셋을 없앤 드레스 ‘멜로디’.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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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수집가 로익 알리오.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절대왕정·산업혁명·세계대전…
단순 장신구 아닌 시대적 상징물
여성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키기도

수집가가 40년 모은 佛문화자산
의복·회화·서적 등 1800점 전시
코코 샤넬 경쟁자 의상도 선보여


20세기 초 프랑스 패션계를 지배했던 패션 디자이너 폴 푸아레는 여성들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킨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는 옷에 코르셋을 없애는 대신 단추를 달았다. 1912년 드레스 ‘멜로디’는 그의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상의 윗부분에 단추 한 개를 달아 단추 하나만 풀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여성의 자유로움과 함께 실용성을 담은 것이다. 대구박물관 조효식 학예연구사는 “여성 패션은 폴 푸아레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폴 푸아레 이후 본격적으로 여성의 옷에 단추가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옷을 붙였다 떼는 단순한 용도가 아닌 단추에는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18세기는 단추의 황금기였다. 당시 유럽의 궁정문화가 복식문화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그 복식문화 중심에 ‘단추’가 있었다. 초상화·장르화·풍자화 등의 세밀화 단추와 광물·식물·곤충 등을 담은 뷔퐁단추, 프랑스 혁명이나 노예 해방 등 신념과 시대상을 반영한 단추까지 18세기 단추는 개인과 사회를 담아냈다. 19세기 단추는 제국주의 시대의 규범을 나타냈고, 20세기 단추는 세계대전 속에서 애국심과 예술적 가치를 담았다.

단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에서 만날 수 있다. ‘단추’라는 작고 평범한 소재가 어떻게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제작된 단추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와 문화, 개인과 사회를 볼 수 있다. 단추를 중심으로 의복·회화·판화·서적·공예·사진 등 1천800여 점이 전시된다. 절대왕정과 산업혁명, 세계대전까지 단추라는 물건 하나로 세계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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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0년 무렵 제작된 ‘프라고나르 양식의 여성 초상’ 단추.<국립대구박물관 제공>
권상열 대구박물관장은 “단추라는 소재로 프랑스 복식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는 지역에서 처음”이라며 “디자인과 복식에 관심있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프롤로그와 1~3부,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프롤로그 ‘이미지로 본 프랑스 근현대 복식’은 프랑스 복식의 흐름을 살펴본다. 단추 제작에 사용된 다양한 재료와 기법들도 소개한다. 1부 ‘18세기: 단추의 황금기’에서는 단추를 통해 절대왕정에서 프랑스 혁명에 이르는 18세기 프랑스 역사와 문화를 조망한다. 2부 ‘19세기: 시대의 규범이 된 단추’는 산업화와 제국주의라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한 19세기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시기는 귀족의 전유물이던 단추가 대중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방직·의류산업이 발달하면서 복식문화에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는데, 소수가 제작하던 것에서 벗어나 단추도 대량생산 체제로 접어든 것이다. 이때 나타난 것이 단추함이다. 단추함의 등장은 단추가 의복의 기능을 넘어 선물의 용도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단추를 매는 법과 관련된 논쟁이 일어나면서 상황에 맞는 의복 규범이 생겨나기도 했다.

3부 ‘20세기: 예술과 단추’는 20세기 전반기까지 프랑스 복식의 흐름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이 시기의 단추는 의상 디자인의 핵심 요소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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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자코메티가 1935년 제작한 단추 ‘아플리케’.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예술가들의 내면을 반영한 중요한 표현 매체였다. 대표적인 작가가 프랑수아 위고다. 그는 고급 맞춤복을 위한 다양한 단추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전선에 쓰이는 황동선을 구부리고 꼬아 단추를 만들기도 했다. 에나멜이나 나무 등의 재료도 사용했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유일하게 경쟁 상대로 생각한 엘자 스키아파넬리의 의상과 단추도 볼 수 있다.

이번에 소개된 전시품은 모두 단추수집가 로익 알리오(66)의 수집품이다. 40여 년 동안 그가 모아온 단추는 2011년 프랑스 국립문화재위원회에서 중요 문화자산으로 지정했다. 전시장 마지막 공간 에필로그 ‘인생의 단추’에선 단추에 대한 로익 알리오의 열정을 볼 수 있다. 전시차 대구를 찾은 로익 알리오는 “단추 속엔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 단추 속에 담긴 역사와 시대상을 천천히 살펴보면 단추에 대해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월3일까지. 입장료는 9천원. 1644-2625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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