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세살 적 문화습관 여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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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8 08:00  |  수정 2017-09-18 08:00  |  발행일 2017-09-18 제24면
[문화산책] 세살 적 문화습관 여든까지

어느 용접공이 재미로 핸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일명 ‘거꾸로 자전거’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 자전거는 핸들을 왼쪽으로 틀면 바퀴가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오른쪽으로 틀면 왼쪽으로 돌아가는 원리라서 기존의 자전거가 가지는 작동 메커니즘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그래서 아무리 자전거 국가대표선수가 탄다 해도 세 발짝도 못 가고 넘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거꾸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이유는 운동신경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보통의 자전거를 타며 몸에 밴 습관이 요인이 된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습관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증명한 재미난 사례다.

예술에 대한 대중의 태도 또한 이와 유사하다. 아직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문지방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은 까닭에, 예술이 마치 특정인들만의 잔치인 양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그에 비해 유럽은 다양한 연령층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문지방이 닳도록 거리낌 없이 가서 즐기는 편안한 장소로 여기고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정부나 전시기관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해 왔고 또한 다양하고 세심한 교육프로그램으로 대중화에 기여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루브르미술관이나 유럽 대형 미술관을 자기 집 안방인 양 뒹굴고 노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유모차를 끌고 갤러리에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 두 손을 꼭 잡고 예술품을 감상하는 백발의 노부부 그리고 당돌하고 거침없는 질문을 쏟아내는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밴 예술 바라보기 습관은 그 나라의 미래가 보장되는 든든한 풍경이기도 하다. 현재 내가 머무르는 독일의 뮌스터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10년을 주기로 열리고 있는 뮌스터 조각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애정을 잘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또 한 번 뒤집히게 될 것이고 그런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창의력과 감성교감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될 텐데 문화예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돈을 주고 가르친다고 쉽게 획득되는 산물이 아니라 문화현장에서 오감으로 즐기면서 곱씹어야 그 진정한 맛을 알 수 있게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유산은 거창하고 위대한 그 무엇이 아니라 문화예술이 삶에 습관으로 밸 수 있도록 함께 실천하는 일이 아닐까. 이도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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