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공론화 ‘산 넘어 산’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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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  발행일 2017-09-25 제5면   |  수정 2017-09-25
산자부, 한수원에 중립 협조 공문
건설재개측 “전문가 빼면 보이콧”
향후 토론회 등 일정 개최 불투명
숙의 기간 짧아져 ‘또 다른 불씨’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짓는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절차가 진행될수록 건설재개 측과 건설중단 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재개 측 대표단은 24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위는 전문가들이 제한없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기 바란다”며 “한수원과 정부출연기관의 건설재개 측 활동 중단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론화위원회 요청에 따라 지난 22일 한수원과 한수원 노조에 보낸 ‘공정한 공론화 추진을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문제 삼았다. 앞서 산자부는 공문에서 “귀사 또는 귀 노조에 대해 공론화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활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대표단은 이를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한수원 등이 빠져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표단은 당장 25일 열릴 울산지역 토론회에 건설재개 측 전문가를 참여시키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건설재개 측 토론 전문가인 조형규 교수는 “원전은 국가 주도 산업이라 대부분 전문가가 정부출연기관에 소속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며 “공정해야 할 공론화위는 일방적으로 건설중단 측 의견에 따라 ‘한수원과 정부출연기관의 건설재개 측 활동 중단’을 요청한 반면, 건설재개 측 요청 사항인 ‘공론화 기간 탈원전 정책 홍보 중지’ 등 정부의 중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단은 한 발 더 나아가 “전문가 참여가 불가능할 경우 25일 울산지역 토론회, 26일 TV토론, 28일 수원지역 토론회, 29일 시민참여단 동영상 녹음 등 향후 공론화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할 수밖에 없다”며 공론화 일정 자체를 거부했다.

앞서 지난 16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공론화위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시민참여단 478명에게 당초 예정된 찬반 측 의견을 담은 기초 자료집을 나눠주지 못했다. 환경·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건설중단 측이 공론화위가 건설재개 측에 유리하게 자료집을 만들었다며 반발한 탓이다.

이 때문에 자료집 제작이 계획보다 열흘 이상 늦춰지면서 한 달가량으로 계획됐던 숙의 기간이 20일 정도로 짧아졌다. 여기에다 시민참여단 중 원전지역 주민의 의견에 가중치를 두지 않기로 했던 공론화위가 지역 주민 의견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는 건설중단 측 요구를 긍정 검토하겠다고 결정을 번복하면서 신뢰성 훼손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전문가라도 사실은 20일 동안에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다. 또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양쪽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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