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행복하자] 발우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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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1   |  발행일 2017-10-21 제16면   |  수정 2017-10-21
[詩로 행복하자] 발우를 말하다
대구시인協·영남일보 선정 ‘이주의 詩人’

낡아 풀리는 바짓단 같은

시절의 발우는

마른 걸레로 잘 닦아 뒤집어 놓으면

수유기 여자의 젖무덤 같다

생전 수식 없는 절제에도

게으름 때문이라며

당신은 가난을 이야기 하셨지만

옻칠장단 시아버님 삶은

나이테 속 나르는 흰배추나비처럼

한생의 발걸음은 가벼우셨겠다

지난한 수행의 진리인

저 발우

중심을 비워서 그릇이 되는 이치가

오늘도 내 소박한 일상에 얹혀

수유를 잃고 너부러진

오염의 주범들을

걱정스레 노려보고 있다



신윤자 시인= 2010년 ‘문장’, 2011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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