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神으로 가는 비밀노트] 서울대 수시 합격 다사고 3 이성한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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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4 07:50  |  수정 2017-12-04 17:27  |  발행일 2017-12-04 제15면
매학기 내신 1등급·전교석차 1등…“누가 뭐래도 후회없이 공부했어요”
20171204
대구 다사고 이성한군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마당에서 자신이 수험생활 동안 항상 주머니 속에 넣어다녔던 영어 단어장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연필로 쓴 단어들은 이군의 손때에 흐릿해져 있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대구 달성군에 있는 선지원고인 다사고 3학년에 재학중인 이성한군은 지난 9월30일 서울대(생명과학부)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주변에서 의대 진학을 수차례 권유받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과학 서적을 끼고 살았던 이군은 생명에 대한 탐구를 하고 싶은 소중한 꿈을 선택했다. “인간의 몸을 공부하는 것보다 모든 생명의 몸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자신의 소신을 말했다.

고교 3년동안 성적은 놀랄 만하다. 학생부에 실질 반영되는 고1부터 고3 1학기까지 내신은 1등급인데, 매 학기 전교 석차 1등을 찍었다. 전과목 개별 등급 역시 모두 1등이다. 어떻게 이런 ‘무결점 성적’이 가능했을까?

지난달 29일 오후, 마지막 기말시험을 치르고 나온 이군을 만나 인터뷰했다.

노력으로 일군 무결점 성적
수학은 해설지 답안 쓰듯 정석대로…
한 번 풀이한 문제 여러 번 반복풀이
영어 단어장은 자투리 시간에만 활용
듣기는 오바마 연설·팝 등 동영상 시청

무리한 공부는 오히려 독
하루 16시간 책만 봤는데 성적 하락
소화불량·시력저하 등 질병에 시달려
적정한 수면과 운동 중요하게 여겨야



▶공부하는 비법, 그런 게 있는가 봅니다.

“전 정말 노력형이에요.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누가 뭐래도, 후회없이 공부하자’고 결심을 했고, 그걸 지켰어요. 하다보니 ‘아, 이 과목은 이렇게 공부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런 판단이 쌓이면 그게 공부 매뉴얼이 되고요. 그래서 성적이 잘 나오면 그게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요. (공부를) 잘하면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공부는 자신감, 심리전이라는 거군요. 영역별로 구체적 공부법을 전해준다면.

“수학은 정말 시간 투자를 많이 했어요. 시험 기간인 3~4주 외에는 종일 수학만 봤어요. 마음에 드는 개념서를 한 권 사서 중심 교재로 활용했어요. 문제 풀다 개념이 모자라면 그 책만 참고했어요. 문제를 풀 때는 마치 해설지 답안을 쓴다고 생각하고 풀었어요. 가령 기하 단원 문제의 경우 직관적 풀이를 하는데, 저는 한 줄 한 줄 풀이할 때 정석대로 했어요. 한 문제에서 요구하는 모든 개념을 동원해 빈틈없이 푸는 것인데요. 이렇게 하니까 처음보는 문제를 풀 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역시 수학은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한 문제를 제대로 푸는 과정이 중요하지요?

“네. 저는 한번 풀이한 문제를 여러 번 푸는 방법으로 공부했어요. 문제집을 다섯 권 정도 푼다면 1권을 다 풀고 2권으로 바로 넘어가지 않고, 1권에서 몰랐던 문제에 다시 도전하는 식이죠.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머리 싸매고 매달려보면 모르는 문제 10문제 중 5개가 풀려요. 그리고 2권을 풀고 나서 다시 1권으로 돌아와 나머지 5개 문제를 또 풀어요.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모르는 문제가 없어지죠. 모르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없애버리는 성취감이 상당했어요.”

이같은 반복 풀이는 수학의 문제 유형을 익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물론 반복 풀이를 할 때 적어도 난도 중급 이상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학원 도움은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이군은 고 1~2 때 수학학원에 다녔다. 강의식 학원이 아니라 학생이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만 설명을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고3 때는 혼자 공부했다. 안 풀리는 문제는 해설지를 보고 해결했다.

▶영어는 절대평가가 돼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데.

“단어장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해석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단어장에 적어 외우잖아요. 근데 저는 모르는 단어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헷갈리는 단어, 뜻이 여러 개인 단어를 놓치지 않고 다 적었어요. 실전에서 이런 단어 때문에 혼란스러우면 안되니까요.”

▶단어장은 주로 언제 봤나요?

“자습할 때 영어 단어장을 보는 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자투리 시간에만 봤어요. 너무 시끄러워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쉬는 시간, 아파트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신호등 대기시간, 학교 급식 줄을 기다릴 때엔 어김없이 주머니에서 단어장을 꺼내 들었어요. 1~2분동안 집중력을 발휘하니까 고3 때는 모의고사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가 없어졌어요.”

영어듣기는 기출문제 청취 대신 외국인을 위한 듣기 온라인 사이트를 활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유행하는 팝 가요 등 동영상을 보며 공부했는데, 따분하지 않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부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고2 겨울방학 때부터 고3 1학기 중간고사 기간까지 공부시간을 턱없이 늘렸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하루 16시간 책만 봤는데 오히려 성적이 떨어졌다. 당시 만성 소화불량, 시력 저하,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몸이 상하니까 그만큼 효율도 안 나왔다. 잠은 7시간 정도 자고, 체육시간이 없는 고3 때는 일주일에 최소 하루만이라도 운동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고3 점심시간 때 친구와 종종 탁구를 쳤는데, 이날은 기분도 좋고 집중도 더 잘됐던 것 같다. 적정한 수면 시간과 운동, 선택이 아니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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