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경제 ‘임금인상 없는 성장’으로 가나?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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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6   |  발행일 2018-01-06 제11면   |  수정 2018-01-06
투자자들이 챙겨봐야 할 트렌드
임금인상 없는 성장 이유는?
고용주들, 정규직보다 임시직 선호
금융·제조업 일자리 회복속도 저조
물가상승률 낮춰 통화 긴축에 제약
201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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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나서는 이들은 글로벌 경제 트렌드를 앞서 챙길 경우 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트렌드를 알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투자에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흐름을 알면 새로운 투자처가 눈에 들어오게 되고, 이를 기준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렇다면 올해 새롭게 부각될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경제 트렌드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8 글로벌 10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관련 트렌드는 △새로운 세계 경제대통령의 등장 △시진핑 개혁(Xi’s Reform) △레버리지 확대의 시대 도래 △임금없는 성장(Wageless Recovery) 등 4가지다.

첫째로 언급된 새로운 경제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연방준비제도(Fed)의 신임 의장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제롬 파월이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으로 지명돼 올 3월부터 4년간 미국의 통화정책을 책임진다. 파월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금융규제 완화 등 트럼프 대통령 기조에 맞춰 온건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월은 통화정책에서 비둘기적인 옐런보다 다소 중립적이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파월이 과거 투자은행에 근무했던 만큼 시장친화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국 금융시장 규제 완화가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통화 정상화에 따라 취약 신흥국 자금이탈 및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적 협력 및 공조가 약화돼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은 이런 점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다음은 시진핑의 개혁이다. 중국 시진핑 정부 2기가 공식 시작되는 올해는 중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라 불리는 그림자금융발(發) 금융리스크 확산 억제, 과잉생산 산업의 구조조정이 경제 개혁의 핵심 목표가 될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은 제19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금융리스크 방지가 핵심 내용인 집권 2기 금융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강력한 금융 개혁 추진을 시사했다. 시진핑 정부는 금융리스크의 확장을 막기 위해 중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인 그림자금융발(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과 그러한 금융기관들 사이의 거래) 금융리스크의 확산을 통제하고 건전한 금융시스템의 안착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회색 코뿔소’는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단어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요인을 뜻한다.

중국의 대표적 그림자금융인 WMP(자산관리상품·Wealth Management Product)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기준 28조4천억 위안으로, 은행 총부채 대비 12.6%에 달한다. WMP는 은행의 대출자산, 회사채 등을 신탁회사에 넘겨 유동화한 상품으로, 은행의 대출로 계상되지 않아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으로 분류된다. 투자처나 수익률 등이 투명하지 않은 WMP의 10%만 부실화된다고 가정해도 은행부문의 실질적인 부실대출액 비중은 공식집계인 1.7%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또 공급측 개혁의 하나로 과잉생산 산업에 대한 구조 개혁을 강화하는 한편, 6%대의 안정적 성장과 구조조정이 균형을 이루도록 정책을 운영할 예정이다. 여기에 대도시 중심의 부동산시장 과열 억제 및 부동산 재고 해소 등을 위한 정책적 수단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철강, 시멘트 등 산업의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유휴설비 강제 폐쇄와 같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조치도 실행할 전망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과잉생산에 의한 제품가격 하락 및 품질저하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후 및 유휴 설비를 강제로 폐쇄하는 조치를 실행했다. 올해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철강 및 시멘트 등 산업 부문의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하고 품질의 제고를 통해 양질의 공급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부동산 재고 해소를 위해 대도시 중심의 부동산 거품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면서 신규 투자를 제한하고, 재고 해소를 위한 임대주택 확대공급 등 다각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그림자금융 개혁, 한계기업 퇴출, 부동산 시장 억제 등 구조조정 과정상 발생하는 돌발 리스크가 한국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의 정책적 변화를 추적하고, 중국 리스크의 국내 이전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경기는 개선, 그러나 임금은 제자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동안 경제주체들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축소)이 지속됐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레버리지를 늘리는 시대가 올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주요국의 거시건전성 개선 정책,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등으로 경제 주체들의 보유 부채가 줄어드는 디레버리징이 꾸준히 지속됐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기가 견고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주요 자산시장 회복 및 투자심리 개선에 따라 향후 주요국의 가계와 기업이 레버리지를 확대해 소비 혹은 투자를 늘릴 여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

이같은 배경으로는 △올해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 △주요국의 주택 및 증권 시장과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회복세 지속 △가계와 기업이 소비 및 투자 등을 위해 신용을 확대할 가능성 증가 등을 꼽고 있다. 그런 만큼 레버리지 확대를 기회로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확대를 모색하는 한편 국내 자산시장에서 외국인자본 흐름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경제는 살아나겠지만, 노동자의 임금은 제자리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임금없는 성장은 경기 회복과 고용시장 개선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오르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주요 선진국의 고용주들이 정규직보다 임금 수준이 낮은 임시직 고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자리가 음식·숙박업 등 저임금 업종에서 늘어나고 있지만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인 금융업, 제조업 일자리의 회복 속도는 저조하다. 높은 임금을 받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중장년 여성의 노동시장 유입 역시 임금 상승을 정체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임금없는 성장은 근로자의 가처분소득 증가를 제약, 소비 부문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물가상승률을 낮춰 통화 긴축 속도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정치부문에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트렌드로 ‘글로벌 스트롱맨(Strongmen)’, 산업·경영 부문에서는 선진국의 삼중 이점(Tripple Advantage·자신에게 유리하다면 업종·경쟁·규모를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손잡는 하이퍼-코피티션(Hyper-Coopetition), 기술 부문에서는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된 ‘오모(OMO-Online Merges with Offline) 사피엔스의 등장’, 에너지·자원 부문에서 ‘3-E 에너지 트렌드’, 사회·문화 부문에서는 ‘포퓰리즘에 맞선 시민의식의 부상’을 선정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 도움말=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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