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재난현장도 관광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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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5 07:55  |  수정 2018-01-15 07:55  |  발행일 2018-01-15 제22면
[문화산책] 재난현장도 관광자원?
엄완용<관광경영학 박사>

지난해 11월15일 대입수학능력시험 하루 전날, 포항시 흥해읍 지역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6년 9월 발생했던 경주지진보다 강도는 약했으나, 피해의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은 최근 북구 중앙동 일대가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선정되어 낙후된 도심환경을 재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또 지진 피해가 가장 큰 흥해읍 지역의 경우 정부에서 지진 피해 복구와 함께 지역 재생을 견인하기로 결정하였다. 도시재생사업에서 관광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필자의 흥미를 끄는 대목이었다. 도시의 기능이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도시관광의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가 있는 방천시장 일대가 대표적인 도심관광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기존의 관광개발은 대부분 토목사업 형태로 이루어졌다. 무언가를 조성하고 건설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지형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기존 건물의 파괴 또는 산천의 훼손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급격한 산업사회로의 진입과 성장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음을 이해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나라의 관광산업도 급격히 성장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보다 외래관광객 방문객 수가 월등히 많은 유럽 많은 나라들의 관광자원은 오래도록 유지되어 오고 있는 고건축물들이 대표적이다. 1천년의 역사는 기본이라고 하니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런데 오랜 세월 훼손되지 않고 비교적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그 문화적 가치를 자랑하는 자원도 그렇지만, 훼손된 그대로 보존되어 온 것도 시선을 잡아끄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들은 왜 훼손된 것을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을까.

지금 포항 흥해지역 지진 피해 현장에서는 복구가 한창일 것이다. 하루 빨리 이재민들이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하니 정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선제적 대응은 당연한 처사다. 관광개발을 공부했고 도시재생을 연구하는 필자는 현재의 관광개발은 원형보존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토목사업 위주의 우리나라 개발사업은 포화상태다. 이제는 콘텐츠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진피해 현장의 일부를 보존해서 콘텐츠와 스토리를 개발한다면, 재난 대응에 대한 교훈적 가치와 더불어 차별화된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지역 지진피해 현장의 복구와 함께 이루어지는 도시재생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으로 주민의 정주여건 개선은 물론 특화된 관광콘텐츠 개발로 일자리가 넘쳐나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엄완용<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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