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민주지산 삼도봉(해발 1천177m, 전북·경북·충북 경계)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1-26   |  발행일 2018-01-26 제38면   |  수정 2018-01-26
깎은 듯 날선, 눈시린 深雪
20180126
삼도봉 직전에서 본 능선.
20180126
다져진 눈이지만 헛디디면 무릎까지 빠진다.
20180126
보석을 매단 듯 얼다 녹기를 반복하는 얼음.


☞ 산행길잡이 해인마을 주차장-(20분)-감시초소 갈림길-(1시간20분)-삼마골재-(30분)-삼도봉-(30분)-석기봉 갈림길-(40분)-삼마골재 합류지점-(30분)-민주지산 갈림길-(25분)-황룡사-(10분)-물한리 주차장

삼도봉은 백두대간 마루금이 지나는 경북·충북·전북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있는 산이다. 모 산은 민주지산(1천242m)이고 삼도봉(1천177m), 석기봉(1천200m), 각호산(1천178m) 등 해발 1천m가 넘는 여러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다. 소개한 코스를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9㎞ 남짓한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경부고속도로 동김천IC에서 내려 3번 국도를 따라 지례면소재지까지 간 다음 903번 지방도로를 따른다. 부항면소재지를 지나 약 3㎞를 가면 삼도봉, 해인동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으로 약 2.5㎞를 더 가면 해인리 앞 주차장에 닿는다.

☞ 내비게이션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225(해인리 주차장)

겹겹이 포개진 雪山 위 실금 같은 나목
경북·충북·전북 3개 道 능선 만나 조화
바람에 몰린 눈이 허리까지 쌓인 곳도
삼도봉화합탑 앞 각지 사투리 왁자지껄
물한리 계곡 2m 막대는 그 반이 눈에 푹


해인리 마을입구 주차장을 지나 차도를 따라 오른다. 차도는 곧 임도로 바뀌고,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녹아 바닥이 얼어 이리저리 피해가며 10여분을 오르니 삼불감시초소 앞 갈림길이다. 등산안내도와 ‘삼도봉 3.2㎞’로 적은 이정표가 나란한데, 임도를 따라 계속 직진해 오르다가 삼도봉 바로 아래에서 급경사 코스로 오를 수도 있지만 오른쪽 계곡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 삼마골재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을 잡는다. 고도를 높이면서 점점 눈길로 바뀌고, 동행한 일행들은 미끄러질까 하나 둘 아이젠을 착용한다. 멀찌감치 보이는 정상부에 제법 많은 눈이 쌓였다. 모두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심설산행을 기대하며 들뜬 모습이다. 발은 서걱거리는 눈을 밟고 있지만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내리쬔다. 30분가량 올랐을까. 삼도봉 2㎞ 남았다는 이정표 지점에서 잠시 쉬면서 본격적인 눈 산행에 대비해 아이젠이며 스패츠(등산화 위에 씌우는 장비) 등으로 무장을 한다.

침목으로 계단을 놓아두었지만 눈이 쌓여 미끄럽다. 잠시 산죽 사이로 걷다가 바윗길로 바뀌기를 반복한다. 삼도봉 2㎞ 지점에서 한 30분을 올라선 지점에서 이정표를 만난다. 삼도봉까지 대략 500~600m쯤 남았겠지 하고 본 이정표에는 아직 1.2㎞가 남았다고 적혀있다.

눈길을 걸을 때는 평소보다 1.5~2배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멀리 왔다고 착각을 일으킨 모양이다. 여기서부터 삼마골재까지는 경사가 가팔라진다. 삼마골재 300여m를 남겨두고는 계곡을 따라 수직으로 난 길이라 한 번에 오르기에 벅차 쉬엄쉬엄 쉬어 오른다.

삼마골재에 올라서니 작은 네 갈래 갈림길이다. 정면은 충북 영동의 물한계곡이고, 오른쪽은 밀목재, 삼도봉으로 오르려면 왼쪽 능선 길을 택해야 한다. 삼마골재 한편에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여기까지 올라와서 운동을 하라는 것인지. 산행 중 피로를 잠시 풀고 가라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생뚱맞다. 삼도봉으로 오르는 능선에는 바람에 몰린 눈이 무릎까지 빠지거나 허리까지 쌓인 곳도 있다. 앞서간 사람들이 많이 쌓인 눈을 피해가며 길을 잘 내놓은 덕에 다져진 눈 위를 걷지만 자칫 발을 헛디디면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잠시 안부에 내려섰다가 마지막 삼도봉을 오르는 가파른 구간에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을 바라보며 걷는다. 작은 능선들이 겹겹이 포개져있고, 눈 덮인 능선 위에 앙상한 나목들이 실금을 그리고 있다.

전북 무주군 부항령으로 가는 능선인데 그 능선과 마주치는 봉우리가 잠시 후 오를 삼도봉이다. 삼도봉 정상 넓은 공간에 데크가 깔려있고, 그 가운데 전북, 충북, 경북의 삼도 화합을 상징하는 화합탑이 세워져 있다. 국립공원 소백산과 속리산을 거쳐 추풍령에서 잠시 숨을 고른 백두대간이 덕유산을 향해 고도를 높이다가 3개 도의 경계 지점에 이르러 우뚝 솟구쳐 오른 봉우리의 정상에 1989년 10월10일에 세운 삼도봉화합탑인데 하단에는 삼도를 상징하는 거북 세 마리가 있고, 그 위에 세 마리 용이 검은 여의주를 물고 있다.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매년 10월10일에 삼도의 주민과 산악인들이 모여 삼도화합제를 연다고 한다.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사람들과 또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각 지방의 사투리가 섞여 왁자지껄하다. 올랐던 진행방향으로 삼도봉에서 내려서면 바로 헬기장이고, 멀리 뾰족이 석기봉과 그 오른쪽에 민주지산이 보인다. 작은 오르내림으로 30분 정도 걸으니 석기봉 바로 아래 삼거리 갈림길이다. 이정표에 ‘석기봉 500m, 물한계곡 주차장 4.0㎞’로 적혔다. 석기봉까지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 나와 오른쪽 물한리 방향으로 길을 잡아 하산하게 되는데, 석기봉까지의 왕복 거리가 만만찮다. 평소 같으면 별 무리가 없겠지만 석기봉 일대는 바윗길인데다 눈까지 쌓여있어 위험하다. 이곳 삼거리에 배낭을 내려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오르는 이도 있고, 아예 곧장 하산 길로 내려가는 이도 있다. 일행들의 다수 의견으로 석기봉을 포기하고 물한리 쪽으로 내려선다. 300여m는 경사가 심해 길게 로프를 매두었다. 북사면의 계곡이라 몇 번 내린 눈이 그대로 쌓였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 한라산에서나 볼 수 있는 등산로를 표시하는 막대가 설치되어 있다. 2m가량 되는 길이의 막대는 그 반이 눈에 잠겨있다. 협곡을 이룬 계곡은 일본잎갈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빼곡하고 하류로 내려가면서 점점 잣나무로 수종이 바뀐다. 계곡을 두어 번 가로지르고 오른쪽 산허리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으로 크게 휘돌아 다음 계곡으로 넘어간다. 작은 지류들이 합쳐져 하류에서 만나게 되겠지만 전라도의 경계에서 흘러내린 물과, 경상도의 경계에서 흘러내린 물로 갈라지니 능선 하나가 주는 의미는 크다. 산허리를 돌아나가는 길이 끝나고 계곡 아래에 이르니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오전에 올랐던 삼마골재에서 내려와 만나는 지점이다.

울창한 숲과 맑은 물로 여름에는 많은 피서객을 불러 모았을 계곡에는 겨울 산을 찾는 산객만이 있어 한적하다. 옥소폭포,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 등 크고 작은 다양한 폭포와 소(沼)가 있지만 얼어붙었고, 눈에 덮여 분간이 어렵다. 30분가량 내려서니 왼쪽 잣나무 숲 사이에 이정표가 하나 세워져 있다. 산 군 전체의 모 산인 민주지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길은 넓어지고 작은 물길을 몇 번 건넌다. 하류의 계곡은 낮에 녹았다가 밤에 다시 얼어붙는지 낮 동안 잠시 녹았던 물이 얼음 사이로 흐른다. 보석을 매단 것처럼 구슬 같은 얼음에 눈을 맞춘다. 아직은 모진 한파가 남아 있는 계절이니 그 모습을 몇 번이나 더 바꾸려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황룡사로 이어진 구름다리를 건넌다. 고찰은 아니지만 석등과 석탑을 고루 갖추었고, 단청이 유난히 화사하다.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니 바로 식당과 매점이 있는 상가다. 파전과 동동주의 달콤한 유혹에 이끌린다. 잠시 출출한 허기를 채우고 마을 앞 주차장으로 향한다. 물한계곡 표석과 장승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 삼도봉, 민주지산 산등성이에 노을이 물든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