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어머니의 감성을 미학적으로 풀어낸 달항아리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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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0   |  발행일 2018-03-20 제24면   |  수정 2018-03-20
‘代를 이은 사기장’ 신한균 도예전
내달 3일까지 대구 신세계갤러리
선친이 전수한 조선 사발도 전시
푸근한 어머니의 감성을 미학적으로 풀어낸 달항아리
신한균 작
푸근한 어머니의 감성을 미학적으로 풀어낸 달항아리
신한균 작가

“달항아리는 한국 여인의 풍성한 치마 곡선을 닮았습니다.” 작업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말이다. 신한균 도예가는 달항아리에 우리 민족의 정신을 담는다. 푸근한 어머니의 감성을 미학적으로 풀어낸다.

신한균 작가의 도예전이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다양한 달항아리와 조선 사발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달항아리는 결코 과시하지 않는다. 꾸미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평범한데 모든 것을 포용한다”고 말했다. 푸근한 어머니의 감성과 맞닿아 있다.

작가의 달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겸손과 포용의 정신이 느껴진다. 작가의 작업 태도이기도 하다. 작가는 “불 앞에서는 서둘러서도 교만해서도 안된다. 다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작업이 버겁고 괴롭고 고독할 때도 있지만 숙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푸근한 어머니의 감성을 미학적으로 풀어낸 달항아리
신한균 작

똑같은 달항아리는 하나도 없다. 당연하다. 작가는 “요변이 일어나기 때문에 똑같은 게 없어야 한다”고 했다. 요변은 도자기를 구울 때 가마 속에서 변화가 생겨 구워낸 도자기가 예기치 않은 색깔과 상태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신한균 작가는 한국 도예계의 거장인 고(故) 신정희 선생의 장남이다. 신정희 선생은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된 조선 전통 사발을 400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현한 사기장이다. 교황과의 일화도 유명하다. 최초로 대한민국을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가 신정희 선생의 달항아리에 사인을 했다. 당시 신정희 선생과 작가가 함께 교황의 사인이 담긴 달항아리를 가마에 구워 천주교 측에 기증했다.

작가는 도자기를 ‘모태신앙’이라고 했다. 선친으로부터 달항아리와 사발을 만드는 기법은 물론 철학까지 전수한 영향이 크다. 작가는 “아버지는 흙에서 꼬신내를 느껴야 한다고 하셨다. 또 도자기는 나의 종교라고도 하셨다”고 말했다. 작가의 ‘신정희요’는 경남 양산 통도사 부근에서 아직도 장작으로 불을 때 도자기를 만드는 가마다.

작가는 보는 그릇이 아니라 ‘쓰는 그릇’을 강조한다. 그릇은 사용함으로써 본성과 가치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작가는 “내가 만든 그릇들이 가정에서 직접 사용되고 대를 물리는 명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전승도예가 돼야 한다”고 했다.

1989년 일본 도큐백화점에서의 첫 전시를 시작으로 해마다 초대전을 열고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다. 2008년 한국 도자기의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장편소설 ‘신의 그릇’을 발표하기도 했다. 4월3일까지. 010-4850-172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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