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최초 실버영화관 4년째 운영…고독·소외 어르신들 문화로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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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연정기자
  • 20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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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금사연

사회적기업 <주>금사연이 운영하는 대구 그레이스실버영화관 전경.
그레이스실버영화관을 찾은 어르신들이 표를 구입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상영관 밖에서 영화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주고객층인 어르신들에 맞춰 좌석 번호를 크게 써붙여 놓았다.
조미견 금사연 대표
하루 네 번 대구 그레이스실버영화관(중구 포정동)은 한껏 멋을 낸 어르신들로 북적인다. 55세 이상 어르신들이 2천원이면 영화 한 편을 관람할 수 있는 지역 최초 실버영화관이다. 지난 10일 찾은 실버영화관에서는 김혜자·송재호 주연의 ‘길’이 상영되고 있었다. 1·2층 총 139개 좌석 대부분이 꽉 들어찼다. 실버영화관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주>금사연의 조미견 대표(50)는 “지난번 무료 관람을 진행했던 영화라 관객이 오늘은 그나마 적은 편”이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금사연’은 금빛제비라는 이름을 가진 새다. 조 대표는 “어르신들이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삶과 금사연이 작은 부리로 둥지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과정이 꼭 닮아있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이름을 따왔다”며 “그 둥지가 요리로 쓰이기도 한다는데, 그것이 곧 끝없이 희생하고 내주는 부모님들의 삶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버세대 문제 해결 앞장

조 대표는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40대 여성이었다. 그가 갑자기 실버계층을 위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다만 예전부터 고령화시대가 다가오면서 실버층 복지사업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은 있었다”며 “서울에서 실버영화관 ‘추억을 파는 극장’을 운영하는 김은주 대표의 도움을 받아 실천에 옮기게 됐다. 직접 그곳에서 일해보며 운영 시스템 등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사연은 고령화시대 노년층의 고독과 소외감, 빈곤 해결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그들의 활력있는 삶을 위해 영화관 외에도 가요교실·미용실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조 대표는 “실버영화관은 공간이 좁아서 그런지 썰렁한 느낌없이 밝고 활기차다”며 “다른 문화공간에 비해 밝은 느낌이 무척 좋아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더불어 사는 온기를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버영화관은 그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주제와 공간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소통할 수 있는 주제·공간 제공
더불어 사는 온기 느끼도록 최선”
관람 2천원…비용 빼면 사실상 적자
대관·협찬 등 수익창출에도 노력

노래교실·미용 등 사업 다변화 계획
수요 많은 ‘안심동행’도 구상 중
지금까지 사회적 성과 1억8천만원
유동인구 늘며 주변 상권 활성화



그러면서 그는 “어르신들이 시내에 나와서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 잔하고, 가끔 쇼핑도 하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층들이 볼 때 부양해야 할 책무를 느끼지 않도록 하고, 노년층이 주체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기분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2014년 실버영화관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돈을 던지거나 표가 없는 데도 있다며 억지로 입장하려는 관객들이 있어 곤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큰소리로 전화를 받는 일도 예사였다는 것. 조 대표가 영화 시작 전에 직접 마이크를 들고 영화관람 예절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어르신들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문화의식이 차츰 개선되면서 세대 간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초고령화사회를 앞두고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소통을 통해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거의 매일 영화관에서 어르신들을 안내하고 전반적인 운영을 이끌어나간다. 그들과 자주 얘기를 나누다보니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안심동행서비스’다.

그는 “영화를 보고 싶은데 오가는 데 불편함이 있거나, 건강검진·서류 발급 등 행정적인 일을 처리할 때 보호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혼자 불안한 마음을 갖고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이 곧 우리 미래의 모습으로 빠르게 다가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어르신들이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요청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관련 사업을 구상 중이다. 70대 중후반이 주 고객층이어서 50~60대도 충분히 도우미로 활동할 수 있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사실 실버세대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관련 복지·사업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사회적성과 1억8천만원

실버영화관의 관람료는 2천원이다. 하루 관객 100명을 받아도 손에 들어오는 건 20만원 남짓인 셈이다. 콘텐츠 구매비용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 수준이다.

조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이윤 추구를 포기해선 안되지만, 운영이 제대로 안될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관, 광고, 매점 이용료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구조를 변경하고 싶지만 전체적으로 공간이 협소해 마땅치 않다. 공간을 이용한 수익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관은 적어도 관람료로 4천500원은 받아야 이익이 난다. 관람료가 반값인 데다 콘텐츠 비용과 영사기 등 소모품, 소방시설, 공기 질 측정, 공기청정기, 냉·난방비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금사연은 극장 대관사업과 영화상품권 판매, 영화광고 협찬 후원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 대표는 실버영화관을 찾아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걱정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6명과 함께 영화관을 꾸려나가고 있다. 나이가 제일 많은 72세 직원은 처음에 청소 업무를 주로 맡는 것으로 하고 뽑았는데, 일을 잘하는 데다 공간이 좁다보니 수표·매표·매점 등 다양한 일을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모두 멀티플레이어가 됐다”며 웃었다.

검표원 김호필씨(64)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고 매일 나와서 여러 얘기를 듣는 것이 무척 즐겁다”며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문을 연 지 4년째를 맞는 실버영화관의 누적 관객 수는 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매달 200~300여 명의 무료 관객까지 포함해서다. 조 대표는 매달 지역 노인회와 관련 단체 등에 형편이 어려운 노년층을 위해 무료 초대권을 배부하고 있다. 영화 할인과 무료 제공 등으로 그간 이뤄낸 사회적 성과는 1억8천만원에 달한다.

조 대표는 “영화관이 들어서고 나서 주변 상권이 크게 활성화됐다. 경상감영공원~무궁화백화점까지만 이어지던 유동인구가 길 건너로 확장됐다. 지금은 동아백화점 골목까지 유동인구가 이어지면서 근처 빈 점포가 없을 정도”라며 “지역 사회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많은 실버서비스사업을 개발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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