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고독사 父子’사회안전망 단절…구미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비상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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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0 07:27  |  수정 2018-05-10 07:27  |  발행일 2018-05-10 제9면
아버지는 주민등록 말소
아들은 출생신고도 안돼
市 사각지대 조사했지만
젊은층 가정실태 파악못해

구미 원룸 부자(父子) 고독사(영남일보 5월9일자 1면 보도)와 관련해 이들의 생계가 극도로 어려웠던 정황이 확인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9일 구미시·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아버지 A씨(29)는 뚜렷한 직업이 없는 가운데 마치 ‘투명 인간’처럼 주변과 단절된 환경에서 홀로 아들을 키워 왔다. 개인 사정으로 주민등록도 말소돼 있었다. 저소득·한부모 가족 지원 등 사회안전망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숨진 A씨는 두 달 전부터 월세를 내지 못했다. 자연히 도시가스도 끊겼다. A씨의 동거녀도 수개월 전 이들 곁을 떠났다. 이 같은 사실들은 이들이 숨지기 직전까지 사실상 자립적 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더욱이 아기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았다. 구미보건소 등이 예방접종 안내장을 보낼 리 만무했다. 동사무소는 이들이 관내에 살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A씨가 병원에 다닌 진료 기록을 비롯해 직장생활 여부, 외부인과의 접촉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구미지역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구미시는 지난달 23일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굴 일제조사에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A씨 부자를 찾지 못했다. 특히 80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전수 조사는 했지만, 생계가 어려운 젊은 층 가정의 실태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미시가 시행 중인 각종 복지사각지대 발굴 사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구미시는 9일 뒤늦게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지만 미봉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구미경실련은 이날 낸 성명에서 “구미시는 2002년 황상동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잇따라 발생한 고독사 사건을 잊은 것 같다”며 “경기 부침으로 실직 위기가 잦은 공단도시 구미에선 공무원만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민간 활용기법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도 “정부와 지자체는 어렵고 힘든 이웃이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고독사·우울증·자살 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번 경우는 안전망을 벗어났다”며 “앞으로 마을보듬이를 두 배가량 늘리는 등 촘촘한 망을 구축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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