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삶의 ‘미분’, 내 곁의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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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4 07:45  |  수정 2018-06-04 07:45  |  발행일 2018-06-04 제15면
[행복한 교육]  삶의 ‘미분’, 내 곁의 식물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작가 이종범은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라는 책에서 ‘구루’라는 별명의 유명 드러머 조조 메이어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합니다. 조조 메이어는 그의 드럼 레슨 비디오에서 드러머가 드럼을 칠 때 벌어지는 모든 사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적으로 ‘미분’해서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미분’값에서부터 부족한 부분을 단련하기 위한 테크닉을 만들어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안내한다고 합니다. 조조 메이어의 레슨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보면 팔 동작 하나, 드럼 스틱을 잡는 손가락 자세, 드럼을 어느 정도의 힘으로 쳐야 하는지 등에 대한 몸으로 하는 수학과 과학이 펼쳐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정말로 열심히 연습해서 그 경험이 많이 쌓인 사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드러머라는 존재가 세상에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람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주 간과하곤 하는데,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는 경험 자산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경험을 쌓는다는 표현은 너무 쉽게 쓰여서 진짜 그 의미를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 경험이 ‘쌓이는’ 건 아닙니다. 모든 노력은 이 노력을 왜 하는지, 지금 하려는 목적에 이 노력의 방식이 맞는지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즉 ‘삶의 미분’을 통해서만 우리는 성공을 하거나 실패를 맛보게 되고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삶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미분하고 이를 토대로 적분한 값이 내 삶을 다음 단계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 요즘 전혀 할 줄 모르고, 관심도 없었던 분야인 드럼 레슨 동영상을 보고 깨닫습니다.

요즘 제 삶의 ‘미분’은 반려식물 키우기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관심이 있었지만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가드닝이나 그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함께 살면서 배우게 된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내가 분갈이까지 해서 전해주면 학교 교무실로 옮겨와서 물만 주고 보살피는 정도였는데, 최근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건축가 김진애의 책 ‘집놀이’를 읽고 말이지요. 이 책은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공간을 공유하는 구성원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피스 메이커를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피스 메이커’는 두 종류가 있는데, ‘예방적 피스메이커’와 ‘치유적 피스메이커’라고 합니다. 예방적 피스메이커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짐들을 덜어주는 존재로, 맞벌이 부부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식기 세척기나 무선 청소기는 대표적인 예방적 피스메이커가 된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치유적 피스메이커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내면의 평화와 행복감까지 만드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래서 치유적 피스메이커를 만들기 위해 올봄부터 본격적으로 반려식물 키우기를 시작한 참입니다.

애완에서 반려로 동물이 그 의미를 변화한 것처럼 이젠 식물도 관상에서 반려로 그리고 기능적 대상에서 심리적·정서적 대상으로 인간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학년실 제 책상 주위에만 스무 개가 넘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보입니다. 이 좋은 걸 혼자 즐길 수는 없어 선후배 선생님들의 자리에 놓아 드립니다. 공기 중의 수분을 먹고 자라는 탈란드시아는 작은 유리컵에 담아서, 수경 재배로도 잘 자라는 스파티필룸·테이블야자·하트아이비는 플라스틱 컵에 담아서요. 그렇게 제 친구 S교사에게 가서 ‘SUN(선)’이라는 멋진 이름을 얻은 테이블야자도 생겼습니다. 요즘 관심 식물은 아보카도와 아글라오네마입니다. 얼마 전 동네 슈퍼에서 산 아보카도는 조심스럽게 씨를 발라내서 물에 담가 겉껍질을 벗겨내고 이쑤시개 3개를 꽂아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아글라오네마는 영화 ‘레옹’에서 레옹의 유일한 친구였던 식물입니다. 항상 곁에 두고 물을 주는 레옹에게 마틸다가 물었죠. “식물이 왜 좋아?” 레옹이 대답했습니다. “항상 행복해하고 질문도 안 해.”

자라나는 모양, 필요한 환경, 물주는 방법, 적합한 토양 등 모두 제각기이지만 (쓰고 보니 학교에서 만나는 우리 아이들과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요?) 녹색 잎과 줄기가 주는 기분 좋은 변화를 느껴보았다면 기르는 방법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가 숨쉬는 공간,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식물을 고르는 재미를, 자라는 모습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그리고 ‘내 곁의 식물’은 일상의 활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어떤 식물이 놓여있나요?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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