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깜깜이 조사’ 미온적 태도에 의혹 증폭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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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9   |  발행일 2018-07-19 제10면   |  수정 2018-07-19
포항 헬기추락 후폭풍
보안 이유로 현장 철저히 통제
“원인 조사 중” 원론적 답변만
순직자 장례절차 협의도 난항
軍 ‘깜깜이 조사’ 미온적 태도에 의혹 증폭
해병대 헬기 사고로 사망한 박모 상병의 유가족 박모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고 현장 모습. <페이스북 캡쳐>

[포항] 지난 17일 포항에서 6명의 사상자를 낸 헬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군 당국이 속시원한 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같은 군의 미온적 태도에 사고를 둘러싼 의구심과 불안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사고 이튿날인 18일에도 헬기 추락사고와 관련한 정보가 민간에 일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부 흘러나오는 정보도 극히 제한적인 내용이다. 군 당국이 보안을 이유로 현장을 철저히 통제하고 사고 원인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차치하더라도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해병대 1사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령부 지시를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원인 등 이번 사고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어떠한 것도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령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해병대 사령부 관계자도 “현재 사고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오늘(18일)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브리핑 또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군 당국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유가족은 반발하고 있다. 해병대 1사단에 따르면 18일 오전 10시부터 순직 해병대원 5명의 유가족과 만나 장례 절차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날 오후 3시가 넘도록 장례 절차·분향소 등과 관련해 합의를 하지 못했다. 유족 측은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례 절차 협의를 해선 안 된다”며 군 당국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병대는 1사단 내 김대식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 이날 오후부터 조문객을 맞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례 절차와 관련해 유족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분향소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 등 지역 기관장들도 이날 오후 4시30분쯤 이곳에서 조문하기로 했으나 연기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해병대 1사단 인근 주민 정모씨(56)는 “대형사고 때마다 군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어떠한 사고·재난에 대해서도 알 권리가 있다.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 데도 군 당국이 ‘깜깜이 조사’를 하는 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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