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서 트레일러 몰며 ‘만취 난동’…특공대까지 투입

  • 입력 2018-09-12 00:00  |  수정 2018-09-12
50대 男 순찰차 등 들이받아
5시간 넘게 소동 후 검거돼
“지입제도 탓에 남는 것 없어
생활고에 지쳐 범행” 호소
거가대교서 트레일러 몰며 ‘만취 난동’…특공대까지 투입
술을 마신 채 트레일러 차량을 몰고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구간에서 난동을 부린 50대 운전기사가 5시간 만에 경찰에 제압됐다. 사진은 경찰특공대 투입모습. 연합뉴스

“지입차 제도는 열심히 운행해도 남는 게 없다. 생활고에 지쳐 범행했다."

11일 새벽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8㎞의 해상다리 거가대교에서 25t 트레일러를 음주 상태에서 몰며 난동을 부린 트레일러 기사 김모씨(57)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범행 동기다.

김씨는 지난 10일 밤 11시50분께부터 11일 오전 5시까지 추정 혈중알코올농도 0.12%의 만취 상태에서 트레일러를 몰아 순찰차와 가드레일 등을 들이받고 투신 소동을 벌여 특공대와 해경 경비정까지 출동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입제도’로 인한 생활고를 집중적으로 호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의 범행은 사실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를 잘 알기에 동료 화물차 기사들도 김씨의 엄벌을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화물차기사들은 이번 사건이 지입차 제도 개선에 사회적 관심이 생기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바란다. 지입차 제도는 화물기사가 화물 차량을 개인 돈으로 구매한 뒤 운송법인 소속으로 넘기고, 운송법인으로부터 화물운송업이 가능한 ‘영업용 번호판’을 대여받는 제도를 말한다.

‘영업용 번호판’은 각 지자체가 법령에 따라 ‘운송법인’에만 주기 때문에 개인 기사들이 운송업을 하려면 차를 지입하는 수밖에 없다.

화물기사들은 대개 할부로 차를 사 지입한 뒤 매월 할부금과 20만∼30만원의 지입료를 낸다. 번호판을 받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금’을 내기도 한다. 현재 번호판 하나의 권리금은 3천만원 선인 것으로 화물연대는 파악한다. 여기에 화물기사는 일감을 알선해주는 중간 알선 업체에 7∼10% 알선료를 내기도 한다.

화물연대 한 노조원은 “기름값과 지입료는 10년 사이 10배 넘게 올랐는데 운송료는 오르지 않는다"면서 “장거리 화물기사의 경우 하루 18시간까지 화물차에서 먹고 자고 일하는데 한 달에 쥐는 돈이 200만∼300만원이 고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도 2014년 트레일러를 월 할부금 273만원에 구매한 뒤 서울의 운송법인과 지입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씨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입회사가 4차례 변경됐고 김씨가 이에 항의하며 지입료를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당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소송을 당하면서 일감이 끊겼고 차량 할부금과 유류비 등 한 달에 1천만원이 필요해 생활고를 겪었다고 김씨가 주장한다"면서 “김씨의 사정을 잘 알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잘못 됐고 이번 범행을 정당화할 수도 없어 엄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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