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창조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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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8 07:47  |  수정 2018-10-08 07:47  |  발행일 2018-10-08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창조와 혁신

평범한 시골 소년에서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까지 받은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은 우리나라에서도 장기간 베스트 셀러였다. 그는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선택한 늦깎이 수학자였다. 그는 창조의 기쁨 중 하나는 자기 속에 잠자고 있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재능이나 자질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하며,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이 무언가를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배운다’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하버드대 사회심리학과 아마빌 교수는 창조적인 사람의 세 가지 요건으로 ‘지식과 경험’ ‘창조적 사고’ ‘일에 대한 열정과 몰입’을 들었다.

창조적인 인재가 되려면 먼저 해당 분야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 ‘나는 발견했다(Eureka)’를 외친 아르키메데스는 밀도와 중량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 온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였다. 청년시절 피카소는 사진처럼 정밀하게 대상을 묘사할 수 있었다. 바탕 지식과 경험이 탄탄해야 기회가 올 때 창조의 꽃은 필 수 있다.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창조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의 발견’에서 결판난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장소에서 그림을 그리게 해도 독창적인 화가는 다른 화가들이 택하지 않는 소재와 관점을 선택한다고 했다.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그냥 예사롭게 바라보지 않았다. 일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 창조적 인재를 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몰입이 창조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창의성은 지능지수와 크게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창조와 혁신을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서로 이야기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도 중요하다. 캐나다 맥길대 케빈 던바 교수는 1990년 분자생물학연구소 4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연구원들을 관찰했다. 영상을 분석해보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시점은 연구원 개개인이 현미경을 바라볼 때가 아니고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동료들에게 말하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혁신적 발상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일본에 통산 24번째 노벨상을 안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교토대 혼조 다스쿠 특별교수의 신념과 어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수록되는 연구의 90%는 거짓말로 10년 후에는 10%만 남는다. 나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을 믿지 않고 내 머리로 생각해서 납득될 때까지 연구하는 방식”이라고 말하며 “연구는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실험에서 실패는 당연한 것이다. 그 실패 때문에 주눅들면 안 된다. 연구에 불가능은 없다. 반드시 길이 있다고 믿고 연구해 왔다”고 했다. 대책 없이 부러워하거나 자책하기보다는 목전의 가시적 성과만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지적 풍토와 분위기를 냉정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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