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태권도協, 전국체전 대표 선발과정 개입 의혹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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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5 07:22  |  수정 2018-11-05 11:12  |  발행일 2018-11-05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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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5
지난해 11월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18 전국체전 대비 평가전 남자 고등부 +87㎏급 결승전. 경기 종료 20여초를 남겨 두고 G고교 선수(왼쪽)가 3-1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D고교 선수의 돌려차기를 피하고 있다. 대구시 태권도협회 사무차장 A씨(오른쪽 양복차림)가 심판복을 입지 않은 채 부심석에 앉아 있다. (경기 영상 캡쳐)

전국체육대회 태권도 대구 대표 선발과정에 대구시 태권도협회의 부정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8 전국체전 대비 평가전’이 지난해 11월 북구 고성동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시교육청이 주관하고 시태권도협회가 주최하는 이 평가전은 지역 태권도 꿈나무들의 ‘등용문’으로, 지역에선 규모가 가장 큰 대회다. 다음해에 진학이 예정된 상급학교 소속으로 출전해 1등을 차지하면 전국체전 출전 자격과 함께 동계훈련비(1인당 하루 7천원)가 지급된다. 하지만 최근 이 대회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시태권도협회 임원이 심판 판정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는 D고(청) 선수와 G고(홍) 선수의 +87㎏급 결승전이다. 영남일보가 단독 확보한 경기 영상을 보면 협회 사무차장 A씨는 심판복을 착용하지 않은 채 부심석에 앉아 있다. A씨는 협회 사무차장 직책 외에도 협회의 심판 판정 등을 관리하는 심판부 부위원장직도 맡고 있다. 또 영상판독관석에는 판독관 대신 협회 실무부회장 B씨가 착석해 경기를 지켜봤다. 대구지역 한 고교 태권도부 코치는 “당시 부심석에 심판복 차림이 아닌 정장을 입은 협회 사무차장이 앉아 있었다. 대기심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간부가 부심을 보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며 “A씨는 이날 부심으로 일부 체급 결승전 경기를 관장했다”고 했다.

간부가 심판복 없이 부심석 앉아
경기 주요시점서 영상판독 요구
지고 있던 선수가 승부 뒤집어
“부심이 판독 지시하는 건 잘못”
간부 “오기로 한 심판이 안왔다”


A씨의 경기 개입 의혹은 경기 종료 20여초를 남겨 두고 G고 선수가 3-1로 앞선 상황에서 나왔다. D고 선수의 돌려차기를 G고 선수가 피하자 주심을 향해 카운트·영상판독 등을 요구하는 손동작이 영상에 포착된 것. 대한태권도협회 겨루기 경기규칙에 따르면 카운트는 ‘위험한 상태’에 속할 경우에만 이뤄진다. △유효타격으로 인한 득점으로 신체의 일부분이 바닥에 닿고 있을 때 △(유효 타격으로) 공격·방어 의사 없이 비틀거릴 때 △주심이 경기를 지속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 등이다. 하지만 A씨의 이 요구로 인해 승부는 뒤바뀌었다. 발차기가 유효한 지 애매하고, 카운트를 셀 상황도 아니었지만 영상판독을 통해 유효타격(3실점)으로 인정돼 G고 선수가 결국 3-4로 패한 것.

해당 영상을 본 대한태권도협회 기술심의회 출신 관계자는 “부심이 주심에게 카운트·영상판독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유효타격에 대해 판정이 애매할 경우엔 주심이 (부심을) 모아서 합의판정을 해야 한다. 경기영상을 보면 부심이 주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점수를 주기 위한 명백한 경기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영상판독관석엔 협회 실무부회장이, 부심 자리엔 협회 사무차장이 앉아 있다. 이는 승부를 조작하는 ‘작업’을 할 때와 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G고 측 학부모 C씨는 판정에 항의했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판정 똑바로 하라’고 외쳤다가 경기부 임원 5~6명에게 끌려와 다른 학부모·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실무부회장 B씨로부터 심한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것. C씨는 “소동 이후 사과는 받았다. 형사 고소 등도 고려했으나 아들이 대구에서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라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순 없었다”며 “이날 이후 대진표 추첨, 판정 등에서 아들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협회 사무차장 A씨는 “가뜩이나 협회에 심판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원래 심판을 맡기로 한 사람이 사정이 있어 오지 못했다. 결국 복장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심판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날 다른 경기에서도 주·부심을 봤다”며 “(논란의 장면과 관련해) 부심으로서 주심에게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했다. 협회 실무부회장 B씨도 “당시 심판 판정 등에 학부형이 항의하자 이를 달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다. 이미 사과했다”며 “C 학부모는 아이가 태권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태권도 판정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많은 학부모·학생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먼저 소리를 치고 항의를 한 건 학부모의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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