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젤리의 불편한 조합으로 꼬집은 ‘사회 부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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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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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 먹는 대머리 독수리에 젤리

이질적 요소가 주는 어색함 담아

권력·자본 둘러싼 구조 등 상징

성태향 작
이질적이다. 동물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인데, 묘하게 낯설다. 젤리 때문이다. 독수리 앞에 놓여진 젤리는 분명 먹이다. 독수리는 젤리를 먹지 않는다. 먹을 수 없는 것을 제공받은 독수리의 황당함이 느껴진다. 그 감정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이질적인 요소가 주는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독수리와 젤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적인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성태향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유리상자에 작품을 설치해 동물원에 온 듯하다. 전시 타이틀은 ‘먹이 제공터(Feeding Sites)’이다.

작가는 유리상자에 색색의 대형 젤리와 검은 날개를 접고 젤리 주위에 내려앉은 거대한 대머리 독수리 3마리를 배치했다. 또 2m 높이 공중에 매달린 나뭇가지 위에 한마리의 독수리를 더 설치했다. 대머리 독수리는 사체를 먹는 습성 때문에 청소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작가는 강원도 철원의 ‘독수리 식당’에 착안해 작품을 만들었다. 철원의 독수리 식당은 독수리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다. 들판에 가축의 고기를 던져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멸종 위기의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먹이 제공터’다. 작가는 “철원의 먹이 제공터에는 고기만 있는 게 아니다. 독수리들이 먹지 못하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작가는 독수리와 젤리의 조합을 통해 부조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독수리를 사람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주고 받는 관계’가 독수리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는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 독수리가 먹지 못하는 젤리를 제공하듯 ‘갑질’로 다른 사람들을 난감하게 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했다. 작가의 ‘독수리 식당’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인 셈이다. 권력, 자본을 둘러싼 부조리하고 위태로운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관객들을 ‘방관자’로 만드는 효과도 갖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그저 바라본다. 작가는 방관자로서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묻고 있다.

작가는 경북대 예술대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사회의 보이지 않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는 “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12월30일까지. (053)661-350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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