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대구 교사들에게도 2019년엔 빛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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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3 07:55  |  수정 2018-12-03 07:55  |  발행일 2018-12-03 제15면
[행복한 교육] 대구 교사들에게도 2019년엔 빛이 들까?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맞이한다. 나이가 들면서 하루가 너무 빠르고 벌써 금요일인가 싶다. 학년 교사들에게 세월의 빠르기를 어떻게 느끼는지 물어 보았다. 어찌된 일인지 다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 간다고 했다. 왜 그럴까 싶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다들 가르칠 양이 너무 많고, 일거리도 많아 늘 쫓기며 살기 때문이란다. 개인적으로 나는 자꾸만 남은 교직 기간을 생각하게 되고,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과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후회하지 않는 교직 기간과 중년의 삶을 의미 있고 후회가 적도록 살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 학년 190일 수업일수 중에 벌써 165일이 지났다. 날마다 교단일기를 쓰면서 수업일수를 계산해서 그런지 몰라도 세월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 가르칠 것은 너무 많은데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 올해 우리 반이 정한 교육목표를 잘 해냈는지 돌아보며 남은 시간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한다.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고 기록을 하기 위해 아침마다 일기를 쓰게 했다. 아침마다 내가 하는 첫 지시가 ‘일기를 씁니다’이다. 아이들이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살게 하기 위해 학교 숲과 천체의 변화를 관측하게 하려고 24절기마다 학교 숲으로 나갔다. 또 자기가 겪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자유롭게 말하고 글로 쓰고 책으로 내는 것이었다. 학급문집으로 발간했으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하지만 종합해보면 아쉬움이 많다. 남은 기간 해내기에는 담임 1년은 나로서는 너무 짧다. 2년을 담임하면 좋겠다 싶다.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는 한 번 담임을 하면 무려 8년간 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우리 학교에선 2년도 참 어려운 과제다. 이게 어려운 까닭은 학년 학급수가 많아서 많은 교사가 합의해 내거나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까지 얻기가 어려워서 일 것이다. 담임 연임은 어려워서 그렇더라도 학년 연임은 가능할까 싶지만 이것도 학년 담임에게 주는 승진 가산점이 달라서 불가능하다.

그러고 보니 교사들에게는 참 자유가 없다. 입시교육이 비교와 경쟁교육을 만들기도 하지만, 교사들도 승진을 위한 경쟁이 최고의 교직목표가 되어버린 문화가 자리 잡혀 걸림돌이 되어버렸지만 그걸 깨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이미 승진 점수를 얻은 교사들이 막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달성군 지역은 농어촌 가산점이 있어서 대구 끝에서 출퇴근하는 교사가 많다. 그러다보니 다들 출중한 교사지만 승진을 위한 계산이 빠르다. 승진 점수가 많아 경쟁이 심한 학교에서는 나같이 승진을 포기한 경력 교사는 경쟁을 위해 원하는 6학년 담임도 하지 않아야 미덕이 된다. 당연히 부장을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나는 이웃 남부교육청에서 힘들어서 명퇴를 생각하는 교사에게 달성군에 오면 후배들이 다 일을 하기 때문에 수업만 하면 되니 달성으로 내신을 내라고 권하기도 한다. 이런 구태의연한 걱정을 글로 쓰다 보니 마음 한쪽이 씁쓸하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교육부총리가 두 번 바뀌었고, 여기에다 교육감이 바뀐 지도 5개월이 지났지만 학교교육이 바뀐 것이 있나 생각해보니 별로 없다. 한 가지를 꼽아보니 교육감이 자기 문제에 집중해서인지, 교육 현장의 문제를 너무 정확하게 인식해서인지, 아니면 전국시·도 교육감들을 따라 대세를 좇아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교사들이 지난 8년간 지나친 교육감 주도성에서 벗어난 탓인지 몰라도 ‘쪼임’을 덜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달 대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원평가와 시·도교육청 비교평가 폐지를 결의할 정도이니 학교는 그만큼 여유가 생겨났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 며칠 뒤에 교육청은 2019학년도 교육정책방향을 내놓을 것이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해 본다. 그런데 핵심은 학교 교사들을 얼마나 미래교육혁신의 주체로 작동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을 내어 놓을 것인가에 있다. 교사들이 마음껏 학교교육에 대한 자기만의 고유한 꿈과 끼를 역동적으로 펼치게 할 수 있느냐다. 그 최소한의 정책이 구태의연한 교사 관리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다. 대구에서도 미래교육으로 가는 혁신을 꿈꿀 수 있을지. 내 남은 교직생활에도 환하게 빛이 들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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