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맞춤형 교육과정 성공사례 2題

  • 이효설
  • |
  • 입력 2019-01-21 07:49  |  수정 2019-01-21 07:50  |  발행일 2019-01-21 제15면
“우리동네 영웅, 58년 경력 이발사 찾은 것도 공부”

학교의 자율성이 강화되면서 특색있는 학교 운영을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이 더 중요해졌다. 하지만 학력 저하, 평가의 어려움, 교사 협업의 한계 등으로 학교 맞춤형 교육과정 편성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사들이 힘을 합쳐 우리 학교만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끊임없이 개선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학교들이 있다.


#1. 대구 경서중 ‘교과통합프로젝트’

20190121
① 경서중 학생이 ‘우리 동네 영웅’ 강림이용소 이발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② 자신이 면담한 농부와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 ③ 토끼요리전문점 사장을 면담한 후 기념사진을 찍은 학생, ④ 경서중 학생이 쓴 옥포철공소 사장과의 면담 내용. ⑤ 학교에서 개최하는 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영화를 찍는 학생들. ⑥ 경서중 학생이 녹음한 면담내용을 받아쓰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 경서중은 ‘교과 통합 프로젝트’ 수업의 선두주자다. 수업과 창의적체험활동은 교육과정의 두 가지 골자인데, 이 둘을 함께 끌고 가는 프로젝트를 학기마다 1개씩 진행한다. 학생들은 중3 졸업 때까지 모두 6개의 교과통합프로젝트를 체험한다.


매학기 1개…3년간 6개 프로젝트
수업+창의적체험활동‘성취감↑’
실패땐 원인·개선모색 실패보고서
프로젝트과정 등 학생부 기재 꼼꼼



지난해 12월17일, 경서중은 대구지역 모든 초·중·고교 교장, 교무부장이 참석한 대구시교육청 통합전달회의에서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이유는 달성군 옥포읍 강림리에 위치한 전교생 218명의 작은 학교가 2018학년도 제6회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상에서 대구 최초로 대상을 받은 것이었다. 이 상은 교육부를 비롯해 여성가족부 등이 주최하고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공동 주관해 공신력이 높다. 교장과 교사들은 수상의 비결을 물었고, 이후 학교는 물론 많은 교사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 학교의 교과통합프로젝트는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최근 종료된 프로젝트 ‘우리 마을 숨은 영웅을 찾아라’는 학생들이 직접 우리 마을에 사는 영웅을 찾아 만나고 면담해 최종적으로 맞춤형 백과사전인 ‘경서피디아’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먼저, 도덕 시간에 학생들은 영웅이 갖춰야 할 품성에 대해 배운다. 이후 국어 수업에서는 교사가 ‘마을에 있는 영웅을 찾아라’고 미션을 내준다. 학생들은 교사 도움 없이 학교 앞 이용소를 찾아가 58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온 이발사를 발견하고, 30년 넘게 토끼요리전문점을 하고 있는 요리사를 찾아낸다. 편의점 사장님, 옆집 사는 농부 아저씨들도 만난다. 학생들은 이들에게 면담 요청을 하고 국어 시간에 배운 면담기법대로 질문할 내용을 적어 동네 영웅들을 인터뷰한다. 모든 과정에서 교사는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할 뿐 개입하거나 돕거나 지적하지 않는다. 미션에 실패해도 된다. 면담에 실패한 학생은 실패보고서를 쓰면서 그 원인을 찾고 개선방법을 찾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혜정 경서중 교사는 “교육과정의 교과별, 단원별 성취기준을 통합프로젝트에 모두 담아 학생들이 반드시 성취해야 할 것을 달성하도록 유도한다”면서 “수업시간에는 핵심 개념 위주로 가르치고, 나머지는 일련의 프로젝트 과정에서 배우도록 한다”고 말했다.

◆서술·논술형 평가 성취기준 도달 관건

한 프로젝트를 끝내는 데 필요한 수업시수는 무려 60차시. 7개 교과가 56차시를 진행하고, 나머지 4차시는 창의적체험활동이다. 나 교사는 “3년 동안 6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마치면 학생들은 어떤 과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내신 등급 잘 받는 것보다 이런 능력이 미래사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가는 서술·논술형 위주로 한다. 수행평가에 들어간 내용은 평가에서 빼 교사들이 교육과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각 교사들은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물을 토대로 학생부(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충실하게 기재한다.

곽상순 교장은 “교사들이 우리 학교 교육과정 편성의 주체다. 함께 논의하고 공유하니까 내실있는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교사들이 협업하면서 프로젝트가 특정 교과의 과제가 아니라 전체 교과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만큼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2. 남대구초등 ‘다모임-두레’ 활동

20190121
남대구초등 학생들이 다모임 시간에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전통 두레서 착안한 학생자치기구
학교내 공동문제 해결법 찾아 실천


대구 남대구초등은 지난해 3월 학생자치기구 ‘다모임-두레’ 활동을 시작했다. 서로 돕기 위해 만든 전통조직인 두레에서 착안한 이 기구는 4~6학년 학생들이 6개의 두레를 만들어 학교에서 일어나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소속 학생들은 한달에 한번 모여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주제로 주요 의제를 정하고, 해결방법을 찾는다.

두레 구성원들이 처음으로 해결한 문제는 ‘봄 대동놀이’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었다. 지상파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에 소개된 놀이를 모방하는 것은 물론 사랑 피구, 단체 줄넘기 등 다양한 놀이들이 제시됐다. 학생들은 이 놀이들을 다시 구체화시켜 프로그램 계획부터 준비, 실행까지 전 과정을 운영했다. 이렇게 선후배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성황리에 대동놀이를 마쳤다.

월별 다모임 회의에서는 ①학교폭력 없애기 ②선후배 갈등 해결하기 ③나눔장터 수익금 기부처 정하기, 놀이터 만들기 등의 안건을 정해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았다.

이 학교 학생회장(1학기)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배웠지만 막상 모든 일을 선생님들께서 결정했는데, 우리가 직접 운동회에서 할 놀이를 정하고 참여하니 정말 학교의 주인이 된 것 같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의제를 찾고 직접 실천방법을 찾는 과정이 즐겁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