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팔던 중학생 길남이 ‘마당깊은 집 문학관’서 만난다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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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6 07:19  |  수정 2019-03-06 07:29  |  발행일 2019-03-06 제2면
오늘 옛 남성동경로당 자리 개관
김원일 작가의 집필 당시 작업실
1950년대 피란민의 삶 고스란히
20190306
6일 개관하는 ‘마당깊은 집 문학관’. 이곳에서는 소설 ‘마당깊은 집’의 시대적 배경이 된 전후 대구지역 피란민의 삶을 엿볼 수 있다.(대구 중구청 제공)

소설 ‘마당깊은 집’의 배경인 대구 중구 장관동에 ‘마당깊은 집 문학관’이 6일 개관한다. 중구청이 2017년 6월 부지를 선정한 지 1년9개월여 만이다. 5일 중구청에 따르면 문학관은 옛 남성동 경로당 부지(중구 약령길 33-10)에 연면적 218.2㎡ 규모의 한옥을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소설 배경과 등장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전후 대구지역 피란민의 삶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문학관은 마당깊은 집 모형, 등장인물 소개, 대구 풍경 및 생활사진, 길남이네 방, 김원일 작가 기증품 아카이브, 작가의 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당깊은 집’을 축소한 모형은 3D프린터를 이용해 화이트 디오라마(Diorama·유리 등 투명재료의 양면에 광대한 장면을 축소한 모형) 형식으로 표현했다. 팝업북은 ‘희로애락’을 주제로 소설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1990년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 영상을 재생해 줄거리를 함축해 전달하는 것도 특징이다. ‘길남이네 방’에서는 1950년대 세간살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중구청은 이곳을 조성하면서 고증을 통해 재봉틀·선반·이부자리 등 전시품목을 최대한 당시와 비슷하게 재현했다.

김원일 작가도 문학관 조성에 힘을 보탰다. 김 작가는 문학관 내 ‘작가의 방’에 전시할 책 수백권을 기증하고, 직접 그린 수묵화 두 점도 내놨다. 작가의 방은 김 작가가 1980년대 ‘마당깊은 집’을 집필한 작업실 형태를 보존한 공간으로, 김 작가가 기증한 부모님 사진, 상장, 본인 애장품 20점 등이 전시된다. 특히 김 작가가 기증한 장서 중 보존 가치가 높은 초판본은 별도의 공간에 전시된다. 중구청은 김 작가가 기증한 물품을 보존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이를 교체해 관람객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체험관은 1950년대 대구 피란민의 삶과 애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며 “일상에 지친 시민이 체험관을 방문해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용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편 1988년 6월 김원일 작가가 발표한 소설 ‘마당깊은 집’은 6·25전쟁 이후 대구 중구 약전골목·장관동 일원을 배경으로 경기도·평양 등에서 온 피란민과 주인집 등 여섯 가구가 한 마당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길남이의 아버지가 전쟁통에 행방불명된 뒤 삯바느질을 하며 힘겹게 자식들을 키우는 어머니는 길남이에게 “남자는 자기 식구들을 먹여살려야 한다. 신문배달이라도 해보라”고 했다. 중학생 길남이가 판매한 신문은 바로 영남일보다. 소설은 길남이를 통해 당시 영남일보 서문로 본사(대구 중구 서문로 1가71, 당시 대구경찰서에서 서문시장 방향) 등 전후 대구지역 풍경과 피란민의 삶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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