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초등 교실 ‘유쾌한 변신’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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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8 07:47  |  수정 2019-03-18 09:05  |  발행일 2019-03-18 제15면
교실에 다락방, 문 열면 운동장…“학교 가는 게 신나요”
시교육청, 작년부터 미래 교육 리노베이션
학생·학부모·건축가 함께 교실 공간 디자인
의자로 변하는 책상 등 ‘공부·쉼·놀이 공존’
올해도 40곳 ‘꿈·창의력 발현의 場’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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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초등 교실이 운동장과 바로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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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암초등 아이들이 교실 평상 위에 둘러앉아 책을 읽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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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초등 학생들이 교실 바닥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

사각형 교실이 바뀌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해 교실을 변화시키는 ‘미래 교육 리노베이션’을 처음 시작했다. 학교교육과정은 미래 사회에 대비해 변하고 있지만, 정작 학교 교실은 그대로였다. 새학기 들어 다락방이 있는 교실, 맨발로 공부하는 교실, 운동장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교실을 처음 접한 대구 학생들은 학교에 빨리 가고 싶다고 기쁨의 환호를 외치고 있다. 대구지역 일부 초등학교의 리노베이션 사례를 소개한다.

◆반송초등, 학생들이 교실 바꾸기에 참여

반송초등(교장 정옥희)은 교실에 다락방을 만들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비밀 공간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만 있어도 즐거워했다. 교실 뒤에는 놀이매트가 깔려있어 친구들끼리 바닥에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할 수 있다.

교실 문을 열면 바로 운동장이다. 그동안 학생들은 교실을 나서 길고 어두운 느낌의 복도를 지나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으로 향하는 공간의 거리만큼 아이들에게 운동장은 멀어진 게 현실이었다.

김경혜 교사(1학년)는 “새로운 공간이 생기니까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놀이시간은 물론 공부시간도 즐거워한다. 학교 오는 게 기대된다고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 학부모, 건축가가 새로운 학교 공간을 디자인한 점도 눈에 띈다. 2학년 김예환 학생은 “미끄럼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고, 같은 학년 이소율 학생은 “점핑점핑 하고 싶어서 (의자에) 스프링 달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이런 학생들의 바람은 학교 공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확 달라진 학교의 모습에 대해 2학년 박재현 학생은 “교실이 너무 좋아졌어요. 특히 돌봄교실이 교실에 같이 있으니까 간식도 빨리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태암초등, 평상 위에서 책 읽고 놀이

태암초등(교장 황순기)은 미래교육 리노베이션을 통해 1학년 4개 교실을 ‘꿈을 채우는 교실’(이하 꿈채움 교실)로 운영하고 있다.

3온(온 마음으로, 온 힘으로, 온 몸으로) 사랑(Sports랑 Art랑) 교육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행복학교 만들기(이하 온사랑 교육)라는 학교특색 교육활동에 따라 스포츠·예술 교육을 중심으로 학습과 놀이,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꿈채움 교실은 ‘계획과 디자인’ ‘경험과 메이킹’ ‘발표와 공유’ 공간으로 나뉜다. 1학년 학생들은 이들 공간에서 학습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표하며 온사랑 교육으로 꿈을 채워가고 있다. 특히 다락방과 평상을 모티브로 한 공간에서는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서와 놀이,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학생들에게 공부와 휴식, 놀이가 공존하는 인기 있는 공간이 되었다.

문주은 학생(1학년)은 “유치원보다 더 예쁘고 깨끗해서 좋아요. 친구들과 공부하고 놀 수 있어서 빨리 우리 교실에 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학모 이자현씨는 “요즘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과거 교실의 틀을 깨고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어 수업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이 이런 환경에서 수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황순기 교장은 “교실이 학생들에게 꿈을 키우고 안전하게 학습하며 놀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덕초등, 교실 변하자 배움방식도 변해

남덕초등(교장 전경희)은 1~2학년 4개 학급을 리모델링했다. 학생의 눈높이와 감수성에 맞춰 놀이처럼 재미있게 공부하는 놀이·배움·삶이 하나된 공간으로 바꿨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새로운 교실은 책을 읽으며 꿈을 키우는 다락방, 독립적인 3개의 모둠 토의실, 발표와 러그미팅을 할 수 있는 무대, 이동 가능한 책상 겸 의자와 좌식의자, 이동식 칠판과 자율 게시판, 다양한 수납장, 별도의 교사연구실 등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의 학습과 쉼이 공존하는 학생활동 공간으로 만든 것이 그 전과 다른 점이다.

교실 다락방이 생기자 배움의 방식도 달라졌다. 다락방에서 학생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모둠 토의실과 교실 가운데 공간을 활용한 모둠에서는 협력학습을 하면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토의·토론 등이 이뤄지도록 했다. 특히 모둠 토의실에서는 하브루타식으로 2명 또는 4명이 짝을 이뤄 서로 묻고 답하고 대화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무대에선 학생들의 모둠 학습 및 러그미팅은 물론 독서, 놀이가 이뤄지고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했다.

의자로 변하는 책상도 마련돼 있다. 이는 아이들이 교실의 중심을 자유롭게 바꿔 다양한 형태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식 칠판, 학생 눈높이의 TV와 학생 자유 게시판 등은 학생 중심의 학습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또 교실은 물론 복도까지 학생들이 좋아하는 인형, 아기자기한 소품, 방석을 갖다놨다. 여닫이 창문을 만들어 집처럼 아늑하게 꾸몄다. 또한 아이들은 교실에서 맨발로 생활할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실은 학생들이 상상력을 키우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올해도 40곳을 선정해 교실을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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